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메이커/2024 튀르키예 이탈리아 프랑스

[프랑스] 드디어, 아비뇽 교황궁에 방문하다!

황희상 2024. 11. 11. 15:12

#18.

드디어... 중세 교회사 컨셉으로 가려고 했던 도시들 중에 마지막 빠진 고리였던 아비뇽에 도착했다. 그리하야~ 정말 오래전에 계획했던 유럽의 주요 지점들을 다 돌아보게 된 뜻깊은 날이다.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아비뇽은, 아비뇽 유수 덕분에 유명하다. 아비뇽 유수란, 위키식 표현에 따르면 "14세기 당시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해 있던 서방교회의 교황청을 신성 로마 제국이 강제적으로 프랑스 남부 아비뇽으로 옮겨 1309년부터 1377년까지 머무르게 한 사건"이다. 유수(幽囚)라는 표현은 잡아 가두었다는 뜻으로, "고대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에 빗대어 쓰인 표현이다. 약 70년 동안 머물렀으며 그 시기에 모두 7명의 교황이 아비뇽에서 생활하였다." 그래서 이곳은 70여년간 교황청이 존재했던 곳이고, 당시 교황청이 있던 성(교황궁)이 아직도 잘 보존되어 있다.

이번 여행의 컨셉 중에서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의 수도를 지난 며칠간 거쳐왔는데, 남부 프랑스에서는 '신성로마제국'을 컨셉으로 다니고 있다. 뭔가 억지로 때려맞추는 기분이 들 수도 있는데, 정상이시다.(ㅋㅋㅋ) 하지만 마냥 때려 맞춘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게, 아비뇽은 짧은 기간이나마 엄연히 신성(holy)로마제국의 정신적 수도였다. 신성로마제국은 딱히 신성하지도 않았고, 로마도 아니고, 제국도 아니었다는 비판을 받곤 하는데, 교황을 확보(?)했던 그 기간은 그래서 이들에게 소중했을 것이다.

성벽 근처에 주차하고, 먼저 교황궁에 들어가보려고 입구를 찾아 걸어갔다.
웅장하고 두꺼운 성벽이 역설적으로 타지(?)에서 지내는 교황들의 불안한 심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긴장을 풀어주는 거리의 악사

뚜둥... 아비뇽 교황궁(Palais des papes d' Avignon)의 위용이다. 메인 건물 한 채만 이 정도이고, 사진에 다 담기지 않을만큼 큰 규모이다.
입장료를 내면 아이패드 같은 것을 준다. 잊어먹지 말고 반납하라고 신신당부한다. ㅋㅋ
우리는 뭐에 홀린 듯이 2층으로 올라갔다. 참고로 원래 1층부터 보는 것이 동선상 더 자연스럽다.
아무 것도 없는 큰 홀에 들어섰다. 하지만 첨단 장비를 활용하면...
짠. 이렇게 증강현실(?)을 통해 원래 이곳의 모습이 어떠했을 것인지 비춰보면서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식탁 위에 음식도 차려져 있다. 음... 보고 있자니 배가 고프다...
음식을 요리하는 주방이다. 연기가 빠져나가기 쉬우라고 높은 굴뚝 시설이 있다.
벽에 남은 자국을 보니 과거에 복층이었던 흔적이 선명하다.
벽이 매우 두껍다. 복합적인 건물인데다가 수차례 증축을 하면서 기존 벽을 활용해서, 이런 두꺼운 벽이 건물의 내력벽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교황궁 곳곳에 현대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중세였으면 상상도 못했을 건방진(?) 일 아니었을까 싶어 웃음이 나왔다. ㅎㅎㅎ
수백 년 전 과거의 흔적들. 어떤 교황은 너무 심심해서 예술활동에 빠지기도 했던 모양이다.
벽 틈에 난 조그마한 구멍으로 들여다봤더니 이런 공간도.. 아이폰 렌즈를 구멍에 대고 줌을 땡겨 찍었다.
포탄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두꺼운 벽면을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빛을 받으려는 고육지책
수많은 세월동안 그저 방치되거나 잘못 사용되던 이 공간을 현대에 와서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복원한 과정을 전시한 공간이 있었다.
나중에 차분히 좀 보려고 사진을 잔뜩 찍어왔다. 그 중에 일부...
옥상으로 올라와서 한숨 돌리며 경치를 구경했다.
저 멀리, 이따가 가볼 다리가 보인다. 다리가 중간에 끊겨있어서 더 이색적인 장소가 되었다. 입장료를 받는데, 교황궁 통합 입장권으로 다리와 정원까지 갈 수 있다.

 

이제 아까 못 보고 지나쳤던 1층으로 다시 내려가본다.

이곳 화장실은 마치 중세 성의 일부처럼 되어있지만, 내부는 최신식으로 깨끗하고 자동판매기도 있으니 꼭 가보자. ㅎㅎㅎ
1층에는 유물과 벽화가 좀 더 많이 전시되어 있다.
크게 세 차례에 걸쳐 증축된 과정이 모델링 되어있다.
교황의 보물(?)을 감춰둔 수장고. 엄청나게 두꺼운 벽과 납으로 된 문으로 막혀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저 아래 한 층이 더 있는데 최근에야 새롭게 발견되었다고.
여기서 티켓을 찍고 정원으로 나갔다. 즉, 원래는 교황궁/정원/생베네제 다리 각각 요금을 내야한다. 관광객은 보통 하루에 다 봐야 하므로 통합권이 낫겠다.
정원으로 나가면 별 것은 없지만,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나름대로 자급자족을 항상 대비해야 했던 교황청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공간이었겠다 싶었다.
기념품 샵
나와서 보니 기념품 샵만 별도로 입장할 수도 있었다. ㅎㅎㅎ


대략 2시간 반 정도 보고 나왔다. 오늘은 시간관계상 이렇게 아비뇽 교황궁 답사를 마쳤다. 전체를 다 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날 가보지 못한 대성당 및, 지금 시민공원으로 쓰이는 후원 지역, 그리고 위 사진에 보이는 광장까지 상당히 넓은 부지이다. 게다가 광장 북쪽 끝에 있는 박물관까지 다 보려면 하루를 다 써야 할 듯하다.

우리는 이제 잠시 물러나서 독특한 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좀 쉬었다가 생 베네제 다리를 보러 갈 것이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