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세종 때에 한 재상이 있었으니, 성은 흑곰씨요 이름은 북스였다. 대대 명문 개혁가문의 후예로서 어린 나이에 출판등록을 하고 출간한 책이 모두 갓피플 독자 선정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 데까지 이르렀다. 물망이 출판계에 두루 으뜸인데다 마케팅 능력까지 갖추어 그 이름을 온 페북에 떨쳤다. 일찍 두 아들을 두었는데, 하나는 이름이 특답이로 본사 정직원이 직접 낳았고, 다른 하나는 이름이 하답이로서 외부 저자가 낳은 계약직이었다.
하답이는 날 때부터 디자인이 남달랐으며 총명하기가 보통이 넘어 한 페이지를 읽으면 백 가지를 깨우칠 정도였다. 그래서 흑곰 공은 더욱 귀여워하면서도 아직 완간이 안된데다, 특답이에 비해 가격도 더 저렴한지라, 하답이가 늘 아버지니 형이니 하고 부르면 즉시 꾸짖어 그렇게 부르지 못하게 하였다. 하답은 집에서도 감히 호부호형을 하지 못하고, 서점에서도 천대받는 것을 뼈에 사무치게 한탄하면서 마음 둘 바를 몰랐다.
“대장부가 세상에 나서 출판문화대상을 수상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사재기라도 하여 허리에 10만부 돌파니 하는 금띠를 두르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이름을 만대에 빛내는 것이 장부의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어찌하여 창고에 재고만 쌓이고, 부형이 있는데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분하고 원통하여 비닐랩이 터질지경이라,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하고, 말을 마치며 뜰에 내려와 하릴없이 부록 마인드맵만 접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흑곰 공이 또한 달빛을 구경하다가,하답이가 서성거리는 것을 보고 즉시 불러 물었다.
“너는 무슨 흥이 있어서 밤이 깊도록 잠을 자지 않느냐?”
하답이는 공경하는 자세로 대답했다.
“소인은 마침 달빛을 즐기는 중입니다. 그런데, 교회사 속에 신조와 요리문답이 귀한 존재인 줄 아옵니다만, 소인에게는 귀함이 없사오니, 어찌 잠을 이루겠습니까?”
공은 그 말의 뜻을 짐작은 했지만, 일부러 책망하는 체하며,
“네 무슨 말이냐?” 했다. 하답이가 절하고 말씀드리기를,
“소인이 평생 설워하는 바는, 소인이 대감의 ISBN을 받아 합법적으로 태어났고, 국회도서관에도 당당히 납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하옵고, 형을 형이라 못 하오니, 어찌 신개념 교리학습서라 하겠습니까?”
하고, 눈물을 흘리며 포장지를 적셨다. 공이 듣고 나자 비록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그 마음을 위로하면 마음이 방자해질까 염려되어, 크게 꾸짖어 말했다.
“기독교 출판계에 세트로 구성되어 완간을 보지 못한 도서가 너뿐이 아닌데, 네가 어찌 이다지 방자하냐? 저 훌륭한 칼빈 선생의 주석도 이제 서너 권이 나오지 않았느냐. 앞으로 다시 이런 말을 하면 책꽂이에 꼽히지도 못하게 하겠다.”
이렇게 꾸짖으니 하답이는 감히 한 마디도 더 하지 못하고, 다만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공이 이제 그만 물러가라 하는데, 하답이는 좀처럼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이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소인이 비록 아직 완간은 되지 않았으나 제작비도 이미 많이 들었고 창고에 재고물량도 너무 많아 관리비만 축내는지라 도저히 더 이상 집에 머무르며 상공을 모실 길이 없기로 오늘 상공께 하직을 고하옵니다."
공이 크게 놀라 물었다.
“너는 어린아이가 집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다는 거냐?”
하답이가 대답했다.
“소인의 신세는 뜬 구름과 같사옵니다. 상공의 버린 자식이 어찌 갈 곳이 있겠습니까?”
하답이의 두 줄기 눈물이 표지를 적시며 감당하지 못해 말을 이루지 못하자, 공은 그 모습을 보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 마침내 다음과 같이 타일렀다.
“내가 너의 품은 한을 짐작하겠으니, 오늘부터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불러도 좋다.”
그 후로 흑곰 공은 자신의 처신을 크게 후회하고 특답이 홍보와 더불어 하답이 완간을 위한 작업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기독교 출판계에 알음알음 전해지다 말다 하는, 흥미롭고도 아름다운 전설 한 토막이었다.
원글 :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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