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피렌체에 도착했을 때는 하필이면 유럽 최대의 명절(?) 부활절 휴가 시즌이었다. 주요 관광지에 사람이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숙소도 비쌌고, 그나마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도심 외곽에 있는 캠핑장을 처음 이용해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아서 대만족이었다. 우리가 이용한 캠핑장 브랜드는 ↓ 이것이었다.
이탈리아의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3개 지역에서 운영되는 이 캠핑장(글램핑 장) 체인점은 시스템이 꽤 잘 되어 있어서 우리같은 초짜 외국인 여행자들도 이용하기 좋았다. (광고 아님) 우리는 이곳 피렌체 지점에서 3박을 이용했었고, 나중에 베네치아 지점에서 또 3박을 했다.
편리한 시설과 깔끔한 주변환경은 물론이고, 모든 STAFF가 친절하고 영어에 능통해서 숙박에 필요한 도움을 즉시 받을 수 있었다. 구내에 매점이나 식당도 있고, 특히 코인 세탁/건조실이 있어서 여행자에게 매우 땡큐하다. (아, 이제 카드도 되니까 코인이라고 하면 안되갔구나...)
무엇보다 도심까지 왕복 셔틀버스를 저렴하게 제공해서, 낯선 곳에서 운전이나 주차 등의 스트레스 없이 동네 사람처럼 돌아다닐 수 있다.
딱 하나 불편한 점 : 전기 포트가 없음... 한국인은 여행 중에 끓인 물 쓸 일이 많다. 컵라면도 먹어야 되고... 우리는 누룽지나 컵스프, 믹스커피, 전투식량 따위를 곧잘 챙겨 다니는데, 끓는 물이 필수다. 저번 영국/스코틀랜드 여행 때는 전기포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편리하게 썼었는데 이번엔 깜빡 했더니만 식비로 돈이 엄청 깨졌다. 그 사실을 여행 첫째 날 바로 알았는데, 그 때라도 저렴한 전기포트를 하나 살 것을... 여행 마칠 때까지 후회했다. 유럽 다니실 분은 반드시 여행용 전기포트를 챙겨가시길... (이게 객실에 구비된 숙소라 하더라도, 유럽은 워낙 내부에 석회가 끼곤 해서 사용하기 꺼려질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캠핑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든 피렌체 도심지로 향했다.
날씨도 정말 무쟈게 좋았다.
역시나 시즌이 시즌이다보니 우피치 미술관은 줄을 하염없이 서고 있었다. 우린 이번엔 줄 오래 서는 곳은 모두 패스했다. 그동안 유럽에서 미술관을 너무 자주 봤었기에 이번엔 시간을 다른 곳에 쓰고 싶었다. 게다가 피렌체 카드를 사야 줄을 덜 서는데 그걸 사기에는 너무 빡쎄게 다니기도 싫었고, 무엇보다 이 시즌은 어차피 우피치 예약이 이미 2월 초에 끝나버렸.....
우피치 미술관 앞에서 바라본 베키오 다리. 날씨가 좋으니 평화롭고 예뻐 보인다. 하지만 지금 사진을 찍는 내 뒤로는 전쟁통인가 싶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지나가고 있다. ㅋㅋㅋ
영화 '다빈치 코드' 시리즈 3편인 '인페르노'가 피렌체를 배경으로 많이 찍었는데, 베키오 다리가 초반에 나온다. 관련해서 이 포스팅이 아주 잘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인페르노에 나오는 이탈리아명소 (brunch.co.kr)
다리 위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숨 쉬기가 불편할 지경이었다. 코비드/독감 걱정도 되고...
다리에서 서쪽을 바라본 장면. 저기 보이는 다리 이름은 삼위일체(St Trinity) 다리이다. 나중에 저기도 건너가게 된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양쪽에는 보석상 등 멋진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들여다보니 이런 가게는 창밖 경치가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들 외관이 너무 고급스러워서(?) 선뜻 발길이 가지는 않았다. 밖에서 사진만 찍고, 빠른 포기....
