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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무심코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문득 어린시절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이제는 기어코 해결하고 싶다는 충동이 불 일듯 일었다. #나도이제다컸잖아 

이 가사...

 

나는 진군하는 보병이다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적절한 율동과 함께 반복되는 그 문제의 해괴한 주일학교 노래를, 어린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차마 따라부르지도 못하고 한쪽 구석에서 혼자 심각했던 기억이 있다.

문제는 이거다. 왜 보병도 되고 기병도 되고 포병도 되는데, 하늘 나는 공군은 안 되느냔 말이다. 왜 굳이 공군은 안 된다는 말을 가사에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선생님들은 그냥 따라하라고만 하셨으며, 다들 아시다시피 왜(Why)에 대한 어린이의 질문은 교회에서 대체로 문제를 일으켰기에(응?) 더 묻지도 못하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버렸다.

공군 파일럿이 그만큼 되기 힘든 것이라서 그랬나? 그렇다고 그걸 굳이 가사에 넣어?
어른이 되어서도 그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당시 공군에서 압력을 넣은 걸까? 크리스천은 공군이 될 수 없는 무슨 정치 사회적 이슈가 있었나?? 이 가사 때문에 공군 입대를 포기한 크리스천이 얼마나 많았을까?? (응??) 그러다가 오늘 드디어 그 놀라운 비밀이 풀렸고..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거 분명 원곡이 영어로 되어있겠다 싶어서 인공지능에게 물어본 결과, 간단한 검색으로 원곡 가사를 찾아볼 수 있었다.. 겁나 허무하게시리, 원곡 가사는 다음과 같았다.

I may never march in the infantry, ride in the cavalry, shoot in the artillery,
I may never fly over the enemy, but I'm in the Lord's army.

 

그니까, 어처구니 없지만, 단순 번역 실수다...
나는 (지금 어린 아이라서) 보병으로 행군하지도, 기병으로 말을 타지도, 포병으로 사격하지도 못하겠지만,
나는 적 위로 날지도 못하겠지만, 하지만 나는 주님의 군대에 있다
라는, 겸손하고 귀여운 꼬마의 고백이었던 거시어따...... 

평생의 고뇌가 이제야 풀렸다. 

#번역자_나와

 

추가 :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댓글로 ***님께서 알려주신 정보입니다. 번역자 탓은 없는 걸로...
"이거, 원번역 실수가 아니고, 세월이 지나면서 가사가 잘못 전해져서 그리 된 겁니다.. 저 어릴때(50년 전에) 부르던 가사는, '보병이다' 가 아니고 '보병이나' 였습니다. 당연히 '기병이나', '포병이나', '공군은 안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