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는 이유? (2003년 일기)
나는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떠난다. 딱히 통계를 내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다른 대부분 여행객들의 소지품 중에는 카메라 하나쯤 필수품으로 끼어있을 것이다. 여행객들은 여행의 현장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눈으로 보는 그곳의 '현재'를 필름에 담는다. 그리고 돌아와서 사진을 뽑아보면서, 셔터를 누를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그 장소의 '현재'를 떠올린다. 이때 사진 속의 장면은 이미 지나간 '과거'이지만, '과거'는 사진 속에서 '현재'가 되어 다가온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여행지의 '현재'를 내 나름대로 잡아보기 위해 카메라를 챙겼다. 카메라는 순간을 영원토록 간직하는 도구이다. 카메라 속에서 모든 시간은 정지하며, 우리는 '미래'에도 '과거'를 '현재'로 삼을 수 있다. 그래서 여행자는 늘 카메라를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