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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교리 교육 '특답' 이 필요하다

화제의 교리 교육서 <특강 소요리문답> 저자 황희상 인터뷰


인터뷰/사진 허영진

▲ 화제의 교리 교육서 <특강 소요리문답>의 저자 황희상을 광화문 성곡미술관 앞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떻게 보면 이건 미친 짓입니다."

작년 11월 저자 황희상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다. 페이스북 친구였던 그가 필자가 근무하는 K문고에 첫 거래를 트러 온 날이었다. 오늘날 개신교의 교리와 교리교육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고리타분하게 교리 학습서를 내느냐 말이다. 성령님, 하나님께 직통 계시받는다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게다가 개신교에서 교리란 말은 거의 화석화되지 않았나? 놀랍게도 그의 <특강 소요리문답>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11월에 상권이, 올해 2월에 하권이 나온 교리 학습서다. 상권은 출간 후 교보문고 개신교 분야 전체 주간 판매 순위 21위에 올랐다. 하권은 출간 전에 갓피플에서 예약 판매도 받았다. 인터넷 서점의 '예판'은 소위 팔리는 책 위주다. 독자들의 반응이 있었단 이야기. 현재 갓피플 목회와 신학 분야에 상하권을 묶은 패키지가 5위다. 10위권 안에 상권과 하권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현재 개신교 상황을 고려하면 기적 같은 일이다. 첫 만남 중에 그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하권이 나오면 저하고 인터뷰 한 번 하시죠"라고. 책의 반응을 봐서라도 그를 다시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광화문 모처에서 그와 그의 아내이자 책을 펴낸 '흑곰북스'의 정설 대표를 함께 만났다.


 

- 페이스북 보니 그동안 수염을 길렀던데 지금은 말끔하다.

신학대학원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식에 어른들도 오시고 신대원에서 문학 석사 학위는 나 혼자다. 수염 기른 채 나가면 예의가 아니다. 인터뷰도 해야 하고(웃음).

- 특이하게 신대원 학위가 목회학 석사(M.div)가 아니고 문학 석사(M.A)다.

원래 목회를 할 생각은 없다. 그간 교리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목회자는 아니지만 교리 교사로서 살기 위해서 일종의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책을 쓰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마침 고신 신대원에 문학 석사 과정이 있었다. 논문도 교리와 관련된 주제로 썼다.

- 솔직하게 고백 하나 하겠다. 처음 봤을 때 멀쩡히 다니던 회사 그만 두고 전세금 빼서 교리 학습서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진짜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해도 정상은 아니다(웃음). 그래도 현장에서 책에 대한 반응이 온다. 페이스북에서도 여러 페친들이 뜨겁게 '좋아요'를 눌러 주고 있고. 지금은 전 재산이었던 전세금 빼서 책 낼만 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척 행복하다.

 

▲저자 황희상이 <특강 소요리문답>상하권과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전체를 마인드맵으로 정리한 부록을 들고 있다.



- 페이스북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페이스북 마케팅을 적절하게 잘 이용하는 것 같다.

학부 때 <더 보이스>(The voice)라는 월간 기독시사문화 잡지 편집장으로 일했다. 보이스21(http://voice21.com/)이라는 이름으로 웹진 형태로도 서비스했다. 개신교 1호 웹진이다. '낮은 울타리'에서 주관한 '1998 베스트 크리스천 웹 코리아'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개신교에서는 나름대로 선구적인 작업이었다. 직장도 인터넷 쪽에서 사업과 마케팅을 기획하는 일이었다. A사이트, J사이트 같은 HR사이트를 비롯해 여러 사이트의 서비스와 마케팅 기획을 담당했다. 아무래도 인터넷 쪽으로는 감각이 있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일상과 생각들을 공유하는 것이 페이스북 스타일이다. 페친과 친분이 쌓이고 삶과 생각을 공유하다 보면 홍보나 마케팅이랄 것도 없이 입소문이 절로 나더라. 페친들에게 정말 많은 격려와 지지를 받았다.

