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부부가 - 특히 아내가 -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분야는 "국제개발(International Development)"이다.
자, 우리나라가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그래서 온 세상이 한국인에게, 이제 우리를 좀 도와줘봐봐.. 니네 뭐든 잘 하자나.. 이러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선진국이라고 별로 느끼지 않고 살다보니, 누굴 도울 생각은 1도 안 하고 있었다. 당연히 생각이 없으니 준비도 안 했고, 누굴 도울 수 있는 케파가 없는 상황에서 덩그러니 선진국이라는 명찰만 달고 있으니, 이거 오히려 더 쪽팔리는 상황 아닌가 싶다. 졸부, 딱 졸부가 된 기분이 든다.
세계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그 지점을 전문용어로 특정하자면 "국제개발"이라는 분야를 들 수 있겠다. 국제개발이라? 이거시 무어신가. 내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냥 내가 느끼고 이해한 수준에서 거칠게 정의를 해보겠다. 국제개발이란, '전 지구적인 시각에서 인류의 고른 복지향상과 사회 발전을 위해 각종 불평등과 빈곤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하는 담론 및 제반 활동 혹은 그 학문'을 뜻한다. (* 걍 내가 이해한 최선을 적어본 것이니, 행여라도 학문적 용도로 인용하지는 마시길ㅋㅋ)
분야는 굉장히 다양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행정, 환경, 인권, 젠더, 교육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담론이 요청되고 또한 적용되고 있다. 실제 활동은 보통 UN 또는 NGO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요것이 가장 널리 그리고 방대하게 다뤄지는 지역은 역시 아프리카.
과거에는 이 개념이 주로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이 후진국으로 들어가서 그 국가의 기반시설과 환경이 선진화(?)되는 것을 의미했다. 19세기 식민 제국주의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종료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전후복구와 탈식민주의라는 긴요한 목적을 이루려는 Needs 및 이를 돕고자 하는 Idea가 모여서 국제개발이 이루어지곤 했다. 그래서 1950년대 이후 70년대까지는 주로 전후 복구 및 경쟁적인 서구화, 도시화의 측면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반작용이 발견되었다. 소위 돕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 사이에 의존성의 문제와 고유성의 문제, 그리고 새로운 방식의 제국주의라 할 수 있는 문화/경제적 예속의 문제 등이 대두된 것이다. 즉, 식민지 국가에서 독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속되어 자기 정체성을 잃어간다면, 그것을 과연 탈식민 국가라 할 수 있겠느냔 것이다. (이 부분이 국제개발학의 개념을 설명할 때 디게 핵심적인 파트인데, 멋지게 길게 설명하고 싶지만, 오호 통제라, 아직 내 공부가 멀었도다..) 아무튼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 자체가 바로 국제개발 분야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한마디로, 돕더라도 잘 돕자는 것이다. 돕는 데는 실력이 필요하다. 이웃사랑에는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21세기 들어와서 화두가 되는 것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환경과 기후변화(cf. 교토의정서, 몬트리올 의정서) 등의 주제가 부각되고 있으며, 국제원조에 있어서도 이제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기하는 행정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고,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규모는 날로 커지는 반면, 정작 선진국들은 경제 위기 및 구조적인 변화와 조정을 겪고 있다보니 자연스레(피치못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향후 국제개발은 선진국과 도상국의 상호 윈윈을 추구하는 파트너십, 젠더, 민족 고유성과 독특성을 살리는 방식의 지역개발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대 수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에서, 요런 것들을 미리미리 공부해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고.. 나중에 좀 숙성되면 이런 지식을 풀어먹고 살 수 있다면 세상에 도움도 되고 우리의 삶도 덜 심심하겠다, 라는 생각을 우리 부부는 요즘 하고 있다.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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