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뱅기에서 남겨온 빵과 숙소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고 일찍 숙소를 나섰다. 숙소는 햄프턴 궁전 근처에 있는 테딩턴 역이 있는 동네. 히드로 공항에서 렌터카를 받은 뒤 운전연습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공항에서 그렇게 멀지 않으면서도 의미있는 지역을 골랐던 것이고, 그게 바로 햄프턴 궁전이었다.
맑고 시원한 공기에 찬란한 햇살...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 성공적으로 영국에 입국했다는 사실에 자꾸 웃음이 나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비록 마스크는 썼지만,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굿 모닝~ 지나가는 강아지한테도 하이~ 하위스 고잉~? ㅋㅋㅋ
숙소에서 햄프턴 궁전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데, 중간에 거대한 부쉬공원이 있어서 30분 이상 걷는 거리지만 괜찮을 거 같았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도 한적한 테딩턴 거리가 너무 예쁘고, 이 순간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꿈만 같았다.
부쉬 공원으로 진입해서 주위 둘러보며 거니는데, 햇살이 나무 사이로 풀밭을 비춰주고 운동하는 사람들... 이렇게 거대하고 아름다운 공원이 집앞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우리집 근처에도 서울서 제일가는 공원이 있지만 왜 이런 느낌이 안 날까... 강아지와 새들과 사슴과 다람쥐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뛰노는 공간의 아름다움...
그런데 너무 이른 시각이라 햄프턴 궁전 내부로 들어가는 문은 쪽문까지 다 철저히 잠겨있었다. 개장은 오전 10시부터인데 나는 지금 7시 좀 넘은 상황 ㅋㅋㅋ 애초에 들어갈 생각도 없었지만 대충 멀리서 전경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겠지 생각했던 것은 완전한 계산 착오였다. 아예 멀리서도 보여주지를 않는다.
입구를 찾아서 북쪽 가든 가장자리를 한참을 걸었지만 모든 게이트는 닫혀있었다.
우버를 타고 궁전 반대쪽 템즈강 상류가 흐르는 쪽으로 건너갔다. 아름다운 강변에 보트와 오리들이 좋은 피사체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쪽에서도 햄프턴 궁전 정원 쪽을 찍을 수 있는 개구멍(?)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창살 사이로 렌즈를 들이밀어서 아래와 같은 사진을 찍을 수는 있었다.
아무래도 아쉬워서, 입구 쪽으로 와서 경비 아저씨의 허락을 받아 문틈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쉬운 마음에 계속 알짱거렸으나, 아직도 개장까지는 1시간 반 이상 남은 상황. 슬슬 다음 일정으로 옮기고 싶어졌다.
다시 부쉬 공원으로 들어와서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걷는데 거대한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풀숲 사이로 웬 나뭇가지들이 움직이는...???
자세히 보니 사슴 한 무리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 옆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고 사슴들도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 ㅎㅎㅎㅎㅎ
여기저기 사람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는 멋진 공원이었다. 포니를 타는 사람들.
이곳은 개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이놈의 영국 강아쥐들은 나만 보면 와서 아는 척(?)을 하고, 나도 개들한테 헬로, 굳 보이~ 하고 말을 걸면, 개 쥔장들이 자기 애기(?) 이뻐한다고 아주 환장을 하며 다가와서, 뜻밖의 영어회화 시간이 열린다. 물론 내 발음을 듣고는 금방 가버리지만... ㅋㅋㅋ
테딩턴 시내로 다시 걸어들어왔다. 이곳도 역시 조용하고 깔끔...
테딩턴 역을 지나갔다. 출근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사람이 거의 없음.
영국 도착 첫 일정. 비록 햄프턴 궁전 사진을 제대로 담지는 못했지만, 아쉬울 게 없는 멋진 아침 산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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