- 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책 제목이 <특강 소요리문답>(이하 '특답')이다. 소요리문답이 뭔지 모르는 독자들도 꽤 많다.

'요리(要理)'라는 말은 '요약한 교리'라는 뜻이다. '중요한 교리'란 뜻도 있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요리문답(要理問答)'은 교리를 가르치기 위한 교회의 공식적인 Q&A식 커리큘럼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유니버설한 교리 교육 방식이랄까? 소요리문답은 요리문답 중 내용 면으로 단순하고 분량 면으로 적은 어린이나 새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답이다. 소요리문답이 있으니 당연히 대요리문답도 있다. 소요리와 대요리가 쌍을 이루고 있다. 함께 공부하면 유익이 있다.

- 요리문답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요리문답의 역사는 개신교의 기원인 종교개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교개혁 자체가 면죄부 같은 잘못된 교리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거 아닌가? 종교 개혁가들과 개혁 교회사 교리를 중요하게 생각한 건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루터나 칼뱅 등 종교 개혁자들이 직접 정리한 요리문답도 있고. 16~17세기 주로 종교개혁 정신을 받아들인 지역에서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다. 한 지역에서 자신들의 요리문답을 만들었다가도 인근 지역에서 더 괜찮은 것을 만들면 그걸 수용하면서 발전했다. 마치 오셀로 게임처럼 뒤집고 뒤집혀 가면서 정리된 거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교회사를 잠깐 살펴보면 칼뱅이 제네바를 떠났던 적이 있다. 그가 제네바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조건을 걸었다. 요리문답을 필수 과정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리문답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에피소드다.

- 앞서 소개한 대로 다양한 요리문답이 있다. 특답에서 특별히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17세기 발명품이긴 하지만 정리된 소요리문답 가운데 가장 최신 버전이다. 시기적으로 가장 현대와 가까운 위치에 놓여 있다. 영국적 특수성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도 영국은 영연방이다. 당시도 마찬가지다. 지정학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었고 장로교를 위시해서 개신교의 다양한 신학과 교단의 스펙트럼이 있었다. 연합이 절실했던 시기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은 바로 이런 다양성의 맥락에서 치열한 고민 끝에 정리된 거다. 신학적이거나 신앙적 타협이 아니라 각 신앙과 신학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부분을 찾으려 애쓰면서.

- '교회 일치'가 아니라 연합 차원에서 된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 각 교파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하나 되는 부분을 찾은 게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이다. 오늘날 개신교에는 다양한 교파와 교단이 있다. 그럼에도 차이가 10퍼센트 이하이고 일치하는 부분이 90퍼센트 이상일 거다. 교리 공부를 하다 보면 차이보다 같은 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공통점이 기반이 되어야 다양성이 인정되고 연합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단이 왜 이단인가? 연합할 수 없는 심각한 교리상의 오류를 가지고 있어서다.

- 교단별 갈등 교단 내부 갈등도 많은 게 개신교 현실이다. 특히 장로교 내부 갈등은 말도 못 하고.

갈등의 진원을 교리 탓으로 돌리는 판국이다. 사실 정치적인 이유가 훨씬 크다. 교리로만 본다면 개신교 전체에서 큰 차이는 없다. 그나마 요리문답을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장로교만 해도 교리 교육이 전무한 실정이다. 다른 교단은 더 심각한 것 같고. 앞서도 소개했지만 소요리문답은 어린이와 새 신자를 위한 초급 교리다. 현시점에서는 그것도 안 되어 있다. 책을 낸 이유 중 하나다. 소요리문답에서부터 시작해 보자는 이야기다. 여기서 시작해 보면 서로의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될 거다. 당연히 차이점도 발견되겠지만. 공통을 기반으로 인정되는 차이의 수용, 그게 연합의 조건이다.

