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리버풀에서 좀 특이한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웬만한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이런 코스로 절대 다니지 않을 것이다. 리버풀 대학은 그래도 아시안들이 좀 보였지만, 두 번째 소개할 코스는 지나갈 때 동네 사람들이 우릴 신기하게 쳐다볼 정도로 특이한(?) 구역이다.
1. Knowledge Quarter & 리버풀 대학 캠퍼스
도시에 따로 '놀리지 쿼터'라는 블록 이름을 붙이다니, 신박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리버풀의 상당 부분은 부두 노동자들의 구역이었다. 어쩌면 그곳과 대조적인 장소라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붙인 게 아닌가 싶었다. 나중에 좀 찾아보니 실제로 도시계획을 할 때 그런 생각을 반영한 측면이 있었다. 탈공업화 지역으로 아예 구분한 것이다.
2. Prince Avenue & 다종교 구역
이곳은 진짜 특이한 동네다. 무려 여섯 개의 다종교 예배시설이 하나의 거리에 몰려있다. 종교시설 밀집구역이랄까?
역시 아내의 일기 인용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오늘은 리버풀의 독특한 종교부지를 다녀오기로 했다. 한 때 세계무역 물동량의 40%를 담당했던 도시라서 그런지, 관련 업계 종사자, 이민자 등 여러 인종들이 한데 모여 지내야했을 것이다. 인종이 다양해지면 종교도 다양해져야하기에 그런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종교부지를 마련했다. 멀지 않은 거리에 로마 가톨릭 성당, 성공회당, 장로교회당, 감리교회당, 웨슬리안처치, 유대교 회당, 무슬림 회당까지 한 데 모여있는 모습이 지도만 봐도 이색적이었다.
이 문구를 보는데 한국의 종교지형이 생각나면서 착잡해졌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폐쇄적이고 편협해지는 한국의 종교 사회, 특히 기독교 사회가, 이런 세계적인 '어울림'의 가치를 어떤 식으로 분별하고, 또는 받아들이고, 혹은 소화시킬 수 있을까. 세계는 그런 한국의 교회를 어떤 눈으로 보게 될 것인가......
궁금증이 폭발한 나머지, 체력적으로 무리가 될 것을 알면서도 그 길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다는 다른 세 곳까지 찾아다녔다. 사실 이 길에서 멈췄어야 했어... 나머지는 꽤 멀리 떨어진 곳인데다가, 가는 길이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약간 낙후된 동네여서, 아내가 걸어다니면서 조금 무서워 했다.
아래 두 곳은 그렇게 한참 걸어서 발견한 로마 가톨릭 성당들.
나머지 한 곳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구글 맵에도 안 뜨니 방법이 없다.
하여튼 리버풀은 신기하다. 도시가 성장하고 다양한 문화가 충돌하면서 필연적으로 함께 살기 위한 다양성의 존중이 사회적으로 주요 테제가 되었을 것이다. 종교 역시 그런 문화의 하나였을 것이고, 리버풀 시민들은 이 문제를 특별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설명을 잘 하는 가이드와 함께 이 길만 걸어도, 주요 종교와 종파 및 그들의 예배공간에 대한 살아있는 교육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오늘 신기한 것을 발견한 통에 엉뚱하게 관광지도 아닌 이상한 길을 잔뜩 걸었다. 뉴캐슬에서 다리를 걸어서 건너겠다며 돌아다닌 남편을 따라다니느라 개고생을 했던 아내가 이번에도 군소리 없이 다녀주어 감사했다.
리버풀의 다종교 구역. 이렇게 답사를 마친다.
▼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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