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중세 교회사 컨셉으로 가려고 했던 도시들 중에 마지막 빠진 고리였던 아비뇽에 도착했다. 그리하야~ 정말 오래전에 계획했던 유럽의 주요 지점들을 다 돌아보게 된 뜻깊은 날이다.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아비뇽은, 아비뇽 유수 덕분에 유명하다. 아비뇽 유수란, 위키식 표현에 따르면 "14세기 당시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해 있던 서방교회의 교황청을 신성 로마 제국이 강제적으로 프랑스 남부 아비뇽으로 옮겨 1309년부터 1377년까지 머무르게 한 사건"이다. 유수(幽囚)라는 표현은 잡아 가두었다는 뜻으로, "고대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에 빗대어 쓰인 표현이다. 약 70년 동안 머물렀으며 그 시기에 모두 7명의 교황이 아비뇽에서 생활하였다." 그래서 이곳은 70여년간 교황청이 존재했던 곳이고, 당시 교황청이 있던 성(교황궁)이 아직도 잘 보존되어 있다.
이번 여행의 컨셉 중에서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의 수도를 지난 며칠간 거쳐왔는데, 남부 프랑스에서는 '신성로마제국'을 컨셉으로 다니고 있다. 뭔가 억지로 때려맞추는 기분이 들 수도 있는데, 정상이시다.(ㅋㅋㅋ) 하지만 마냥 때려 맞춘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게, 아비뇽은 짧은 기간이나마 엄연히 신성(holy)로마제국의 정신적 수도였다. 신성로마제국은 딱히 신성하지도 않았고, 로마도 아니고, 제국도 아니었다는 비판을 받곤 하는데, 교황을 확보(?)했던 그 기간은 그래서 이들에게 소중했을 것이다.
이제 아까 못 보고 지나쳤던 1층으로 다시 내려가본다.
대략 2시간 반 정도 보고 나왔다. 오늘은 시간관계상 이렇게 아비뇽 교황궁 답사를 마쳤다. 전체를 다 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날 가보지 못한 대성당 및, 지금 시민공원으로 쓰이는 후원 지역, 그리고 위 사진에 보이는 광장까지 상당히 넓은 부지이다. 게다가 광장 북쪽 끝에 있는 박물관까지 다 보려면 하루를 다 써야 할 듯하다.
우리는 이제 잠시 물러나서 독특한 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좀 쉬었다가 생 베네제 다리를 보러 갈 것이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