- 무식한 소리일 수 있는데 소요리문답은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교단의 전유물로 알고 있다. 다른 신앙의 전통을 가진 개신교에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

무슨 소리. 개신교가 모두 종교개혁의 전통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종교개혁의 결과로 정리된 교리이니만큼 보편성은 담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이것을 장로교처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도 함께 나누고 공부해 볼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 17세기 소요리문답이라니 너무 낡은 거 아닌가.?

장로 교단 중에 요리문답을 새로 작성한 교단이 있다고 치자. 그 요리문답이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에 담겨 있는 신학과 신앙의 진수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을까? 교리라는 것은 매우 본질적인 것을 담고 있다. 본질은 결국 맥락과 해석의 문제로 풀 수 있다. 17세기의 나온 소요리문답도 소화하지 못하면서 그것을 뛰어넘는다거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일단 있는 것부터 잘 소화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 본격적으로 책에 대해 물어보자. 기존의 교리 교육서나 해설서들의 편집은 정말 꽝이었다. 내용의 유익을 떠나 펴 보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이 책은 무척 '팬시'하다. 잘 편집된 수능 외국어 영역이나 사탐 영역 참고서 같은 인상이다.

원래 로우 데이터는 이렇지 않았다. 친구가 출판에 디자인 경영을 도입해 컨설팅을 한다. 이 책에 디자인 경영의 방법을 도입했다. 컨설팅 도움을 많이 받았다. 훌륭한 디자이너의 손길이 곳곳에 넘쳐나고. 질문한 대로 기존의 교리 책들은 정말 따분한 인상이다. 마치 지금의 교리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인상과 비슷하다고 할까? 내용은 훌륭하지만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적었다고 본다.

- 소통 이야기나 나와서 하는 말인데, 문답이라는 것 자체가 대화이고 소통이다.

그렇다. 질문과 답변이다. 교리 하면 외워야 하는 것, 아무런 회의나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 이런 인상이 강했다. 교회가 성도가 교리와 멀어진 이유 중 하나다. 교회에 "진리이니까 그냥 삼켜라", 이런 문화가 팽배해 있다. 소요리문답의 질문이 있다는 자체가 건전한 회의를 받아들였다는 증거다. 요리문답은 신앙과 신학에 대한 회의와 질문을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거고. 기독교가 믿음을 강요하고 비논리적이라는 주장은 소요리문답만 훑어 봐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 책을 보면 소요리문답을 마인드맵으로 풀어놓았다. 이게 아주 신선하더라. 마인드맵은 어떻게 사용하게 되었나.

예전에 직장 생활할 때 회사 임원이 소개해 주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훌륭한 도구 같아 활용해 봤다. 업무 효율이 오르더라. 주변 사람들에게 일을 잘한다는 칭찬을 듣게 되고(웃음). 어느 날, 토머스 카트라이트의 기독교 교리에 대한 책을 읽었다. 책 전체에서 교리를 논리 구조로 그려 설명을 해 주었다. 책을 읽다 보니 갑자기 머릿속에 마인드맵이 그려지더라. 그 이후로 마인드맵으로 요리문답의 논리 구조를 그려 내는 작업을 해 보았다. 교리 교육에 활용해 보았더니 효과가 좋았다. 요리문답이 워낙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라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기에 제격이었다.

- 개인적인 질문 하나 하자. 페북 프로필에는 재야 카테키즘 교사라고 소개되어 있다. 교리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책까지 펴낸 이유가 뭔가.

나는 개혁주의 신앙을 물려받았다. 교회학교 때 자연스럽게 교리 교육을 받았다. 워낙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어느 교회든 다 교리 교육을 받는 줄로 알고 있었다. 앞서 소개한 '더 보이스'의 멤버 중 일부가 이단에 넘어갔다. 아내도 그 멤버 중 하나였고. 지금으로 치면 신천지식으로 접근한 이단에 빠져 버린 거다. 개혁주의 정론지를 표방하던 잡지의 관계자들이 그랬으니 말 다한 거지. 알고 보니 내가 다니던 교회와는 달리 그 친구들이 출석하는 교회는 교리 교육이 전무했다. 소요리문답만이라도 제대로 읽어 봤다면 이단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을 거다. 당시 아내는 어렵사리 이단의 마수에서 빠져나왔다. 그 이후에 나와 함께 교리 공부를 제대로 시작했다. 아내도 교리 공부를 하고서야 '아, 이런 내용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한 거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부터 시작해서 교리 공부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낄 만한 일들이 많았다. 아내도 그걸 경험했으니 이렇게 전세금 빼서 만든 출판사의 대표가 된 거겠지?(웃음)

