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주 출신이고,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95학번이다. 그렇다면, 아니, '그렇기에', 1997년에 개원한 국립 5.18 민주묘지를 대하는 나의 복잡한 심경을, 배경을 아시는 분은 짐작하실 거라 생각한다.
아직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처벌은커녕 발포책임자조차 밝히지도 못한 상황에서, 마치 거대한 콘크리트로 그 역사를 서둘러 덮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래서 당시 우리(?)는 분노했었고, 적어도 개인적으로 나 자신은 이 국립묘지의 파운딩을 마음으로부터 부정하고 있었다. 우끼는 소리지만, 내 안에서 이 묘지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망월동 구 묘역을 자주 갔던 나였지만, 신 묘역은 일부러 가지 않았고, 졸업 후에도 한 번도 가보지 않고 그렇게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신 묘역을 보기 싫어서 구 묘역에도 가지 못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때 내 마음이 그랬다는 거다.)
내 마음 속에 이 응어리 비슷한 것이 비로소 풀린 것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던 바로 그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 그날의 그 기념사 이후였다. 그것이 그 무엇도 '해결'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어쨌든 '개인적으로' 내 마음은 그 순간부터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다시 4년이 흘러 비로소 이곳에 가볼 용기를 냈다.
마침 광주에서 역사 교사를 하는 후배가 소식을 듣고 나와주어서, 주요 지점으로 나를 안내해주었다. 약속하지 않고 갑자기 만난 것인데 너무 반갑고 또 고마웠다. ㅠㅠ
묘역 방문을 마치면 추모관에 들어가볼 수 있다. 이름은 추모관이지만 실제로는 5.18 민주화운동을 이해하기 위한 교육의 공간도 된다.
발걸음을 오랜만에 구묘역으로 옮겼다. 이곳은 90년대 말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런데 달라진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묘소가 이곳에 마련되어 있다는 것... 실제 묘소는 아니지만, 유품을 이곳에 묻었다. 광주의 명예시민이다.
영화 1987의 성공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한열 열사의 묘소. 관련 자료가 놓여있다.
동생네 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광주의 모습. 광주를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 한 구석이 저릿하다.
오늘 큰 숙제를 하나 푼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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