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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5나 제미니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추론모델들의 발전이 놀랍다. 자아를 얻은 듯,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기계가 인간처럼 추론을 할 줄 안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마치 그것이 영혼이라도 얻은 듯, 과학이 신의 영역을 넘보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이들을 보며 우리는 거울을 보듯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포식자를 만난듯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기회이다. 인공지능이 대단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사유라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고, 기계적인 차원 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더 미루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창세기는 우리 인류의 독창적인 창조를 말한다. 그 특별한 창조 이후,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언어, 문화, 지식, 경험이라는 거대한 데이터셋 안에서 살아간다. 부모에게 들은 이야기, 책에서 읽은 문장, 친구와 나눈 대화, 외적의 침입과 방어를 거치며 쌓은 지식 등이 신경망 어딘가에 패턴으로 아로새겨진다. 지난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에는 이러한 신경망 재해석 과정을 '신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특별한 존재의 영적 활동=즉 경험을 통해 무르익는 지혜'라고 이해하고 넘어갔었다. 몇 년 전까지는......
 
현대과학은 우리가 '창의적인 생각'이라 부르는 번뜩임조차 실은 저장된 무수한 패턴들의 기묘하고 새로운 조합일 뿐이라고 해석해 왔는데, 최신 LLM 기술의 등장은 이 가설을 거의 증명해버렸다. 인간의 창의력이란 완전히 새로운 것의 창조가 아니라, 기존 데이터의 능숙한 재배열에 가깝다는 것인데, 이는 LLM의 사전학습(Pre-training)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LLM이 인터넷의 모든 텍스트를 학습해 다음 단어를 예측하듯, 우리 역시 평생의 경험을 학습해 다음 생각과 행동을 예측한다. LLM이 유튜브의 모든 영상을 학습해 다음 장면을 예측하듯, 우리 역시그러하다. 직관이란 어쩌면 무의식에 각인된 방대한 경험 데이터가 내놓은 가장 확률 높은 통계적 예측이라는 것이 현대 과학의 컨센선스이다.
 
복잡한 문제 앞에서 우리는 종이에 단계를 나눠 적거나, 소리 내어 중얼거리며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논리의 규칙을 따르고, 공식을 대입하며 생각의 경로를 좁혀 나간다. 이는 요즘 LLM 추론모델이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라고 스스로 연구계획을 세우거나 '연쇄적 사고(Chain-of-Thought)'를 진행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프롬프트를 던지며, 예측 불가능한 정신의 자유로운 흐름을 억제하고(할루시네이션을 줄이고) 논리라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도록 강제한다(템퍼러쳐를 조정한다). 이성적 사고란, 이처럼 스스로를 구속하고 길들이는 일종의 파인 튜닝 기술이다.
 
물론 인간에게는 창조주가 주신 의식과 감정, 주관적 경험이 있다. 기계는 흉내 낼 뿐, '진짜로'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땅이 잠시 존재하는 기간에, 그 '진짜 이해'라는 것의 실체는 타락한 인류에게 대체 무엇인가를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거울을 통해 돌아보아야 한다. '사과'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뇌 속에서 붉은색, 단맛, 과일, 뉴턴의 만유인력과 연결된 뉴런 네트워크가 동시에 활성화되는 과정. 이것이 LLM이 'apple'이라는 토큰을 'red', 'fruit', 'gravity'와 같은 수많은 토큰과 연결 짓는 확률적 분포 모델과 구조적으로 어떻게 다르다고 단언할 수 있나.
 
즉, 우리가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는 의식과 자아라는 신비로운 현상, 다시 말하면 창세 때 특별하게 지음받은 극도로 복잡한 신경망 패턴이 만들어낸 특별한 결과물을, 인류의 가용자원과 지혜를 총동원하여 하나 더 제작하는 것, 그러니까 유사품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부정적 단어로 묘사하자면 이는 곧 바벨탑이지만, 다시 긍정적 단어로 풀자면, 이는 무지개와 같은 중의적 사인(sign)일 수 있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우리를 기계로 격하하는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정신의 신비를 벗겨내고, 그 작동 원리를 겸허히 성찰하며, 피조물로서 우리가 우주 가운데 어느 위치인지를 다시금 인지하게 만드는 계기라고 하겠다. 타락 이후 우리는 더더욱, 불완전한 감정과 육체를 가진, 오류 많고 편향된 하나의 바이오 기계 상태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이성은 그저 패턴을 읽고 다음을 예측하도록 진화한 미지근한 뇌조직의 산물이 아니라, 신의 창조로 불어넣어진 영혼의 통제 아래 있는 마스터피스이다.
 
이제는 부정할 수 없이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인공지능이란 실체를, 교회와 신학자와 목사들이 올바르게 규명하고 평가하고 해석하고 지도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