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탈탄소를 위한 두 가지 중에서 먼저 탄소중립(넷제로)에 대해서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연재했다. 이제 두 번째 주제로서 탄소흡수에 대해 다룬다.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이야기는 그래도 꽤 많이들 하고 있지만, 탄소흡수에 대한 이야기는 적다. 탄소흡수는 다시 크게 기술적인 노력과 생태적인 노력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다.
1. 기술적인 노력
이 부분은 CCUS라는 개념만 딱 기억하면 된다. 탄소(Carbon)를 포집(Capture)해서 활용(Utilization)하고 저장(Storage)하는 기술을 묶어서 말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구글에서 집어왔는데, 그림만 봐도 이해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해서 공장 굴뚝으로 배출되는 탄소 분자를 "잡아서", 적당한 형태로 변화시켜서 활용하고, 남은 것은 깊은 곳에 저장함으로써 대기 중에 이미 배출되어 있는 탄소의 총량을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말이 쉽지, 딱 봐도 이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도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은 가지고 있다. 국내에 일할 곳이 없어서 그렇지... -_- 미래엔 어쩌면 가장 소중한 기술 중 하나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는 이런 기업들이 일을 많이, 그리고 신나게 잘할 수 있도록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겠고, 정부 차원에서도 발벗고 나서서 법률적으로나 재무적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해줄 필요가 있겠다.
그밖에도 초대형 팬을 달아서 대기 중의 탄소분자를 직접 포집하는 장치(DAC)에 대한 연구도 되고는 있지만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관련 글: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 직접공기포집(DAC)의 현재와 미래 - greenium
굉장히 획기적인 기술이고, 더 발전하면 좋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많이 만들어서 여기저기 설치하는 것보다 감성적으로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보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부터 강조하고자 하는 생태적인 노력이다.
2. 생태적인 노력
이번 시리즈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가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다. 탄소흡수라고 하면 전 지구적인 문제인데다가 엄청난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일이겠다 싶어서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공부를 해보니 이것은 오히려 지구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달라붙어 조금씩 삶의 방식에 변화를 주면 되는 일이었음을 깨닫고, 그 사실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보려고 블로그와 페북 등에 연재를 시작한 것이다.
※ 더구나 "생태"라는 말이 들어가면 사람들은 그거 뭐 귀찮고, 신경쓸 거 많고, 불편을 감수해야 되고, 그닥 효과도 없을 거 같은데...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부터 갖곤 한다. 지난 세기동안 우리가 기술 만능주의에 어느 정도 젖어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쪽 분야도 굉장히 스마트 해졌기 때문에, 역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아래 도표를 보자.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지구 환경은 탄소 포집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이다.
원래 지구의 역사 속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식물 내에 포집됨으로써 그 비중이 자동 조절되는 방식이었다. 또한, 바다에서 파도가 치면서 공기와 접촉할 때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들어가면서 1차 포집되고, 이것이 바다에 사는 플랑크톤에 의해 2차 포집된다. 즉, 숲과 바다가 지구의 탄소포집 매커니즘의 양대 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바다가 깨끗해야 한다. 탁한 바다는 탄소포집 능력이 줄어든다.
바다 속 해조류, 갈조류 등의 서식지를 바다 숲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것들이 급속도로 살기 힘들어지는 바다를 우리가 만들고 있으니 자기 숨통을 자기가 조이는 꼴이다. 특히 맹그로브 숲이라든지 갯뻘, 습지 등은 인간이 "쓸모가 없다"고 판단해서 쉽게 파괴해버리는데, 이런 지역들이 반드시, 그것도 대규모로 존재해야 바다가 살아난다.
바다를 살리려면, 기본적으로 모든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물을 정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요즘 이것은 그나마 어느 정도 현대화 된 국가라면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제대로 운용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그래서 보통 바다를 살린다고 할 때 최근 들어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해양보호구역' 설정이다. 절대적인 조업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뭐 대충 짜실짜실한 크기로 보호하면 안 되고, 아ㅏㅏ주 넓은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제 사회에게 우리도 뭔가 하고 있다고 보여주려는 의도로 하지 말고, 진심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순천만 습지를 기적적으로 살린 순천만 정원 사업은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
또한 이런 결정 이후에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막 취소해버리고 그러면 망하는 것이다. 회복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중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 관련하여 이런 신박한 것도 있다.
또한, 숲이 파괴되지 말아야 한다.
지구상에 거대하고 중요한 허파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숲 지역은 북방림과 열대림이다. 캐나다 러시아 등 북반구 고위도지방의 거대한 숲이 북방림, 그리고 적도 부근,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이나 남미, 아프리카 등에 분포하는 숲이 열대림이다. 아쉽게도 아마존이나 아프리카의 열대림은 급속도로 파괴되어 왔다. 파괴를 멈출 방안을 빨리, 그리고 많이 찾아야 한다.
관련하여, Ai를 활용한 산불 예방 및 신속한 조치 등을 골자로 하는 산불 관리 기법이 빠르게 구축될 필요가 있다. 습도나 바람 등 특정 기후 조건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Ai의 힘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혹은 미리 작은 산불을 유발해서 더 큰 산불을 예방하는 기법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공적인 숲 조성은 생태계를 오히려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부터 어린 묘목을 많이 심는 행위는 생각보다 효율적인 방안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그것도 체계적으로 해야 하겠지만, 나무가 최적의 탄소포집 능력을 갖출만큼 자라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이 소요되는데, 문제는 2030년까지는 8년 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할 일은 오히려 숲을 새로 조성하기보다는 있는 숲을 보호하고 더 잘 관리해야, 탄소흡수의 목표에 적합한 방법론이 되는 것이다.
