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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티노 세계지도에 대해서

category 카테고리 없음 2024. 10. 1. 15:42

옛 지도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놈이다.
1502년에 그려진 칸티노 세계지도인데,
워낙 아름답고, 또한 당시로서는 탁월한 면이 많아서
이를 자세히 다룬 책도 나왔고, TV 다큐로도 제작되어 꽤 유명하다.


한 가운데 예루살렘이 마치 거룩한 도성처럼 그려져 있고
식민지 마다 특산품을 그려두어 구매자(?)의 의욕을 불러 일으킨다.

당시 세계지도를 그리는 방식은
방위 중심점 찍고 배타고 가면서 해안선을 더듬어 찾는 방식인데
지도를 보면 항해기술과 작도법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해안선의 모양이 거의 정확하다.

(남극쪽 항로를 주로 이용한 탓에)
태평양이 미지의 세계로 그려지고
(이 정도면 정말 많이 왔다는 생각 탓에)
북아메리카도 일부 해안까지만 그려두었지만
어쨌든 미답지는 쿨하게 '안 그려버리는' 모습이
과감하고, 재치가 있고, 정직하고, 아무튼 마음에 쏙 든다.

당시 작도 기술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서인지
의도적으로 남극대륙을 빼버린 것도 특별한 점이다.


특히 내 상상력을 자극한 것은, 당시 이 지도를 그린 사람들이
만약 자기들이 그린 좌측의 브라질 해안 아래쪽과
우측 끝의 대륙 상단이 서.로. 만.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순간 얼마나 큰 충격에 빠졌을까 하는 것이다. ㅎㅎㅎ
아마 4차원의 공간으로 빠져나온 느낌이었을 것이다.
오싹, 소름이 돋았을 것이다.
내가 이 지도를 좋아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얼마나 아슬아슬한가. ^^
탐사를 했더라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상상력이 중요한 것이다!

실제로 이후 고작 몇 십년 사이에
왜 그동안의 작도법으로는 평면지도 그리기가 그토록 힘들었는지가
밝혀지게 된다. (땅과 바다가 울퉁불퉁한 것이 아니었다! ^^)

 

* 포르투갈 여행 중에 이 지도의 모작품을 하나 구입해서 내 방 문에 붙여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