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에서 며칠이 지났다. 강의를 다 마치고 마지막 돌아가는 날, 섭외자께서 우리 가족의 하루 안내자가 되어주시기로 했다. 운전까지... 우린 "너무" 감사해서 몇 번을 사양했으나, 기어이 덕을 베푸셨다. 우리는 저녁 비행기 시간이 되기 전까지, 라구나비치, 발보아 섬, 산페드로 등 주로 LA 남쪽 해안지역을 "아주 편하게" 돌아봤다. 원래 계획에도 있었으나 내가 강의 중일 때 가족들만 움직이기엔 교통이 애매해서 포기한 곳인데 마지막 날 이렇게 커버가 됐다. ^^
라구나 비치의 유명한 식당에서 근사하게 조금 이른 점심을 먹었다. 식사까지 대접해주셨다. ㅠㅠ라구나 비치는 남쪽에 가까워서인지, 맥시코 느낌의 이국적인 정취가 아주 독특하고 좋았다.지금이 여름이면 해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지 않았을까 싶다.한 폭의 그림같은 비치를 한참동안 눈으로 즐기고...이런 표지판들이 아주 실감 났다. ^^ 이건 말로는 설명이 곤란하고, 저 현장에 가보면 느낌이 팍 온다. ^^고래와 함께 춤을 ㅋㅋㅋㅋㅋㅋ 이 동네 앞바다가 고래가 나오기로 유명한 모양이다.어느 커피샵 겸 기념품샵 겸 사진 전시관에 들렀다. 쥔장이 고래 매니아에 사진 예술 전문가다. ㄷㄷㄷ
쥔장의 고래 관련 작품들이 LA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것은 그의 포트폴리오다.다음으로 우리는 뉴포트 비치 쪽에 있는 발보아 섬 쪽으로 이동했다.
시작은 주택단지였는데, 워낙 좋다보니 관광 명소가 되었다. 지금은 엄청 비싼 동네가 되어 있다.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넘어갔다.동선은 대충 이와 같았다.^^ 처음엔 다리를 건너 섬에 들어오고, 페리를 타고 페닌슐라 쪽으로 건너서 나간다.한국인들은 꼭 들른다는ㅎㅎ 우정의 종각이 있는 동네다. 우정의 종각 자체는 촌스러워서 사진은 패스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바라보는 태평양은 한인들에겐 느낌이 남달랐을 듯하다. 아 저 바다 건너에 고향이 있구나 뭐 그런 느낌으로...조금 더 가면 요즘 결혼식 사진 찍는 곳으로 아주 유명해진 웨이퍼러스 채플이 있다.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과 송혜교가 결혼식을 올렸던 채플이라는데, 경치 좋은 언덕 위에, 유리로 된 예배당이 전망을 품고 있어서 아름답다.방금까지도 한 커플의 웨딩이 진행되었다. 하객이 없어서 정식 웨딩은 아닌 듯하고 리허설 느낌이었다.
이번엔 산 페드로 피쉬 마켓(어시장)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부둣가에 푸드코트가 마련되어 있다.지역 깡패들이 아주 그냥 식탁 위까지 날아와서 음식을 강탈...저 멀리 군함이 보인다.이게 바로 그 유명한 아이오와급 전함(Iowa class Battle Ship)이다."20세기 최고의 병기", 혹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함선"이라는 별명을 가진, 기구한 운명의 이 배는 퇴역 후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퇴역 후에도 심지어 영화 "배틀쉽"에 등장해서 외계인하고도 싸웠다. ㅋㅋㅋ사실 여기를 들어가보려 했었는데, 나 혼자 관심 있는 곳이라 가족여행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나중에 또 엘레이에 오게 된다면 가보려 한다. ^^반납할 렌터카를 가지러 다시 오렌지카운티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세리토스라는 동네에 들렀다. 이곳 도서관이 잘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안내자께서 우리 관심사를 잘 아시고 맞춤 투어를 해주신 것이다. ^^
1층에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잘 꾸며져 있다. 시설보다도, 어른들이 아이가 책 보는 것을 옆에 앉아서 도와주고 있는 모습이 인상깊었다.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도서관 앞은 무슨 행사가 있는지 분주했다.공항으로 이동, 렌터카를 무사히 반납하고, 모든 것을 다 이룬 안도감이 몰려오는 시간. 이제 비행기만 잘 타면 된다. ㅎㅎ
사실 엘레이에서 급하게 숙소를 구했던 그 악몽의 순간에, 워낙 경황이 없어서 자동 주차장 출입문에 렌터카 범퍼가 접히고 찌그러지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렌터카 반납할 때 걱정을 했는데, 미국은 그 정도는 신경도 안 쓰고 쿨하게 반납해준다. 여러 가지로 미국 서부 여행에서 나는 이런 "쿨함"을 자주 경험했다. 가진 자의 여유라고 봐야 할까? 너무 까다롭게 굴지 않고, 넉넉하게 넘어가는 이 동네 사람들의 정서가 부럽다.
샌프란시스코부터 시작된 이번 여행을 마치고 드는 마음은 "여한이 없다" 였다. 여행은 피곤하고 돈을 쓰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하지만 여행 덕분에 한 사람의 인생이 그만큼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지며... 쉽게 말해서 한 인간의 세계가 넓게 확장되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 처하여 단합하게 되는 과정도 귀하다.
여행을 마친 뒤 내가 맨 처음 하는 일은, 다음에 또 가보고 싶은 장소를 구글맵에 꾹꾹 눌러 표시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