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가 있었다. 결과는 부결됐으나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었단 생각이 든다. 국내 H모 신문사에서 기사를 쓰면서 2014년이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베녹번 전투" 600주년이라고 하던데, 실제로는 700주년이다. 어쨌든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를 철저히 이겼던 그 전투를 기념해서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베독번 전투 700주년이 되는 2014년에 스코틀랜드 독립투표를 하겠다고 했고,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은 생각할 수록 대단하다.
그런데 베녹번 전투와 상관이 전혀 없지 않은 또 다른 전투 하나가 바로 그 해에, 즉 700년 전에 에딘버러에서 있었다. 난공불락의 천혜의 요새였던 에딘버러 성을 스코틀랜드 군은 오랜 시간 함락시키지 못했는데, 당시 에딘버러를 차지하고 있던 잉글랜드 수비군은 325명에 불과했지만 워낙 이 성이 방어에 뛰어나다 보니 그렇게 저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정상적인 공성전으로는 도저히 함락시킬 수 없었던 에딘버러 성이 무너진 것은, 그 성에서 어린시절에 자랐던 한 병사 덕분이었다. 그 병사는 성의 내부 구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청소년 시기에 몰래 성 아래 마을에 사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다녔던 바로 그 "비밀 통로"를 통해 특수부대와 함께 성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스코틀랜드군은 이렇게 일종의 치트키를 써서 성을 차지했다. 그런데 다음에 웃기는 일이 벌어진다. 그 공성전의 과정이 얼마나 지긋지긋 했는지, 자신들이 점령한 에딘버러 성을 다 부숴버리는 결정을 한 것이다. 나중에 이 성이 또다시 잉글랜드 손에 들어갈 것을 상상하니 끔찍했던 모양이다. 물론 이것은 아주 바보같은 짓이었고(더 잘 방어할 생각을 해야지, 그걸 부수냐!?) 성벽조차 없던 에딘버러는 몇년 후 더욱 손쉽게 잉글랜드의 것이 된다. 여러모로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재미있고 귀여운 구석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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