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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발전이 역사 연구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특별히,
이에 대응하는 목회자/신학생의 구체적인 스터디 방법론은 무엇인가

※ 국내 모 스터디 그룹을 대상으로 강의(1h) 후,
질문답변(2h) 시간에 나누어진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 AI는 학습과 해석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으며, 연구자들은 이전에 자료에서 찾을 수 없었던 새로운 결론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기존 권위자들의 책이나 자료에 의지해 가르치고 활동해 왔으나, 이제는 그러한 기반을 비판적인 관점으로 새롭게 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AI의 연산 방식은 결국 통계에 기반하기에 자연스럽게 다수의 선택인 '정설'에 강력한 권위를 부여한다. 연구자가 비판적 사고 없이 AI를 쓰면 기존 학설의 늪에 매몰되기 딱 좋다. AI는 가장 대중적이고 안전한 답을 내놓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의도적인 '가스라이팅', 즉 특정 관점을 강제로 주입하는 프롬프팅이 필요하다. AI가 당연시하는 전제를 흔들고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AI는 단순한 정보 검색기가 아니라 연구자의 사고가 막힐 때 통찰을 주는 비판적 대화 상대여야 한다. 노트북LM 같은 도구로 나만의 자료를 통합해 거시적 흐름을 분석하는 식의 협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데이터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면 AI라는 파도를 탈 줄 아는 항해술이 필요하다.

연구의 질은 결국 어떤 텍스트를 손에 잡느냐에서 결정된다. 오늘날 신학 공부의 현장에는 밀도가 낮고 쓸모없는 2차, 3차 자료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신학교의 연구 방식 또한 석사논문 각주가 온통 '이비드(Ibid)'로 도배될 만큼 빈약한 경우가 많으며, 이는 일반 학문 세계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죽고 나서 봐도 될 현대 신학자들의 책보다는 영원한 가치가 있는 1차 자료와 표준문서를 보는 것이 '남는 장사'가 된다. 신학교 식의 단편적이고 경건 위주의 연구 습관을 버리고, 세속 학문의 엄밀한 방법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신학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자료의 위계를 철저히 세우고, 가장 순수한 형태의 정보원인 사료(source)로 끊임없이 회귀해야 한다. 그것이 정보 과잉 시대에 학문적 정체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역사는 박제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해석자의 관점이 담긴 '작품'이다. 인간의 한계 때문에 완벽한 해석은 불가능하지만, 하나님의 뜻에 가까운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역사가의 소명이다. 종교개혁사를 선악 구도로만 보는 유치한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시의 정치·사회적 역학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공간에 대한 이해는 역사의 해상도를 결정한다. 단순히 글자로만 역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구글 어스(Google Earth)와 같은 3D 지형도를 활용해 사건의 현장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이델베르크 성의 지형이 단순한 '배산임수'를 넘어 유럽의 물줄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를 지녔음을 이해할 때, 당시의 역사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교회 교육에서도 지식 전달보다 중요한 건 학습자의 '필요'를 자극하는 것이다. 아무리 귀한 진리라도 듣는 이가 갈급하지 않으면 소음일 뿐이다. 공부가 왜 필요한지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매력적인 '트릭'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목회자는 압도적인 자유 시간을 확보해 전문적인 스터디에 매진해야 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숙독, 발제, AI를 통한 심화 질문 생성, 그리고 자기 글로 정리하는 내면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4단계 과정을 통과해야 비로소 지식은 피와 살이 된다. 정보의 민주화로 인해 평신도보다 지식 우위에 서기 힘든 시대다. 성직자의 권위를 세울 방법은 오직 엄밀한 방법론에 입각한 지속적인 공부뿐이다.
결국 AI 시대의 연구자는 기술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어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통계적 정답에 안주하지 말고, 그것을 딛고 넘어서는 고유한 해석을 내놓아야 한다. 1차 사료라는 단단한 지반 위에 서서, 공간적·인과적 맥락을 짚어내며, 시대적 필요에 답하는 글쓰기를 수행해야 한다. 연구는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흩어진 파편들을 모아 하나의 세계를 재구성하는 창조적 작업이다.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되, 핸들은 연구자 본인의 치열한 비판적 이성이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의 홍수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진리의 본질에 가닿을 수 있다. 인간 연구자의 실존적 고민과 AI의 계산 능력이 결합할 때, 비로소 시대가 요구하는 신학적 통찰이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