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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역사박물관

서울 용산구 청파로47다길 27 서현빌딩 1층 (청파동2가 42-8)

place.map.kakao.com

서울에 위치한 각종 버티컬 박물관들을 시간 날 때마다 돌아보고 있다. 오늘 방문한 곳은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민족문제연구소'와 관련이 있는 "식민지역사박물관(Museum of Japanese Colonial History in Korea)이다.

사실 이 박물관의 영어 이름 표기는 -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 문제가 좀 있다. Museum of Japanese Colonial History in Korea는 의미가 살지 않는다. 구글 번역처럼 "주한 일본 제국주의 박물관"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면 Japanese' 라는 식으로 소유격을 시각화 시켜서 뜻을 분명히 해준다면 어떨까? ㅎㅎㅎ 물론 Japanese 자체에 원래 소유격이 들어있지만... 일부러라도 "Museum of Japanese' Colonial History in Korea"라고 하는 게 어떨지. 적어도 구글 번역에서는 점 하나 차이지만 큰 차이가 난다. (물론 영문법이 그렇지 않다면야 더 할 말은 없다. ㅋ)

입구에는 반민특위 터 표석이 "옮겨져" 놓여있다. 나는 - 역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한국 근현대사를 말할 때 그 시작은 항상 이 "반민족 행위에 관한 특별 조사 위원회"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3월 첫 수업에 들어오신 윤리 과목 선생님이 꺼내신 첫마디가 "너희들, 혹시 '반민특위'라는 것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냐?"였다. 물론 그 수업은 영영 잊을 수 없는 수업이 되었고.

박물관은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아서 아무리 밍기적거려도 2시간 이내로 다 볼 수 있다. 2층이 상설 전시실이고 1층은 시기별로 주제별로 전시가 바뀌는 기획전시실이다. 행사가 있거나 하면 1층 관람은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예약하도록 하자. (코시국에 웬만한 박물관은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말이 '청일전쟁'이지, 실제로 그 전쟁의 피해는 우리 조선 백성들이 오롯이 다 겪어내야 했다...
주사위 게임판으로 한일병탄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교육도구들... 그 철저함에 소름이 돋는다.
그들이 나라를 판 대신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 "은사공채"라는 단어를 구글링 해보자.
당시 서울의 모습. 저 멀리 경복궁이, 가운데는 서울역이 보인다. 이 박물관의 위치는 빨간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다.

녹음된 음성으로 일본 순사가 독립운동가들을 심문한다. 그 자리에 앉아볼 수 있도록 마련된 간접체험장. 네 분의 실제 기록이 제시되어 있는데, 거기 적힌 독립운동가들의 연령을 보면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마치 소요리문답 대요리문답처럼, 연령에 따라 다른 황국신민서사. 암기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위해 저렇게 했을 것이다.

우리 할아버지도 징용병으로 끌려가셨다가 살아 돌아오셨다. '묻지마라 갑자생'에 대한 기록들.

생생한 증언들.


전시관은 계속해서 그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들이 했던 차원이 다른 두 가지 선택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독립운동가의 자손은 가난하게 살고, 친일파와 부역자들의 후손은 재벌가를 이루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
글을 잘 썼다. 이것이 표준이다. 건국절 논쟁 등 불필요한 헛소리를 일삼는 자들을 대체 어찌해야 하려나......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전시물에는 충실한 해설이 달려있으나, 안타깝게도 영어 해설이 함께 되어 있지 않아서 외국인 친구들을 데려와서 관람하기에는 좋지 못하다. 이 부분은 보완을 하든지, 아니면 급한대로 문화해설사를 자원봉사로 모집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면 좋겠다.

이 박물관의 특징은 역사적 사실 그 자체를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대하는 오늘의 우리가 대체 무엇을 어찌하여야 하겠는가에 초점을 맞춘 미래지향적인 박물관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그 전시 방식이 다소 어수선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니, 한국 현대사를 꿰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가이드 삼아서 동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는 1층 기획전시실이다. 이곳은 수시로 전시물이 바뀌므로 설명을 생략한다.

이번 전시회는 강제 징용, 특히 "군함도"와 관련된 것이었다.

 


 

1층에서 진행중이던 포토 이벤트에 참여하고 굿즈(?)를 받았다. #감사

결론적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박물관이다. 현재 개관 기념 무료관람 기간이니, 서둘러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참고로 이런 비슷한 박물관으로는 대표적으로 인근 효창공원 내에 있는 "백범 김구 기념관"이 있다.
그리고 올해 말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임시정부 시절을 소개하는 전시실이 개관 예정이다. (2021년 8월 현재 기준)
그리고 독립문역 근처에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건립 중에 있다. #엄청기대 
부산에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있다.

헛소리가 난무하는 요즘,
부디 이런 박물관들이
1. 내실있게 잘 준비되고
2. 더 발전되고
3. 또한 적극 활용되어,
팩트에 근거한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진 우리들이 되도록
효과적인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 남아있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