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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무슨) 공부 하시는지요

「지금 시작하는 교리교육」 황희상 | 지평서원 | 224쪽 | 2013년 11월

강은수    2013.12.24
 

 
교리교육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습니다. ‘지금도 교리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식의 묵은 오해와 ‘오늘날 교리교육이 가능한가’라는 식의 오래된 편견이 있습니다. 그런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언제부터인지 교회에서 교리교육이 사라졌습니다. 교리교육이 자취를 감춘 결과, 교회 외형은 성장했는지 몰라도, 신앙 내용은 속빈 강정이 되었고 바람 든 무가 되었습니다. 교리교육 없는 기독교는 신앙의 알맹이가 고사 상태로까지 말라버린 기독교가 된 것입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교리교육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말끔히 떨어버리는 책입니다.


이 책의 손꼽히는 특징을 말하면, 아주 탄탄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으며 읽기 쉽도록 매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Why → How → What의 순서로 ‘왜 지금 교리인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성만 보아도 이 책이 아주 체계적으로 짜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교리교육에 대한 어설픈 당위성만 목소리 높여 말하는 게 아니라, 재치 있고 고개를 끄떡이게 하는 설득력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읽기 쉽도록 매우 친절하게 설명한다고 했는데요, 이는 책에 나오는 사진이나 도표 등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존 녹스 이야기로 시작하는 1장을 보면 관련 사진이 나오는데, 그 설명이 다른 책에서는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로 아주 친절하고 자상합니다. 마치 현지에서 유난히 친절한 여행 가이드를 만난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사진과 도표 등에 대한 설명이 이 정도라면, 책이 얼마나 자상하게 설명하는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이 책의 백미는 단연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입니다. 교인들 입장에서 교리교육을 부정적으로 여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주입식 교육 방법 때문일 것입니다. 말 그대로 묻고 답하는 문답의 수준에서 그저 외워야 하는 공부 방법에 교인들이 질린 것입니다. 대신 이 책은 교리교육에 대한 생각을 자극하고, 교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왜 그렇게 구성되었는지를 ‘구조 분석’과 ‘정량적 분석’을 통해 그 맥을 짚어줍니다. 교리문답의 숲을 보고, 나무를 보고, 전체 문맥의 흐름을 따라가보도록 설명해주는데, 이렇게 교리교육을 한다면 마다할 교인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교리 따로, 삶 따로 식의 이원화된 따로국밥이 아니라, 교리와 삶을 한 그릇에 담고 그에 대해 십계명을 들어 탁월하게 풀어냅니다. 신앙이 단순히 한 개인의 내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에도 확대 적용됨을 조곤조곤 밝히고 있습니다. “계명은 늘 사회 구조와 함께 갑니다”(152쪽).

그동안 교회는 ‘꿩 잡는 게 매’란 식으로 교조화된 교회 성장적 사고에 함몰되어 아주 중요한 본질을 놓쳐버렸습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교리교육 없이는 교회도, 성도도, 성도의 삶도 없습니다”(219쪽)라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