위에 소개한 블로그에서도 잘 설명했고,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도 자세히 나왔지만, 이 다리는 구도심의 베키오 궁전에서부터 쭉 이어져서, 우피치 갤러리와 베키오 다리 상층부를 지나 신도시(?)에 해당하는 피티 궁전 이어지는 메디치 가문의 귀족 전용 통로 중 일부이다. 일반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고, 따로 투어 신청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다시 다리를 건너와 구도심 쪽으로 걷다보니 베키오 궁이 똭 보인다. 홀린 듯 그쪽으로 걸어갔다.
베키오 궁 앞의 시뇨리아 광장. 사람들이 엄청났다. 이곳엔 짝퉁 다비드 상을 비롯하여 각종 조각상이 있고, 분수가 있고... 비둘기가 있고... 뭐 그렇다.
단체 관광객도 정말 많았다. 아무래도 봄 시즌이라... 여기저기서 가이드로 보이는 사람들이 해설을 해주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사람이 많으면 기가 빨리는 체질이라 급속도로 배가 고파졌다. (응?)
식당을 찾아 골목길로 들어섰는데, 골목 구석구석이 예술이다. 틈틈이(?) 보이는 대성당 두오모의 존재감도 대단하다.
알베르토 덕분에 한국인에게 유명해진 Sapori Toscani Street Food에서 파니니 두 덩어리를 사들고 좀 조용한 곳을 찾아서 먹으면서 쉬었다. 공원인 줄 알고 들어선 이곳은 피렌체 공공 도서관 안뜰. 이곳은 관광객이 찾지 않아서 모처럼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근데 우리 부부는 어느 도시에 가든지 계획적이든 아니든 운명처럼 그 도시의 공공 도서관에 기어 들어가게 되는 듯하다. ㅋㅋㅋ) 파니니 속의 햄이 너무 짜서 비둘기와 참새들에게 좀 던져주었는데 아주 대환장 파티가 벌어졌다. 핵심 관광지에서 밀려난 애들이라 그런지 제대로 먹을 줄 모르는 애들도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찾아온 광장에는 마침 피렌체 대성당이 있었다. (응? ㅋㅋㅋ) 이젠 대성당 같은 건물엔 큰 흥미가 없는 우리 부부는 일단 커피부터 챙겼다. 아무래도 핵심 관광지라서 자릿세가 비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렴한 까페의 최고 명당 자리에 앉아서 대성당 외관을 감상하는 시간이 무척 좋았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대성당 서쪽 파사드를 보러 이동했다. 피렌체 대성당 건축은 다른 곳들과 달리 채플과 세레반이 있는 세례당과 종탑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각각 다른 것을 보는 느낌이지만 결국 하나의 거대한 성당이라고 이해하고 보면 된다. 나중에라도 자세히 확대해서 보려고 사진을 찍었다.
서쪽 파사드와 조토의 종탑.
청동문
색채감과 조형미, 기하학적 균형미에 있어서 조각 예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큰 모니터에서 클릭해서 크게 보시길~)
건너편 세례당. 여기에는 황금색 문이 있는데(동쪽 문), 각 구획에 담긴 조형물들은 성경(구약)의 다양한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아래) 구글을 찾아보지 않고 하나씩 보면서 아내와 함께 무슨 스토리인지 맞춰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른 쪽 문에는 공관복음의 행적이 표현되어 있다고 했는데 사진을 못 찍었네...
.... 물론 이런 사진을 찍는 동안 내 뒤로는...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사실, 사진기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혼자서 오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찍을만큼 찍었으니 빠져주자...
다음으로 간 곳은 비교적 관광객의 관심이 덜한 박물관이다. 메디치 가문의 보물들을 전시해 놓은 무덤 겸 가족 예배당이다. 여기도 돈을 내긴 하지만 인기 관광지보다는 싸다. 줄도 짧다.
