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둘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날이다. 즉, 일반적인 관광객의 기준으로 볼 때 비교적 재미 없는 곳만 골라서 다니는 날이란 뜻. ㅎㅎㅎ 우리 부부가 가는 곳은 대체로 좀 특이한 곳인데, 좋게 말하면 탐험정신 덕분이고, 실상은 둘 다 삐딱해서 남들 안 가는 데를 가보고 싶어하는 그런 거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거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생 제르맹 데 프레 교회당이었다.
이곳에 온 이유는 종교개혁 당시 많은 위그노들을 화형시켰다는 현장이라는 소개를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모임이 있어서, 실례가 될까봐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다.
건물을 뱅뱅 돌면서 뭔가 안내문이라도 찾을까 해봤으나 그런 거 없었다. 궁금증은 나중에 문헌 조사를 통해 채워야 했다.
알고보니 이곳은 종교개혁의 불씨를 당겼던 곳이었다. 이곳 수도원장 기욤 브리소네가 보좌신부로 르페브르를 고용했고, 종교개혁에 비교적 오픈마인드였던 이들 덕분에 프랑스어 성경이 번역되었다. 아울러 그들이 불러모은 인재들 가운데 하나가 기욤 파렐과 친분이 있었고, 그렇게 알음알음으로 칼뱅이 파리에서 설교도 할 수 있었다고 하니... ㅎㅎㅎ 역사란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다음으로, 걸어서 룩셈부르크 공원이란 데를 들렀다. 목적지는 아니었고, 그냥 도보로 지나가는 코스로.
아침이라 그닥 그랬다. 역시 유럽여행은 아침엔 박물관 또는 도시간 이동, 투어는 오후에 해야 한다.^^
근처에 "파리의 판테온"이 있다. 로마의 판테온과는 확연히 다른, 프랑스 중첩된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라는데,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이곳은 파리의 전통있는, 아니 유럽 전체에서도 전통있는 대학교, "소르본" 대학에 갔다. "쏘흐본느"에 가깝게 발음한다. 혁명으로 인해 파리 시내 대학들은 이름을 없애고 제1대학, 제2대학 등으로 숫자로 부른다고 한다.ㅋㅋㅋ
대학가가 은근히 커서 한참을 헤맨 뒤에야 소르본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건물을 찾았다.
마침 휴일이라 건물마다 닫혀있었다. 이제보니 왜 휴일인지, 무슨 휴일인지도 모르고 막 다녔다.
다시 센느 강변에 도착. 각종 기념품들을 싸게 팔고 있는데, 잘 찾아보면 보물들이 있다. ㄷㄷㄷ
어제에 이어 두 번째 만나는 노트르담. 오늘은 뒷편(동편) 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 성당의 어느 부분을 앞 또는 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떼 섬으로 건너간다. 시떼 섬에는 다리가 남북으로 각각 4개에 동쪽에 하나 더 있어서 총 9개 있다. 시떼 섬 상류쪽(남쪽) 다리를 건너서 정겹고 평화로운 공원으로 들어섰...
...는줄 알았는데, 시끄럽게 나뭇가지를 두부 썰듯 자르는 중이었다(전정작업). 얘네는 나무를 가꿀 때도 '각'이 중요하다. 내무반인 줄...
노트르담 북편으로 돌아가면서 가고일 형상들을 봤다. 영화 "노틀담의 곱추"에 나오는 그로테스트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다시 다리를 건너, 시청 광장 쪽으로 간다. 어제 갔던 곳을 또 가는 것인데, 자유롭게 다시 즐기고 싶었다. ^^
사실 오늘 코스는 상당히 걸어야 한다. 지금 중간쯤 왔다. (지도 상단) 참고로 숙소에서 생 제르맹까지는 지하철, 마지막에 바스티유에서 오페라 본 뒤 숙소까지는 버스를 탔다.
이번엔 뽕피두 센터 내부에 들어가봤다. 처음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1층은 로비 역할을 하는 곳이고, 2층부터 입장권을 끊고 들어간다. 지하에 탁구대가 많이 있는 곳을 지나가면 화장실이 나온다.
우리 목적지는 미술관 내부가 아니라 퐁피두 센터 전망대. 어제 왔을 때, 특이한 외관에 한몫 했던 외부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띄었는데, 그걸 타보기로 한 것이다. 타고 올라가면서 투명한 튜브 밖으로 경치가 보인다.
어제 잠깐 지나쳤던 스트라빈스키 광장이 보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파리 시내의 건물들, 오래된 건물의 옥상과 굴뚝, 그리고 다락방 창문들이 흥미를 끈다.
올라가면 요런 노천까페가 있는데 분위기는 쥬길 듯하다. 근데 너허무 비싸서 차마 뭘 마실 수는 없었다.
저 멀리, 그저께 갔던 몽마르뜨 언덕이 보인다. 파리는 대체로 사방이 평탄하지만, 완만한 언덕이 하나 있는데, 그곳이 바로 몽마르뜨.
사람떼와 비둘기떼의 대조 ^^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세상이 달리 보이고 독특한 느낌이 든다.
뽕피두 센터에서 한참 머물면서 쉬었다. 오후엔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파리 사람들의 핫한(?) 장소라는 마레지구에 가보기로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소개를 받고 눈여겨 두었던 곳인데, 자유여행일 때나 가볼 수 있지 언제 또 가보겠나... 교통편 역시 그냥 자유롭게 걸어가면서 중간에 뭐 있으면 보고 그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