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총신원보 [출판사 탐방] 2013-05-06 (월)

요리문답교육의 패러다임 쉬프트, 흑곰북스 

황희상 작가 인터뷰 "교회사(敎會史)적 의미 담은 책 만들고파"


총신신대원에 ‘특답이(특강 소요리문답의 애칭)’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싶었더니, 기독교도서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1년 11월 출판된 책이 어느덧 4쇄를 찍었다. 올 컬러에 귀여운 곰 캐릭터들이 여기저기 출몰하는 이 책의 수식어는 ‘신개념 교리학습서’이다. 구태의연한 교리학습서를 탈피한다는 뜻인데, 내용을 살펴보니 이 정도면 교리교육계의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이다. 한 우물만 파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흑곰북스의 “특강 소요리문답”저자 황희상 작가를 만나보았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특강 소요리 문답』저자 황희상입니다. 광주에서 태어나서 전남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IT 회사에서 10년 정도 일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교리 교육을 위한 책을 쓰게 되었는데, 책을 출판하기 전, 고신대 신대원 M.A.과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2년 과정으로 공부하면서 재학 중에 『특강 소요리 문답』책을 출판했습니다. 회사생활하고, 회사 그만두고 책 쓰고, 신대원 생활하고, 책 내다보니 어느덧 30대가 다 가버렸더군요. 지금은 출판일과 교리문답을 가르치는 방식에 대한 강의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출판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원래 책을 쓴다고 해서 다 출판사를 만드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예상하시다시피 요리문답 책을 출판해 줄 출판사가 없었어요. 성사가 될 듯 말 듯 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어요. 어떤 부분을 수정하고, 원고를 줄이라는 조건을 맞춰주면 책을 출판해 주겠다는 거였죠. 하지만 제 책은 고칠 수 없는 고유한 체계가 있었고, 독창적인 작업을 필요로 했어요. 자체적으로 출판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책을 내기 위해서 출판사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죠. 

  그 시점에 일반 출판사를 하는 친구를 만나 대화를 하다, 제 전세금을 빼서 투자를 하고 그 친구의 디자이너들과 팀을 만들어서 출판을 하게 되었어요. 당초 두 달을 예상하고 3월에 만났는데, 원고를 전면 수정하게 되었고, 7월에야 디자인 작업을 들어갈 수 있었어요. 7월에서 10월 까지 4달간 5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고군분투하여 10월에 책이 나왔어요.

 그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제 아내 이야기에요. 책을 내기로 했을 때만 해도 아내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커리어를 잘 쌓아가고 있던 중에, 저는 기획자가 필요했고 저와 손발이 가장 잘 맞는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설득을 거쳐 비즈니스, 기획, 편집을 담당하는 출판사 대표를 아내가 맡게 되고 저는 강의와 컨텐츠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죠. 

 ▲특강 소요리문답의 초기 버전들

 

페이스북(Facebook) 유명인사신데, 페이스북 홍보는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홍보를 목적으로 페이스북을 한 것은 아니었고, 친구와 책을 내기로 하고 원고를 수정하는데, 그 작업이 너무 힘들었어요. 하루하루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힘을 내게 하는 원동력이었죠. ‘오늘은 몇 단원 까지 수정했다. 오늘은 어디를 고쳤다.’ 페이스북에 단순하게 하루 일과와 수정과정을 올렸거든요. 그 때는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좋아요 서너 개면 많은 거였죠. 그래도 열심히 올렸어요. 그런데 이런 글이 개혁주의 요리문답이나 신조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공유가 되면서, 5,6월쯤부터 친구신청이 갑자기 늘어났어요. 

 하루는 가제본이 나와서 페이스북에 ‘이런 책이 나옵니다.’라고 책 사진을 업로드 하고 잤어요. 다음 날 눈떠보니 공유가 230개가 되어있더라고요. 책이 나오기 전부터 의도치 않게 페이스북 마케팅을 한 거죠. 

 관련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공유하고 관심을 가져주시니, 출판한지 한 달 만에 초판 3000부가 다 나갔습니다. 초판 찍을 때 인쇄소 사장님이 요즘은 기독교 서적 초판은 800부만 찍는 추세라며 제게 2000부만 찍으라고 말리시더라고요. 저는 무조건 3000부 이상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제 목표는 1년 내로 5000부는 팔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초판이 한 달 만에 나가더니 두 달 만에 5000부가 또 나갔어요.