가방 보안 검색을 마치고 들어가면 마치 박물관처럼 잘 정돈된 반지하 홀에 메디치 가문에 대한 소개 및 그들의 무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다.
성당 같은 데서나 보던 유골함도 적나라하게 전시되어 있다. 현대인이 보기엔 약간 기괴해 보이지만, 중세 르네상스 시대엔 일반적이었을 것이다. 다만, 보통은 성인들이나 유명한 교황의 유골을 많이 봤는데 귀족 가문의 화려하게 장식된 집단 유골함을 잔뜩 본 것은 처음이라, 좀 신기했다.
드디어 계단을 올라서 메디치 가문의 전용 예배당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화려한 천장(돔)이 눈에 띄었다.
당시에도 귀족들이 가족 전용 예배당을 만드는 것은 일반적이었고, 우리 부부도 유럽 여행 중에 다른 곳에서도 종종 봤지만, 규모가 이렇게 큰 것은 처음이다. 채플 규모만 놓고 보면 웬만한 도시의 대성당 규모를 능가한다. 실제로도 아마 세상에서 가장 큰 가족 예배당이 아닐까 싶다. 누가 메디치 가문보다 승하랴!? ㅎㅎㅎ
정말로 그런가 궁금해서 Ai에게 물어보니 정말로 그렇다고 ㅋㅋㅋ
주의!! 그런데 이놈의 Ai가 하는 소리가 다 맞는 소린지 그럴듯한 헛소린지 항상 스스로 분간해야 된다. 동방박사의 여정이라는 프레스코화는 다른 궁전(메디치 리카르디 궁전 Palazzo Medici Riccardi)에 있는 작품이거든... #허풍입니다허풍
휴대폰을 바닥에 놓고 3초 타이머로 찍으니 깔끔한 천장화(?) 및 그 주위 인테리어가 한 눈에 들어온다. 클릭해서 크게 보시길~. (내가 그렇게 찍는 걸 보고 신박하다 여겼는지 주위 관광객 두엇이 따라했다. 근데.... 옆으로 확 비켜야지 그걸 들여다보고 계시면.. 그게 셀카지......;; ㅋㅋㅋ)
구석구석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다 올릴 필요는 없겠다.
이제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는 방으로 이동한다.
확실히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이 주는 아우라 탓인지, 조각상이 다른 것과는 다른 기운(?)을 풍긴다.
게다가 이곳 조각상들은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일부러 미완성으로 남겨둔 얼굴이라든지, 정말 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그 속에 품고 있을것만 같은 표정들이, 어떻게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 된다. 이래서 그 고생을 하고 유럽까지 와서, 줄을 서서 미술관에 직접 들어가는 모양이다.
바로 옆에 메디치 가문의 멋진 도서관(라우렌치아나 도서관)도 있는데 이날은 무슨 일인지 문을 닫아서 아쉬웠다. 세계최초의 공공도서관이라고 하며, 소유는 메디치 가문이 했지만 사용은 일반 시민에게도 오픈했다고 한다. 르네상스의 정신이다. 입구의 예술적인 구름계단을 미켈란젤로가 디자인 했다고 해서 꼭 보고 싶었는데 아쉽...
대신에 이걸 본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메디치 예배당에 올라가는 계단이다. 대충 비슷한 느낌이겠거니 생각하기로... ㅋㅋ
식사는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했다. 전통시장 느낌일 줄 알고 갔지만 이미 현대적으로 리모델링 된 푸드코트였다. 가격도 현대화(?) 되어서 딱히 저렴하지 않았고, 어딜 가나 인산인해.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돌아오면서 아름다운 피렌체의 모습을 한 번씩 더 눈에, 가슴에, 담았다.
내일 경험할 또 다른 피렌체를 기대하며...
다음 글 : [이탈리아 5편] 피렌체(2) - 다빈치 박물관, 산타 크로체 성당, 미켈란젤로 광장(언덕)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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