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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치악산

category 트래블 메이커/1976~ 대한민국 2019. 7. 31. 15:53

나는 대체로 집돌이에 해당하지만, 여행도 좋아한다. 봄이 되면 근질근질해서 죽겠다가, 추워서 결국 안 나가고.. 그러다가 4월이 되면 더 이상 못 참고 뛰쳐 나가는 것이 매년 반복되는 패턴인 듯하다. 그런데 이 때는 차를 몰고 간 것이 아니라 시외버스를 탄 것으로 보아, 우발적인 여행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

치악산 구룡사 쪽으로 1박 여행을 떠났다. 버스로 원주까지 가서, 거기서 다시 구룡사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잠은 구룡사 정류소 근처 민박에서 묵었다. 계획한 것도 예약한 것도 아니다. 막상 버스에서 딱 내렸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주위가 깜깜해졌다. 우리는 당황해서, 다시 이 버스를 그대로 타고 시내로 나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근데 옆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가 우릴 물끄러미 보시더니, 우리 집 민박 하는데 가실라우? 해서, 따라가게 됐다. ㅎㅎㅎ 컴컴한 밤에 계곡을 건너 산길로 접어드는 순간 살짝 무서웠는데 (할머니 치마 밑으로 꼬리가 보이는지 살펴봄...) 다행히 바로 민가가 나타났다.ㅋㅋㅋ

이번 여행을 함께 했던 스누피 군.

 

다음 날 아침. 조금 늦게 일어났더니 집 주인은 안 계시고(읍내에 축제가 있어서 가셨ㅋㅋ), 마루에 밥상이 차려져 있다. 민박 2만원 냈는데, 조식도 공짜~! 지금 생각하니, 저 때만 해도 참 좋은 시절이었다. ㅎㅎㅎ

간밤에 공포에 떨면서 할머니 뒤를 따라 건넜던 구름다리 ㅋㅋㅋ
구룡사 도착. 얼마 전에 화재가 있어서 문화재가 소실된 안타까운 현장이다.
당시 불에 타고 남은 것을 모아두었다. 금속이 저렇게 녹을 정도였다니..
구룡사에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간다.
4월 여행의 매력은 꽃 구경 아닐까.
세렴폭포 도착. 온갖 근심을 씻어버리라는 뜻의 폭포에서 쉬면서... 우리도 수많은 근심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

 

읍내로 내려와보니, 복사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

솥뚜껑에 부치는 단순한 부침개가 어찌나 맛있던지... ㅠㅠ
이른 점심을 야무지게 먹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 허덕이던 우리 부부에게 정말 생명수처럼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