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아내를 구하러' 코로나를 뚫고 영국에 가야 했다. 코로나 시국에 웬 출국이냐 싶겠지만, 할리우드 영화들을 떠올려 보자. 남편들은 위기의 순간에 아내를 구하려고 그 어떤 개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모험을 떠나지 않던가. 어쩔 수 없이 나는 가야 했다. 그리고 어쨌든 기왕에 어렵사리 영국까지 간 김에 대략 5주간의 일정을 잡아서 외곽지역 중심으로 브리튼 섬을 일주하기로 했다. 다만 영국은 코로나로 가장 위험한 나라에 속하므로, 원칙을 세웠다.
1. 런던 및 버밍햄, 리즈, 글라스고, 셰필드 등 5대 도시는 피하고, 통계치를 보면서 비교적 안전한 동네를 다닌다.
2. 대중교통은 밀접, 밀착, 밀폐.. 3밀의 위험이 높으므로, 렌터카를 이용해서 안전하게 격리된(?) 상태로 다닌다.
3. 소독용 스프레이와 티슈, 마스크로 철저히 무장하고, 식당이나 까페 등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식당에 들어가서 식사를 할 수 없으므로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서 해결해야 한다. 무엇을 먹거나 만지거나 할 때마다 번거롭게 소독하고 씻고 하느라 불편한 점이 정말 많고, 마스크 자국 때문에 얼굴에 상처까지 날 정도지만, 코로나에 걸려서 민폐를 끼치는 것에 비할 수 있으랴... 철저히 조심하며 다녀야 한다.
런던에서 출발해서 나 혼자 남쪽을 작게 돌고, 노리치에서 아내를 만난 뒤, 함께 시계 반대방향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 지도상의 코스는 처음에 계획한 것이고, 실제 경로는 (특히 후반부가) 약간 달라졌다.
인천까지 가는 공항철도 안에서 한 시간동안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그 누구도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는다. 코로나 시즌에 여행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첫 출발이랄까....
공항에 도착해서, 미리 토스로 환전 신청을 해둔 파운드를 찾고, 폴란드 항공 채크인 창구를 찾아갔다. 공항 여기저기에는 온통 마스크 반출 금지 문구가 적혀있었다. 요는, 무분별한 마스크 반출을 막자는 것. KF 인증을 받은 마스크를 1인당 30장 이상 가져갈 수 없다. 여기엔 디테일이 있는데, 캐리어에는 아예 마스크를 담을 수 없고, 기내용 백에만 담아야 하며(그게 30장 한도), 만약 30장이 넘을 경우 따로 데스크로 가서 세관 신고를 하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
아무튼 나는 크게 해당사항이 없었기에 곧바로 수속이 가능했다. 내가 들어가는 곳이 영국이므로, 한 가지 절차가 더 있었다. 영국 입국을 위한 이미그란트 관련 서류를 미리 영국정부 홈페이지에서 작성했었는데, 채크인 창구에서 그걸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엄밀히 따지면 이게 항공사가 할 일은 아닐 수 있는데.. 기껏 데려다 준 손님 곤란해질까바 미리 확인하는, 일종의 서비스인 듯... 암튼 그걸 주섬주섬 제시했더니, 내가 가져온 양식이 뭔가 낯선지 자기들끼리 들여다보고 이게 전부냐고 하고 모바일로 확인까지 다시 하면서 날 불안하게 했다. 결국 "...되겄죠?" 하면서 통과;; 더 불안하게 ㅎㅎ 여기서 뭔가 약간 찝찝했지만, 나는 하란 대로 잘 했었기 때문에 그냥 믿고 가기로...
이때 창구 직원이 여행 목적을 물어보는데, 유학이냐 비즈니스냐 여행이냐 등을 확인했다. 이걸 왜 하는지 늘 궁금했으나, 아마도 위와 같은 이유로 해석이 된다. 유학이나 취업일 경우 비자가 다르기 땜에... 영국까지 가서 입국이 거절될까봐... 물어보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주면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후,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자동출국심사대까지 통과하는데 사람이 워낙 없기에 거의 뭐 5분만에 통과. 역대급 속도로 출국장까지 나오고 보니 시간이 무려 두 시간 가까이 남아버린다. 출국장에서 부모님께 전화도 드리고 일정을 점검하며 시간을 보냈다. 에어컨 땜에 반팔만 입은 나는 슬슬 추워지면서, 배도 고프고, 더구나 밤을 거의 샜기에 긴장도 풀리고 하면서 잠이 쏟아지는 걸 버티고 버티다가 드디어 탑승.
