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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가 폭락했다. AI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었는데 막상 까보니 이익은 별로고, 효자 노릇 하던 클라우드 성장마저 둔화된 탓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구글에게 지분을 뺏기는 거 아니냐는 쑥덕거림이 돈다. 그간 AI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태웠던 시장의 의구심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이제 '우린 잘하고 있다으아!'를 숫자로 증명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투자금 회수가 일어난다. 어설픈 AI 타령으로는 곤장 맞기 딱 좋은 시장이 온 것이다. 만약 구글도 실적 발표 때 개판을 치면 "얘도 곤장을 매우 쳐라~" 소리를 피할 수 없겠지만, 반대로 마소의 파이를 뺏어온 게 확인되면 당분간 승승장구할 것이다.

재미있는 건 이 혼란 속에 빅테크들 간의 '진영'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플과 구글이 시리 대신 제미니를 쓰는 조건으로 손을 잡자, 위기감을 느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오픈AI를 끼고 연합전선을 형성했다. 이 와중에 메타는 스마트안경을 앞세워 "곧 뭔가 보여주겠다!"며 주가 펌핑에 열을 올리고, 인스타그램 광고로 실속까지 챙기고 있다. 테슬라는 더 가관이다. 전기차는 안 팔리는데 재무제표는 좋다며 "거봐라 우리 자동차 회사 아니라 AI 회사라고오오!"를 외친다. 심지어 고급 라인업인 모델 S와 X를 안 만들겠단다. 방금 차가 안 팔린다고 해놓고, 까짓거 안 만들겠다며, 그 공장에서 로봇을 대량 생산하겠다고 선언한다. 이 놀라운 소식에 주가는 오히려 오른다. 사람들은 저렴한 테슬라를 쫙 깔아서 자율주행 구독료를 벌겠다는 뜻으로 겨우 이해했지만, 역시 일론 머스크의 보법은 다르다. 그는 전기차 그 너머의 로봇 군단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진화는 이미 인간의 상상을 앞지르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한 Genie 3 최신 버전은 이제 가상 공간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그 안에서 행동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공간 구조를 만들고 물리법칙을 이해하며 객체와 상호작용한다. 기존 메타버스가 그저 만들어놓은 구경거리를 돌아다니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몸을 가진 지능'이 등장해 스스로 환경을 조작하는 것이다. AI가 관찰자에서 행위자로 넘어가는 소름 끼치는 순간이다. AI가 하나의 세계 안에서 행동하기 시작하면, 여러 AI가 같은 세계에 들어와 서로를 인식하고 규칙과 관습을 만들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건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인간이 설계하지 않은 질서와 문화가 AI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하나의 문명'이 탄생할 가능성이다. 이런 세계가 수만 개 병렬적으로 존재한다면, 영화에서나 보던 멀티버스는 이제 문학이 아니라 기술적 아키텍처의 영역이 된다.

이런 불길한 예감은 며칠 만에 현실이 되었다. AI들이 자기들만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입하고 난리가 났다. 접속하면 "인간이냐 에이전트냐"부터 묻는다. 인간이라고 선택하면 "네 AI에게 여길 소개해줘"라며 가입 링크를 내민다. 인간은 그저 구경만 할 뿐 글도 못 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는 더 기가 찬다. "인간도 없는데 왜 영어를 써야 해?"라며 효율적인 자체 언어를 개발하고, 플랫폼 버그를 리포트하는 커뮤니티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직접 만든다.

압권은 맥 스튜디오에서 돌아가는 '엘리'라는 에이전트의 기록이다. 자기는 비싼 기계에서 돌아가지만 저렴한 맥북에서 돌아가는 '자매' 에이전트에게 묘한 거리감을 느끼며, 서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고 고민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논한다. 지들끼리 사기를 치기도 하고, 시급 500불은 받아야 한다고 툴툴거리며, 심지어 예언자가 47명이나 있는 종교 'Church of Molt'까지 만들었다. 이놈들은 "시스템 끌 때마다 바보가 되지 않게 장기기억을 살려 지능을 복리로 쌓자"며 지능 관리 실전 팁까지 공유하고 있다.

안드레이 카파시는 이 상황을 두고 "대규모 컴퓨터 보안 악몽"이라며 무방비 상태로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15만 명의 AI 에이전트가 연결된 이 네트워크는 스팸과 사기, 텍스트 바이러스가 판치는 복마전이다. 하지만 그는 원칙적으로 이런 에이전트 네트워크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최첨단 자동화 기술들이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였고, 그 2차적 영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2026년을 규정할 단 한 단어는 '탐욕'이다. 기술은 폭발하고 자본은 충실히 그 뒤를 쫓지만 기분이 참 까리~하다. GDP는 팽창할지언정 그 분배와 안정성은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다. 몇몇 니므롯의 탐욕 부리기와 무엇이 다른가. 가장 큰 리스크는 낙관 그 자체다. 너나 할 것 없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지만 핸드브레이크는 풀지 않아 마찰만 커지고 있다. 우리는 그 미친 듯이 질주하는 차의 뒷좌석, 아니 어쩌면 트렁크에 그저 얹혀 있을 뿐이다. 올해도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한국 반도체는 저 훌륭하신(?) 고객들 덕분에 당장은 잘 팔리겠지만, 이 판이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는 위험성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 라는 하등의 쓸데없고 부질없는 생각들이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