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털 이야기
황희상 나에게는 털이 있다. 굵기와 색상도 매우 다양하다. 특히 수염의 경우 워낙 강인하고 풍성한 탓에, 웬만한 전기면도기 따위는 한두 달 내로 망가뜨릴 수 있다. 면도기에 지출되는 재정이 부담이 되어 한때는 수염을 계속 뽑아보기도 했으나, 이는 수염의 기세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못하였고, 단지 피부노화를 재촉할 뿐이었다. 수염만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다. 오늘은 블루클럽 헤어디자이너 아주머니의 손가락에 내 머리털이 박히는 바람에 작은 소동이 빚어졌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생기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 털은 내 털임에 분명했고, 책임감을 느낀 나는 속히 쪽집개를 가지고 오시라고, 빼드리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프로 정신이 투철한 그분은, 먼저 손님 머리부터 완성해야 된다며, 고통을 참으며 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