- 신천지를 비롯해서 이단 문제가 개신교 교단의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소요리문답만 제대로 접해도 절대로 이단에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교회에서 배우는 게 뭔가? 죄송한 이야기지만 교리가 아니고 교회 생활이다. 처음 나온 사람도 열심히 교회 생활을 하면 1~2년 만에 리더가 된다. 성가대도 하고 봉사도 하고 말이다. 새 신자 교육이라는 것도 있지만 피상적이다. 정확하게 교리를 배울 곳이 없다. 신천지에서 쓰는 방법이 바로 교회 생활을 가르치는 모습을 그대로 이용하는 거다. 만약에 신천지 추수꾼이 들어왔다가 제대로 된 교리 교육을 받는다 생각해 봐라. 반대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이단의 문제는 교리 차원의 문제니까.

- 개신교에서는 QT나 제자 훈련 등으로 다양하게 성경을 가르치고 접하게 한다. 프로그램들도 엄청 많고. 교리 교육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성경을 제대로 접하려면 해석 틀이 필요하다. 일종의 프레임이 필요한 거지. 그게 없으면 자의적 해석에 그치게 된다. 성경을 많이 읽고 접하는 것도 좋지만 교리 교육을 받은 상태, 즉 해석 틀을 가지고 보는 것과 아닌 것은 상당히 다르다. 사실 사람들이 성경에 재미를 못 느끼는 것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제자 훈련도 마찬 가지다. 훈련 과정 속에서 은연중에 교리의 일부를 배울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교리 교육의 토대 없이 어떻게 제자가 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 요즘 연성화된 복음주의의 반발로 개신교 아카데미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여기서 파생된 사회참여의 목소리도 매우 뜨겁다. 개신교인의 사회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특답이 상권은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의 38문답까지 다룬다. 하권은 39문항부터 107문항까지 다루고. 물리적으로 나누려면 50문항 정도로 상하권을 정리해야 하겠지만 다 이유가 있다. 앞의 38문항이 우리 신앙의 가장 핵심 되는 뼈대를 세우는 부분이라 그렇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지, 삼위일체가 뭔지, 창조나 인간의 타락 등 정말 기초가 되는 내용이다. 결국 하나님이 어떤 분이냐는 가장 큰 질문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다. 그 하나님은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시다.

- 그 부분에서만큼은 기존 교회에서도 많이 가르치지 않나.

교리 교육의 편파성에도 문제가 있다. 교리 교육을 한다고 해도 38문항이 이야기하는 주제까지만 다룬다. 39문항 이후는 38문항을 통해 배운 하나님에 대해 우리가 어떤 의무를 가지냐는 이야기다.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우리가 어떻게 사랑으로 응답해야 하는 가를 다룬다. 이를테면 실천, 프락시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소요리문답의 39문항 이후만 봐도 소위 진보적이 되려면 한없이 진보적이 될 수 있다. 보다시피 나는 교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다(웃음). 가끔 강의 때 39문항 이후 내용을 소개하다 보면 나를 매우 진보적이거나 정치적인 사람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 제대로 하나님께 반응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이건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현재 개신교의 사회참여의 성격이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것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38문항에서 소개하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반응이냐는 점은 반드시 짚어야 한다. 운동을 지속해 가는 부분이나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가 달려 있다. 만약 소요리문답이 소개하는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반응이라면 어떤 상황이든 인내하고 포기하지 않을 거다. 설령 실패를 한다고 해도 하나님의 섭리도 받아들일 거고. 요리문답이 알려 주는 하나님에 대한 온당한 반응으로서 정의와 사회참여를 이야기해야 한다.