폴란드 항공은 처음인데 뭐 그럭저럭 쿨하고 빠른 서비스가 괜찮은 인상을 줬다. 따로 좌석 업글을 안 했는데도, 내가 앉은 자리가 비즈니스석 바로 뒤에 있는 약간 컴포트 좌석인 듯 앞뒤로 꽤 넓었다. 다만 3자리 모두 사람이 차 있고 게다가 몸집이 큰 외국인 커플이라 불편했다. 그러나 잠이 너무 와서 이륙 전부터 꿀잠.. 자다보니 비행기가 떴다.
별로 맛 없는 첫 식사를 마치고 커피나 콜라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주고 면세품 판매차가 지나감.. 음료 서비스가 없었다. 필요한 사람은 뒤로 가서 달라고 해서 마시는 시스템인 듯... 기다리다 지쳐 그대로 잠들었는데 아무래도 옆 사람 팔이 자꾸 닿아서, 두리번거리면서 빈 자리를 찾게 되었다. 뒷쪽에 3자리 모두 비어있는 통로쪽 맨 첫줄을 발견하고 스리슬쩍 자리 이동, 그때부터 편안하게 잠도 자고 왔다갔다도 하고... 개꿀ㅋ
먹은 게 소화도 잘 안 되고, 식후 양치질을 못했어서 찝찝함을 견딜 수 없어서 아까 그 자리로 가서 천장에서 가방을 꺼내서 양치질을 하고 나니 엄청 개운했다. 태어나서 가장 상쾌한 양치질 경험. 내친 김에 뒷쪽에 가서 익스큐즈미, 캔 아이 겟 썸씽... 어컵옵 커피? 해서 뜨끈한 걸 좀 마시니 속이 금방 편안해 진다. 혼자 여행할 때는 콩글리쉬라도 무조건 구사해야 만사가 편해진다;; 이번 자리는 화장실 바로 앞이라 사람들 문 여닫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에 자꾸 잠이 깼지만, 조각잠을 계속 잤다. 자다 깨서 비행 경로를 보면 거의 뭐 이동한 느낌이 없다. ㅋㅋ 남은 시간이 3시간 정도라고 나온다. 물론 그 뒤에도 바르샤바에서 더 작은 뱅기로 갈아타고 또 몇 시간 날아가야 한다.
1시간 반쯤 남은 시점에 두 번째 식사를 준다. 먹으면서 "기내식 먹는 꿀팁"이라는 제목의 글을 구상하고, 식후에 노트북을 켜서 작성했다.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했다.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했는데 택시가 끝난 뒤에도 뱅기에서 한참을 못 내리게 하면서 무슨 연락처정보를 다 써야 한다고.. 한장짜리 서식을 나눠주면서 모든 승객을 잡아놨다. 아니, 아까 탈 때 미리 나눠주덩가;; 암튼 후다닭 쓰고 내렸더니, '셔틀버스' 두 대에 비행기 인원 전부를 태운다. 거리두기 어쩌고 하면서 줄 설 때도 간격 맞추라 하고 난리를 치더니 결국 찜통 버스에 싸그리 몰아 넣는다. ㅋㅋㅋ 영화 '괴물'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여기서 코로나 걸리면 폭망이다 싶어서 한쪽 구석에서 최대한 숨을 안쉬고 마스크를 바짝 쓰고 버텼다. 이럴 꺼면 뭐하러 일찍 내렸으까 싶었다. 한참 기다려서 비행기 손님을 다 태우더니, 고작 50미터 떨어진 건물로 이동해서 내려준다. 위험해서 그런 줄은 알겠지만, 그냥 걸어왔으면 진작 들어왔겠.... 암튼 기왕 벌어진 일,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사람들로부터 떨어져서 스프레이를 얼굴과 손과 온 몸에 뿌리고 심리적 안정을 얻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뭔가 일이 꼬였다. 건물 입구에서 열을 재더니, 바로 ALL 패신저 쪽으로 모든 일행을 보낸다. 보통 비행기에서 내리면 환승객과 입국장 가는 사람들 방향이 다른데, 여기는 표지판이 일방적이었다. 뭔가 까리했다. 역시나, 사람들 가는 쪽으로 가다보니 입국심사대가 나온다...? 역시나 이건 아니다 싶어서 심사관에게 다급하게 트랜짓!? 이라고 소리쳤는데 못알아먹길래, 마스크까지 벗고 암어 트랜짓 패신저! 했더니 그제야 쩌짝으로 가라고 ㅋㅋㅋ 아찔한 순간이었다. (뜻밖의 폴란드 입국을 할뻔) 잽싸게 환승터미널을 찾아가는데 영국은 브랙시트를 했고 솅겐조약국이 아니라 중간에 보안검색을 다시 받아야 한다. 늦을까봐 출국장까지 마스크 쓰고 뛰었더니 숨이 차다.