매우 빨리 자라나는 특성을 가진 대나무를 신소재로 활용해서 벌목을 줄이는 방안도 있다. 가장 쉽게는 모든 가정용 화장지를 대나무 화장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대나무는 적절히 가공하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다. 포장용기는 물론, 건축 재료나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특수 플라스틱 소재를 대나무로 대체하는 기술들이 이미 나와있다.
요즘 대나무 칫솔을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비싸서 시장성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간단하다. 정부에서 플라스틱 칫솔을 금지시키면 된다. 지금 우리가 LED 전구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간단하다. 정부에서 백열전구 생산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LED 전구는 10년 전만 해도 비싸서 못 샀다. 하지만 수요/공급 곡선에 따라 가격이 문제가 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마련하여 규제를 하면 된다. 이런 시장성의 문제는 정책의 뒷받침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서포트 문제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기로 한다.)
땅의 생태계도 정상 순환 되도록 돌아가야 한다.
끝으로, 영양단계의 연쇄반응을 자연 상태로 돌이키는 것이 탄소 흡수에 아주 중요한 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겠다. 이는 생물지역 & 야생동물 보호지역에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 부분이다. 생태계가 살아나면 그 땅은 탄소흡수 능력이 높아진다. 반면에 아무 것도 없는 사막화 된 황무지는 탄소흡수 능력이 제로이다.
사막을 옥토로 바꾸는 것은 8년 내로 하기엔 너무 큰 목표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를테면 야생동물 회랑 같은 것을 더욱 체계적으로 마련하여 생태계 순환을 돕는 것 등이다. 당장 먹고 사는 것이 힘들던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유럽의 다양한 생태 통로들을 모방해서 우리 국토에 적용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북한산과 관악산을 거대 도시가 갈라놓고 있는데 이런 것도 연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방법이 없지 않다. 한양도성 주위의 공원화 및 해방촌 일부의 재개발로 회랑을 확보하여 북한산과 남산을 연결하고, 용산 미군부대 부지의 공원화를 통해 한강까지 연결한다. 이어서 동작대교에 지붕을 씌워서 회랑을 확보하고, 다시 현충원을 거쳐 총신대 뒷쪽으로 관악산까지 연결한다면 어떨까. 세계적으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또, 탄소흡수와 관련하여 많이들 논의되는 것이 바로 축산업이다. 글로벌 기업화된 축산업은 거대한 면적의 땅을 지속적으로 황폐화 시키고, 메탄 등의 온실가스를 대기중에 어마어마하게 배출시킨다. 오늘날의 공장화 된 축산 시스템은 동물들에게도 좋지 않고, 인간에게도 좋지 않으며, 탈탄소의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요즘 혼농임업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임업과 농업, 축산업이 마치 중세 장원처럼 한 지역에서 함께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축의 배설물이 작물의 비료가 되고, 배출되는 탄소도 스스로 흡수되는 형태이다. 곤충의 멸종을 막는 일, 화학비료를 줄이고 퇴비나 지렁이 양식으로 땅을 회복하는 일, 정원을 야생 그대로 두는 일, 재생농업이나 경축순환농업 등을 보급하는 일 등도 관련하여 도움이 되는 일이겠다.
그밖에도 '바이오차(Biochar)'를 땅에 뿌리거나, 축산 사료에 포함시켜 소에게 조금씩 먹인다거나 하는 방법들도 많이 연구되고 있다. 하여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죄다 끄집어내서 해봐야 하고, 된다 싶은 것은 더욱 연구해서 효율을 높이고 널리 퍼뜨려야 한다.
관련하여, 넷플릭스(한국판) "대지에 입맞춤을"이라는 다큐를 추천한다.
이런 생태적인 노력은 그동안 화려한 기술이나 기계 문명적인 해결책에 눈을 돌리느라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겼던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인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사실 이쪽에 더 많이 있다. 아울러 이런 모든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이 지금과 같은 파괴 활동을 줄이는 것이다. 소고기를 덜 먹고, 덜 버리고, 욕심을 덜 부려야 한다. 사실 이것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앞에 강요되는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대량생산 / 대량소비의 시대를 끝낼 수밖에 없고, 끝내야만 한다.
※ 이번 글과 관련하여 강력 추천하는 책이 있다.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 이 책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이번 글에서 소개하려고 애썼다. 책값이 부담되는 분은 동네 도서관에 신청해서라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다음 글부터는 지금까지 다룬 넷제로와 탄소흡수의 목표 달성을 위한 "서포트"에 해당하는 것들을 다뤄보기로 하겠다.
이 부분은 기술, 자본, 정책, 행동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로 나눠서 논의하기로 한다.
다음 글 보기 : 기후위기 해결하기(8) - 탈탄소를 돕는 4차산업혁명 기술들 (tistory.com)
'위즈덤 프로젝트 > 기후 위기(climate cri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위기 해결하기(9) - 정책과 제도로 서포트하기 (feat. 부동산과 복지 정책, 사우디 네옴시티) (0) | 2023.07.28 |
---|---|
기후위기 해결하기(8) - 탈탄소를 돕는 4차산업혁명 기술들 (0) | 2023.03.16 |
기후위기 해결하기(6) - RE100과 글로벌 대기업들의 참여 (1) | 2023.03.08 |
기후위기 해결하기(5) - 청정에너지 늘이기 (0) | 2023.03.08 |
기후위기와 해결하기(4) - TESLA 라는 회사의 등장 (1) | 2023.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