- 만약 그런 식이라면 정말 '쫄지 않고' 믿는 것도 가능하겠다.

교리 교육을 통해 하나님에 대해 잘 알게 되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요리문답은 신뢰할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나를 믿는 게 아니라 하나님만을 신뢰하는 거다. 명확하게 한계를 알고 하나님께 의지한 인간은 진짜 용기를 낼 수 있다. 시쳇말로 쫄지 않게 된다. 거창하게 사회정의나 공공선의 문제 말고 현실을 보자. 세상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상황들이 몰려온다. 대부분 성도 개인이 손해를 봐야 하고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세상이 그런 상황들을 교묘히 이용해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명확하게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하나님을 신뢰한다면 바로 굴하지 않게 된다. 성도 개개인의 실존적 상황에서도 교리의 역할은 이토록 중요하다.

- 그렇게 중요한 교리교육이 외면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재미없음'이다. 너무 이성적인 것도 그렇고. 어떻게 하면 좋겠나.

지금 질문이 '특답'을 만든 가장 큰 이유다. 교리교육을 딱딱하고 감동 없는 지식의 전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몰론 지식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크다. 실제 교리 교육을 해 본 나는 매순간 매우 뜨거운 감격과 감동을 발견한다. 요즘 성도들이 좋아하는 뜨거움이 교리 교육에도 있다. 하나님에 대한 건전한 회의와 질문이 오가고 그 속에서 우리가 오해하던 하나님의 참모습을 찾게 된다. 배움의 과정 중 알게 된 하나님을 삶에서 경험한다. 이를 나누는 과정에서 상한 감정의 치유도 일어난다.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감동이 있다. 교리 공부는 절대로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다. 이 특답이처럼 (웃음). 책에 들어 있는 몇 편의 수기들도 다 실제 교리 교육 과정에서 경험한 감동을 담은 거다. 읽어 보면 뜨겁지 않던가?

- 듣다 보니 교사 역할도 매우 중요한 거 같다.

교사가 먼저 교리를 통해 알게 된 하나님을 삶 속에서 경험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감격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소요리문답을 찬찬히 읽어 보라. 소요리문답을 만들기 위해 교사와 성직자, 신학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에 대해, 바르게 하나님에 반응하는 법을 알려 주기 위한 그들의 목회적 관심과 열정이 담겨 있다. 소요리문답 자체가 좋은 교사가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책을 낼 때만 해도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교회에의 반응을 예상했다. 그런 교회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 주는 것도 사실이다. 재미있게도 꼭 개혁주의 교회만 반응한 건 아니다. 심지어 침례교나 다른 교단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어느 교단이든 교리 교육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바른 교리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좋은 교사들도 많다는 사실도 알았고(웃음). 제목에 특별히 '특강'을 붙인 이유가 있다. 이건 참고서라는 이야기다. 최종적인 교리 해석의 주체는 교회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참고로 많은 교회들이 교리를 교육하고 토론하고 삶으로 살아 내는 일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첫 책이 나왔다. 앞으로도 계속 교리 교육에 대한 책을 낼 건가.

우선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본다. 어린이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특답이 보다 쉬운 교리 교육서를 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선교 국가다. 우리가 선교지에서 하는 것이 뭔가? 앞서 이야기한 교회 생활과 문화를 가르친다. 선교지에서도 한국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복음의 진수와 그들에게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제대로 된 틀을 알려 주는 게 중요하다. 특답이를 선교지로 보급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선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로 번역할 예정이다. 중국 쪽에서는 실제 요청이 있었다. 디자인도 현지화해야 하겠고. 우리에게 복음과 요리문답을 전해 준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보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두 가지가 최우선 과제다.


출처: 뉴스앤조이

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7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