위즈덤 프로젝트/ETC

나의 공부 방법론

황희상 2020. 12. 1. 16:42

부제: 느리고 불편하게 하는 공부

중세 시대에 '필사'로 책을 복사하는 모습

 

고딩 때부터 나에게는 '공부'라는 것을 하는 나만의 스타일이 점차 생기기 시작했다. 가끔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의 '명언(?)'을 들으면 그걸 그냥 잊어버리기 싫어서 수첩에 적기 시작했던 것이 출발이었다. 메모의 습관은 이후 책이든 뭐든 알아야 할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요약하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나중에는 아예 양지다이어리와 조그마한 볼펜을 늘 휴대하고 다녀서, 친구들이 '일수 찍냐'며 놀리기도 했다.

대학생이 된 뒤로는 그 스타일이 확실히 정착했다. 일단 알아야 할 분야의 책을 구하고 나면, 내용 중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골라서 깨알같은 글씨로 다이어리에 텍스트로 받아 적었다. 조금 후에는 내 방에 컴퓨터가 하나 생겨서, 그 작업은 신기원을 이뤘다. 하룻동안 적은 내용을 밤에 컴퓨터 파일로 옮겨적는 것이다. 컴퓨터가 좋은 것은 문장을 쓰고 지우고 다시 고쳐쓰는 과정이 쉽다는 것이다. 나는 거의 날마다, 낮에 돌아다니면서 적은 것을 밤에 나만의 문장으로 바꿔 적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요즘은 이 과정을 주로 마인드맵 프로그램(ex. ThinkWise)을 써서 하고 있다.
그조차 귀찮을 때는 노션에 정리한다.

 

이런 짓(?)은, 흡사 중세 대학에서 학생들이 고전을 필사하면서 공부했던 방식이다. 이 과정이 좋은 것은 '느리다'는 점에 있다. 느리지만, 확실하다. 단 한 번의 작업으로 해당 내용이 내 것이 된다. 진짜 내 것이 된다.

오늘날에는 정보가 넘쳐나고 모바일 디바이스가 흔하며 PDF 등의 파일형식으로 자료의 수집과 복제와 인용이 '너무 쉬워'졌다. 쌓아놓기는 좋은데, 그래서 공부가 잘 안 되는 건 아닌가 혹시 생각한다. 시대에 맞지 않은 소리가 되겠지만, 나는 자고로 공부란 느리고 불편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