책에 대한 반응이 가히 폭발적인데 보시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교리교육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힘겹게 버티고 계시던 분들에게 이 책이 어떤 희망, 격려 혹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많이 감동했습니다. 지난 1년간 일종의 붐이라면 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뜻밖의 교회들에서 이 책을 통해 교리교육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또 평신도들이 교리로 인해서 회복되고 교리를 배워가며 그렇게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빨리 안 만들고 뭐했나 싶기도 하고,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사실 책을 내기 전에 어떤 분이 저에게 이 책을 내지 말라고 했어요. 제 책을 읽고 굉장히 칭찬해주시면서도 이 책 때문에 교회 안에 분란이 생길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에 충격을 받아 1년 동안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원고를 다 써놓은 상태였는데, 아직 한국교회에는 이 책을 낼만한 때가 아니라는 그 말씀이 굉장히 충격이었죠. 그 고민하는 1년 동안 책의 성격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지금 ‘특답이’에 담긴 따뜻한 이야기, 사랑과 감사와 합심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그 시기에 담긴 거죠. 교회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교리책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에 담긴 이 마음을 독자 분들이 알아주시더라고요. 독자 분들이 “예정론 교리를 따뜻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과 보람이었습니다. 제가 신앙의 고민들을 책에 담았는데 그것을 독자들이 고스란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과연 글로 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했던 내용들까지 누군가는 보고 서평을 쓰면서 소통을 하는 과정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특강 소요리문답』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또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가장 좋을까요?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하나의 샘플이에요. 진리의 소중함을 보여주기 위해 돈을 많이 들여 투자를 하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요즘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참고서 수준을 보세요. 그런 책으로 공부하던 아이들이 교회에서는 흑백으로 인쇄된 프린트 물을 받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학교에서 받는 것에 비해 교회에서 주는 것은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예배나 소그룹이 끝나면 나눠준 프린트 물은 다 쓰레기통 행 인겁니다. 하나님이 정말 소중하다면 이렇게 흑백으로 취급하지 않아야 하는 거죠. 진리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리가 정말 소중하다면,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투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담아 매력적으로 만든 것이 ‘특답이’이고, 이것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또 두 번째 이 책의 장점은 소통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학생용 교재, 교사용 교재로 나누는 것은 중세 로마카톨릭 교육방식이라고 비판해요. 중세 로마카톨릭 교육의 특징은 성도들에게 성경을 주지 않고, 사제가 가르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일반 성도와 사제의 영역을 나눈 것이죠. 그런데 한국교회가 이런 부분을 답습했어요. 교사가 학생들이 볼 수 없는 책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그 내용을 주입하는 형태는 중세적이라고 생각해요. 

  ‘특답이’는 그런 방식을 깼다고 봅니다. 교사와 학생이 보는 책이 동일합니다. 이 책의 특징은 같은 책, 같은 내용을 보고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소통할 수 있는 방식과 모임을 만들어 가는 데 있습니다. 교사만 ‘특답이’를 보고 학생용 교안을 따로 나눠주는 방식은 안돼요. 시대가 이미 바뀌었고 이제는 수업시간이 더 이상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시간이 아닙니다. 이제는 교역자들이 가르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교육도 개신교다워져야 합니다. 교사만 책을 보고 성도들은 밑줄에 빈칸 채워 넣게 하는 방식으로는 성도들이 교회에 앉아있는 시간을 아깝게 느끼게 되는 것이죠.  

  교회에서 이탈하고 있는 성도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30대입니다. 이들이 왜 이탈할까요? 이탈한 30대들이 다 유원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잘 가르치는 교회로 간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보야야 해요. 이들은 설교, 구역모임 등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질적인 부분에 반항하는 것인데, 교회가 이제는 퀄리티를 높이고 교육방식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특답이’로 공부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즉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부하는 시간에 서로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는 말이죠. 교재 자체가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성경공부에 자기의 스토리를 접목시키면 리더가 없어도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모임이 진행이 됩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소통하는 방식,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이 책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중략)

황희상 작가의 작업실. 복층식 원룸 2층 다락방이 그만의 작업 공간이다.

 

총신의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정치가 점점 양극화 되듯이 교회도 양극화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단을 비롯한 신사도운동 그룹이 한 쪽 극단이고 개혁주의라고 부르는 건전한 그룹이 반대쪽 극단이죠. 건전한 신앙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잘 하지 않는데, 오히려 지금 교리교육이 회복되는 분위기이고 이런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면 건전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뭉치고, 모이고, 연대하면서 이 그룹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커지게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 말은 총신 전도사님들이 할 일이 앞으로 훨씬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개척하면 굶어 죽는다고 하시는데 만약 앞으로 시대가 이렇게 된다면 개척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준비하고 공부하셔서 아까 말한 30대들과 20대들을 품을 수 있는 좋은 교회, 신선한 교회들을 많이 개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10명이든 20명이든 적은 수이지만 데리고 목회하는 교회, 말씀·성찬·권징이 살아있는 작지만 좋은 교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제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1100명 정도 인데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교회 소개해달라는 메시지를 받아요. 기성교회 안에서 너무 힘들고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성도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실력과 아이디어와 인격을 많이 훈련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가르치는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신학을 갖추어야하고.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셔야죠. 예상하셨겠지만 신조와 요리문답을 능수능란하게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을 반드시 신대원 때 마스터해야 합니다. 


결국 패러다임 쉬프트란 본질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우리 시대에 맞게 재해석 하는 것이다. 황희상 작가와의 대화는,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것은 어쩌면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ad fontes)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시대, 문제투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국 교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교회라는 망망한 대해를 눈앞에 둔 우리 젊은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특답’은 과연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돌아가야 할 근원은 어디일까? 고민하는 우리와 한국교회에 흑곰북스가 내놓은 ‘특답’이 체질을 변화시키는 양약이 되길 소망한다. 

황지은 기자 ziinii19@naver.com 최혜영 기자 chy1988@daum.net

사진 맹건호 사진기자 odpt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