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하여) 개혁주의를 한다는(?) 사람들의 문제 중 하나는 16, 17세기를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서 커다란 착각을 곧잘 한다는 점이다.
우선 저 16, 17세기라는 시대가 콤마(,) 하나로 묶어서 퉁칠 수 있는 시대가 결단코 아니라는 사실이 결정적이다. 우리가 교회사에서 종교개혁의 시대라고 퉁치는 저 200여 년의 시기는 사실 중세와 르네상스와 근대초기로 이어지는 격변의 시대라서, 도무지 하나로 묶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신학교만 다닌 사람들' 혹은 '한 권만 읽고 삘 받은 사람들'은 중세적 마인드로 웨스트민스터 총회를 이해하거나 근대적 마인드로 중세를 평가하곤 한다. 십자군 전쟁 수준의 인식으로 도르트총회를 논하거나, 현대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루터를 재단하는 셈이다.
나는 특종이 저자니까 웨민에 한정지어 말해보자. 당시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등은 이미 동인도회사를 차려서 글로벌 경영을 하던 나라였고 거기에 인발브 된 백성들의 숫자도 어마어마했다. 단순히 에라스티안을 무슨 사탄 취급하고, 크롬웰의 철기군을 마약에 취한 좀비떼로 인식하는 한, 그 시대의 성도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더더욱, 그런 그들을 목양하던 청교도들이 모여서 이루어 낸 웨민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당시 초기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가들과 지식인들과 글로벌 경영인들의 삶과 생각과 고민과 도전 가운데 서서 진리와 함께 시대를 고민한 자들이 웨민 총대들이었다. 배 타고 몇 개월씩 집과 교회를 떠나는 가장들을 위해 그들의 성찬을 고민하던 자들이 도르트 총대들이었다. 그들의 결실을 지극히 중세적인 마인드로 취급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소리에 근거자료로 갖다 써먹는 현대의 후손들이란, 얼마나 부끄러운가.
공부하자. 공부를 안 하면, 역사 속에 큰 부끄러움을 남길 뿐이다. 유튜브에 이상한 영상 남겨서 자손 만대로 쪽팔리지 말고, 모르면 겸손하게 책과 논문부터 읽는 것이 좋겠다. 혼자 하기 힘들면, 주위 분들과 스터디를 만드시기를. 꿈꾸는 자에게 소망이 깃들기를 응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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