잠시 후, 이번엔 한 줄에 둘씩 둘씩 네 명이 앉는 더 작은 뱅기를 타고 런던으로 향했다. 2시간 남짓 비행한다고 기장이 알려주는데 귀에 쏙쏙 들린다. 7달동안 집에서 넷플릭스만 쳐 봤더니 듣기능력이 좀 늘었다.
유럽의 항공사들은 수속이 단순하고 빠르고 승무원들 말투가 명령조라서, 좋다. 왠지 안전한 기분. 한국 항공사의 승무원들은 너무 저자세라서, 서비스를 받는 내가 오히려 불편하다. 과유불급이다.
옆자리에 러시아 미녀 스타일의 대학생처럼 보이는 여자분이 앉았다. 무거운 기내 가방을 얹어달라고 부탁해서 올려줬더니, 말을 건다. 보통 그 나이땐 아저씨들하고는 상종을 하지 않지 않나?? ㅋㅋㅋ 처음엔 피차 영어를 잘 못하므로 각자 멍 때리고 앉아있는데, 이륙 후 종이에 뭘 그리더니 내 팔을 톡톡 하고 친다. 종이에 틱택톡(#모양 그려놓고 OX로 3을 먼저 만들면 이기는 바보같은 게임)을 그려놓고 먼저 한 수를 둔다;;; 첫 판은 비기고 둘째 판에서 졌다. 곧바로 또 #을 그리길래,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게임을 계속 하게 될까봐 얼른 말을 돌렸다. 여권에 있던 라투비아라는 글씨를 가리키며, 아 유 라투비안? 했더니 맞다고.. (이제보니 당연한 질문에 당연한 대답..) 너는 어디 사람이냐 해서 사우스 코리아라고 대답하니까 눈이 확 커지면서 자기 친구가 그 나라 광 팬이라고, 특히 '한글'을 좋아한다고... 글자 모양이 넘나 이쁘다고... 그래서 ㄱㄴㄷ이 우리의 알파벳이고 내 이름은 이렇게 쓴다 하면서 적어주니까, 이걸 영어로 어떻게 쓰냐 해서 Hwang Hui Sang도 적어주고... 그러다가 서로 영어의 한계를 느끼고 구글 번역기를 켰지만, 당연히 그쪽 폰에는 한국어를 다운받지 않은 상태였고 내 폰에도 라투비아어가 없으니, 갑자기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음을 깨닫고(현실자각) 다시 각자 멍때리기 모드로 돌입..
바다를 건너나 싶더니 곧바로 창밖에 런던이 보이기 시작. 도버해협은 참 좁다. 근데 이놈의 비행기가 잘 착륙을 하다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급상승. 뭐지;; 착륙 실패.... 이런 경험 처음이다. 뭔가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기장이 방송으로 무슨 펑쇼날 프로블럼이 어쩌고 하면서 어나더 랜딩을 시도한다고.. 그리고 크게 기우뚱거리기 시작;;; 승객들 다들 걱정 시작... 런던 상공을 계속 돌면서 사람 불안하게 하더니 결국 한참 뒤에야 매뉴얼 착륙..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 이렇게 흔들리는 착륙은 처음 해 본다. 영화에서나 보던... 승무원들도 얼굴에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착륙이 어려웠던 것에 비하면 입국 수속은 초간단. 입국 심사대 쪽으로 걸어가는 통로에서부터 대한민국의 국격을 실감했다. 열 군데 정도 되는 나라의 국기가 그려져 있고 이 나라 국민들은 이쪽으로... 이렇게 따로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즉, 공항 들어서면서부터 여권에 레벨이 있다.
대한민국 여권을 제시하니 곧장 한국의 자동출입국 심사대와 같은 기계 앞으로 보낸다. 거기서 얼굴을 찍고 여권을 스캔하니.. 스윽. 어라? 문이 열리고 5초만에 '영국 입국'이 되어버림... 확실히 높아진 국격을 실감한다. (이 글을 DAUM에서 "영국 입국"으로 검색하고 들어오신 분들이 많던데, 2020년 8월 현재 자동출입국 대상국 국민이시니 마음 놓으시기 바란다. 다만 앞에서 설명한 온라인 서류를 출국 48시간 이내에 반드시 영국정부 홈페이지에서 미리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와서 짐 찾는 것도 금방 끝나고 - 히드로공항 물류시스템 대단히 빠르다. 짐 찾는 곳에도 보안이 지키고 서있으면서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고 있다. 내 짐을 누가 집어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막연히 있는데, 이거 괜찮은 시스템이군.. 하고 생각하는 순간 나에게도 와서 물어본다;; 여권을 꺼냈더니 R.O.KOREA라는 커버만 보고는 곧바로 OK~ 하면서 물러선다. 이거 무슨 마패 같은 느낌 ㅋㅋㅋ
렌터카 예약한 곳으로 가려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내받은 번호가 안 오고 다른 버스만 왔다 가고 왔다 가고 한다. 답답해서 그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이거 타라고;; 왜 그러냐, 내가 아는 인포메이숑이랑 다르다 하니까, 잇 체인지드. 끝... 버스에 탔더니 나처럼 또 기다리던 다른 빡빡머리 아저씨도 눈치를 채고 똑같이 물어보고 탄다. 그래서 내가, 위아.. 세임 시추에이션.. 했더니, 맞아맞아 하면서 둘이서 데이 헤브투 미리 알려줘야지.. 괜히 롱 웨이팅 어쩌구.. 잉글랜드는 이래서 안된다 하면서 둘이서 같이 욕함 ㅋㅋㅋㅋㅋ
근데 버스가 우리를 웬 수상한 장소로 데려다 준다. 무려 컨테이너 박스가 사무실이고, 차량은 무슨 다른 호텔 주차장 한쪽 구석을 빌려 쓰는 초저가 렌터카 회사. 빡빡머리 아저씨가 너는 여기를 왜 선택했냐 해서, 음.. 치프?? 하고 어깨를 으쓱-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며 매우 격하게 공감한다.
