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테슬라의 마스터플랜 3 발표는 솔직히 너무 좋았다. 특별히 청정에너지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겠다는 거대한 탈탄소 목표를 향해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탈탄소를 향한 가장 좋은 길은, 복잡하게 사람들 이타적인 마음 끌어내고 환경의 소중함이 어떻고 ESG 어쩌고 뭐 정치를 바꾸고 생명 사랑 그런 것 물론 다 중요하지만, 일단 "돈"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움직인다. 더 싸게 전기를 만들고, 내연기관보다 더 싸게 전기차 타게 해주고, 그렇게 해서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더 싸게 추위와 더위를 해결하며 살게 해준다는 전 지구적인 플랜을 일개 기업이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구인으로서 참 고마웠다. - 2023.3.2.
계속 이어서 가보자.
청정에너지 발전의 종류는 앞의 글에서 소개했지만, 그 중에 요즘 가장 각광 받는 것은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이다.
풍력발전은 원리적으로 바람이 팬을 돌려 만들어지는 회전 운동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변환한다는 차원에서 과거 인류가 오래 사용했던 풍차와 완전히 똑같은 것이다. 튼튼하게 잘 만들어서 바람 잘 부는 곳에 한번 세워 놓으면 알아서 에너지를 만든다. 다만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에 가까울 경우 소음/진동/미관 등의 불만이 있어서 요즘은 해상풍력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그 동네에 사는 물고기들은 불편하겠지만..... 지난 정부에서 새만금 앞바다에 대규모 풍력발전소를 만들기로 했는데 정권 바뀌면서 이게 어찌 될지?? 마음이 간당간당 하다.
태양광발전은 인류가 처음 써보는 기술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걸 "태양열" 발전으로 착각한다. 태양열은 오목거울로 햇빛을 한 점에 모아서 물을 끓이고 그 증기로 팬을 돌리는 원시적인(?) 방법이라면, 태양光 얘는 사실 반도체 기술이다. 태양광 패널은 빛을 받으면 반영구적으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물질로 만든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ㅎㅎㅎ 좌우지간 너무나도 청정하고 간편한 방식이다. 문제는 얘가 반도체다 보니 한동안 꽤 비쌌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 첫인상 때문에, 태양광 발전이 좋긴 해도 엄~청 비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에 반도체소자 및 소재기술의 혁신으로 발전단가가 무려 90% 가까이, 어마무시하게 낮아졌다.
워낙 효율이 좋아서 기존 석탄발전이나 원자력발전과는 비교가 불가능하고, 풍력보다도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 이미 Only 태양광 발전만으로도 소도시 하나쯤은 에너지 자급이 가능할 수준까지 기술은 올라와 있다.
그래서, 엊그제 테슬라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구 표면적의 0.2%만을 (혹은 사하라 사막의 1.2%만을) 태양광 패널로 바르면(?) 전 인류가 사용할 모든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걸 하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은 화석연료를 지금처럼 쓰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한참 저렴하다. 즉, 이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렴해서라도 빨리 태양광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혹자는 태양광 패널에 먼지가 쌓이면 어쩌냐고 하는데, 먼지는 털면 된다.
이 분야에 현재 가장 앞서있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얘네는 태양광을 하기 위해 갖출 것을 다 갖췄다. 원료도 있고 기술도 있고 공장도 있고 태양광 패널을 깔 땅도 넓다. 고객도 줄을 섰다. 그런데다가 공산당 정부에서 워낙 팍팍 잘 밀어줘서 관련 기업들의 텐션도, 수출 물량도,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도 매년 50%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따라가고 있다.
한국은...... 음, 어째 갑자기 손가락에 마비가 오면서 타이핑이 잘 안된다. 한국 이야기는 여기서는 일단 넘어가자. 정권 바뀐 뒤로 태양광 기업들은 문 정부 때 무슨 혜택 받았느냐며 줄줄이 세무조사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는 판이다. -_-
지구촌 곳곳의 청정에너지 전환
태양광 발전 효율이 높아져서 이제 일상생활에 쓰이는 전기 정도는 100% 재생에너지로 돌리는 꿈이 점차 더 가까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비교적 잘 알려진 '독일의 보봉 마을' 같은 경우를 보면 희망이 생긴다. 중국, 베트남, 인도 등의 시골마을처럼 기존에 전력 인프라가 부족했던 지역일수록 오히려 신재생에너지로 더 빠르게 전환중이다. 마을회관 옥상부터 시작해서 집집마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공용주차장, 양식장 등에 태양광 패널 덥개를 씌우고 있다. 마치 유선전화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스마트폰을 쓰게 되는 원리와 같다.
얼마 전에 인도의 구자라트에 있는 한 마을이 태양광만으로 평생 쓸 모든 에너지를 충당하고 있다고 뉴스가 난 적이 있다. 소요되는 전기량이 적은 이런 시골 마을들은 쉽게 청정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이런 전환을 위해서는 대규모 국제적인 기금(ex. EU proposes loss and damage fund to help poor countries cope with climate crisis)도 마련되고 있으니, 시골마을의 청정에너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히려 빠를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들이다. 제주도처럼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곳은 쉽게 청정에너지로 변화가 가능하고 이미 제주도는 전기가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 등 대도시는 필요로 하는 전기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태양광 패널로 도시를 다 덮는다는 발상은, 쉽지 않다. 민감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미관상 안좋다며 우리 집 지붕에는 설치하지 마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람이 많으면 의견도 많고, 합의가 훨씬 더 어려워지는 법이니까.
그래서 대도시의 경우 거시적인 정책과 협력/지원이 마련되어야 하고, 증세 문제도 합의되어야 한다. 도시 구조를 생태적으로 바꾸고 대중교통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하여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필요성 자체가 줄어들게 만드는 것은 청정에너지 전환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건물의 냉난방 효율을 개선하는 것도 물론 엄청난 효과가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이를테면 돈이 좀 비싸더라도 태양광 패널 디자인을 최대한 이쁘고 멋있게 해서(ex. Tesla SolarCity BM) 감성적인 접근을 한다든지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종합적인 변혁에 상당히 앞서가는 도시들이 있다. 바르셀로나, 함부르크, 시드니, 밴쿠버, 샌디에고, 바젤, 시에틀, 포틀랜드, 코펜하겐 등은 청정에너지 100%를 실현하는 작업에 모범적인 대표 도시들이다. (뒤에 나올 '탄소흡수' 부문에서 이 도시들이 무슨 변화를 하고 있는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한국의 제주도는 인도, 동남아 등의 시골모델을 따라 노력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청정에너지 지역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많은 다른 대도시들은 제주도 방식의 단순 카피만으로는 안 먹힐 것이다. 모범적인 대도시 모델을 따르거나, 아니면 우리만의 방식을 창안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p/s.
풍력과 태양광의 단점은 날씨를 탄다는 것이다. 풍력은 바람이 안 불 때, 태양광은 흐리거나 비 오는 날, 효율이 급감한다. 그래서 얘네가 생산한 에너지를 평소에 잘 저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물론 그밖에도 난제는 많다. 땅이 좁은 한국으로서는 특히 난이도가 더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할 길이고, 길게 보면 더 쉬운 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것은, 풍력이든 태양광이든, 신재생에너지는 어느 하나가 만능이 되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고, 여러방식들이 상호 보완해야만, 화석연료 퇴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뭐가 좋고 나쁘고를 따질 때가 아니라고 본다. 뭐든지 되는 것은 죄다 긁어 모아서, 화석연료를 조속히 퇴출시키고, 청정에너지를 어떻게든 최대치로 끌어 올려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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