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

오늘 '사운드 블라스터'社의 스피커 Creative Pebble 2.0을 구매해서 설치해놓고는 음악을 들으며 저녁 내내 옛 생각에 잠겼다. 이 스피커 회사는 본래 PC에 들어가는 사운드카드를 만들던 곳이다. 초딩, 중딩 시절의 나는 PC 음악에 무척 관심이 많았었기에, 아무래도 이 회사에 대한 추억의 감정이 남다르다. 사.블이 만든 CMS라는 사운드카드는 당시 유행하던 애드립카드의 가볍디 가벼운 전자음과는 차원이 다른 소리(샘플링 추출 방식)를 들려주었더랬다. 이 회사가 '캠브릿지 사운드웍스'와 제휴해서 - 나중에 아예 인수함 - Creative라는 브랜드로 스피커 시장에 진출하는 걸 보며, 나중에 Creative 스피커를 꼭 사야지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엄청난 세월이 흘러, 오늘 샀네?? ㅋㅋ) 고작 2만원짜리 PC 스피커 하나 사놓고 추억팔이 쩐다.


#2

추억에 빠지다 보니 생각이 1984년까지 거슬러간다. 내가 처음 PC를 만져본 해가 1984년이다. 벌써 40에 하나 감한 39년 전이다. 대가족제도가 남아있던 시절에 초딩이 얻은 행운이었다. 한 집에 사시던 삼촌이 MSX-PC를 쓰셨던 것. 그 최첨단 장비로 나는 종일 게임만 했다. 1984년이면 겔러그, 양배추 인형, 요술나무, 탱크, 팩맨 등의 게임이 나온 전설적인 해였다. (MSX버전으로 나온 해였다는 뜻) 한떨기 가녀린 초딩으로서 그 낭만의 시대에 게임을 안 하고 버티는 것도 참 인류사 앞에 예의가 아니다. 그렇게 나는 그 흔한 '오락실'이라는 곳을 한 번도 안 가면서도 '세상의 모든 게임'을 충실히 다 할 수 있었다.

작은아버지 댁에 여전히 보관되어 있는 대우전자의 IQ-1000

 

#3

이 시기에, 지금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가 된 애플은, 평범한 PC가 '아닌', '매킨토시'라는 물건(?)에 올인하고 있었다. 애플에서 한 번 밀려났던 스티브 잡스가 이 시기에 다시 돌아와서 회사를 쇄신했다. 그러니까 사실상 애플이 세계 최고 기술회사의 기틀을 닦은 것은 벌써 39년 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Steve Jobs presenting the first Mac in 1984 - YouTube
첨부한 영상은 1984년, 스티브 잡스의 첫 매킨토시 프리젠테이션이다. 이후 실제로 이 매킨토시를 출시하면서 후발주자였던 애플은 자기들이 '소설 1984'의 빅브라더를 깨부수는 역할로 포지셔닝 된 광고를 만들었다. (광고홍보학과 & 신문방송학과에서 무조건 배우는 아주 유명한 광고 영상임) 그렇게 애플은 그때부터 이미 Intel과 IBM과 MS의 연합전선을 싸그리 묶어 '악마화' 시키면서 자신들의 진영을 공고히 쌓기 시작했다. (빌게이츠=빅브라더 공식은 이때부터 만들어짐) 즉, 소위 말하는 '앱등이'는 본래 상당히 좌파적(?) 사상 속에서 길러져 왔다.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PT

 


애플과 MS의 엎치락 뒤치락 싸움을 지켜보며 39년이 흘렀다. 느낌상, 내 평생 이 전쟁을 지켜보며 살아온 기분이다. 요 몇 년은 애플이 이기는 듯한데, 최근엔 저력 있는 MS가 Ai를 등에 업고 뭔 일을 낼 기세다. 마침 오늘 MS는 자사의 전통적인 히트상품에 Ai 구독료를 더해서 대박을 예고했다. 하지만, 기나긴 전쟁사의 스코프로 보면, 이런 변화도 다 '한 순간'일 뿐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인스파이어 2023: 파트너십을 통한 AI 혁신 가속화 – Korea News Center (micro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