아저씨랑 나는 그 문 앞에 서서, 우리보다 더 늦게 도착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뒤로 멀찍이 가리키며 데~얼이스 큐! 쏘오리이~라고 말하며 놀렸다. ㅋ 우리의 장난을 다들 즐겁게 받는다. 유쾌한 사람들... 이윽고 아저씨는 먼저 가고, 내 순서가 되어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갔다. 안 되는 영어지만 어떻게든 단어 중심으로 대화 했다. 중간에 어려운 말을 하면서 은근히 추가옵션을 자꾸 권하길래, 예약한 바우처를 가리키며 무조건 에브리 디시숀은 마이 보스가 했으니 나는 애니웨이 해브투 팔로우 디스 바우쳐, 올 옵션! 그랬더니 더 말 않고 통과.
드디어 차를 모는데... ㄷㄷㄷ 예상은 했지만 그때부터 멘붕이 리얼로 왔다. 나는 태어나서 좌행 운전은 처음인데다가, 렌터카 계약할 때 오토랑 값이 너무 차이나서 그냥 메뉴얼(스틱)으로 계약했는데, 이게 간만에 하니까 감이 없어서 1단 넣고 출발하는 것부터가 애로사항이 꽃피었다. ㅋ 더구나 스틱이 왼쪽;; 아 이건 예상 못했다. 심지어 창문 여는 버튼도 한참 찾았다.
와 진짜, 피아트 500은 너무 예뻤지만 그걸 몰고 차로 약 25분 걸리는 숙소까지 오는데... 갑자기 아 이제보니 여기 지금 런던 시내가 아닌가, 지금 이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내가 맞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지금 여기 이 시공간에 존재하는가... 정신이 아득했다.
숙소까지 진짜 무슨 정신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주위 풍경 하나도 기억 안 남ㅋㅋㅋ 구글 네비 아니었으면 나는 길에서 얼어붙었을 것이다. 그래도 영국이 다들 양보운전을 잘 하는 편이라서 큰 위험은 없었다. 공포의 라운드어바웃을 돌아나갈 때는 - 더구나 수동기어 조작하면서 - 정말이지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근본적인 고민을 잠깐 하기도 했다.
숙소에 왔더니 오늘의 마지막 난관. 허허.. 리셉션 직원이 내 행색과 멘탈이 나간 눈빛을 보더니 너 혹시 오늘 영국 도착한 거냐고... 오케 오케 하고 평소처럼 진행하려는데, 갑자기 막 뭐라뭐라 진지한 얼굴을 하면서 코로나 어쩌구... 유 머스트 어쩌구 투 윅스 어쩌구 하는데 느낌이 대충 대답할 영어가 아니다 싶어서;;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우리 구글 트렌스레이터 좀 쓰자 했더니 자기 폰을 갖고 와서 한참 머라머라 적어서 보여주는데... 결론은 "당신은 오늘부터 14일을 격리해야 합니다."였다. 그래서, 아 됐다고, 느그 정부가 컨펌 해줘서 온거라고, 나 사우스코리아 사람이라 격리 안해도 된다 하니까, 금방 또 오케이ㅋㅋㅋ 중요한 순간에는 대한민국을 들먹이자. ㅎㅎㅎ
방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샤워로 내 몸과 가방의 바이러스 씻어내고, 알콜 스프레이로 온 방을 소독한 뒤, 오늘 하루의 어드벤쳐 흥분을 가라앉히고, 비행기에서 챙겨온 빵과 버터로 저녁을 떼우고, 아내랑 통화를 하고, 그리고 픽 쓰러져서 잤다.
코로나 시국에 영국 입국하기. 이렇게 일단 성공했다.
▼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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