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이스탄불을 내 스타일대로 탐방하는 날. 일행분들은 이스탄불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제 주요 포인트를 빠르게 돌았고, 오늘은 나를 위한 코스를 절반쯤 섞기로 했다. 일단 오전에는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에 넣어드리고(?) 나는 자유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날씨가 아주 상쾌하고 좋다. 6월의 이스탄불은 땡볕만 견딜 수 있다면 여행하기 참 좋았다.톱카프 궁전 입구. 으리으리하다. 하지만 막 위압적인 거대함 등의 느낌은 없다.그리고 23년 전에 내부 관람을 했을 때에 비해 지금은 상업성이 짙어진 듯하다. 오늘의 컨셉과는 달라서 패스~골목길에 언뜻 보이는 궁전 담벼락. 저 너머에 성전이 하나 있는데, 콘스탄티노플 신조가 작성된 곳이다. (이분들은 우연히 마주친 투어팀인데 여기서 뭔가 대단히 심각하게 가이드 설명을 듣던 중. 무슨 이야기였을까 궁금했다.)(아마도) 오래된 역사적 건물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듯. 들어가볼까 하다가 가격대를 보고 즉시 포기.
좌: 이란 대사관의 위압적인 담벼락. 하필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감이 있을 때라 경비가 삼엄했다. / 우: 숙소 옆 골목길 상점 입구를 단장 중인 점원.
남들이 가지 않는 골목으로 막 걷다보니 막다른 곳에 도달했는데, 작은 테라스가 있어서 올라가봤다.뜻밖의 경치가 보인다. ㅎㅎㅎ 테라스가 약간 위태롭긴 했지만 올라서서 사진을 찍었다.알고보니 관공서 건물이었고, 빙 돌아서 내려오는 길이 있었다. 나중에 구글맵을 보니 통제구간이었음 ^^;;;고고학 박물관 답사를 마치고 나온 일행과 함께 점심. 길에서 호객 당해서 들어갔는데, 음식이 나쁘진 않았지만 약간 비쌌다. 남은 피자는 포장해서 저녁에 먹음.
음식은 오히려 저렴했고, 콜라랑 맹물 값을 엄청 받아먹음 ㅋㅋ식사 후에는 도보로 그랜드 바자르 쪽으로 이동했다.그랜드 바자르의 수많은 출입구 중 하나. 그랜드 바자르는 이름처럼 거대한 하나의.. '시장'이라기보다, 오히려 어떤.. '지역'의 느낌이다.
짧게 둘러보았지만, 23년 전의 전통적인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냥 서구적인 시장을 이젠 너무 많이 닮아버렸다랄까. 파는 물건도 지역색을 잃었다. 아쉬웠다. 이제 2년 전에 혼자 걸었던 언덕길을 올라서 탁 트인 종교 지구 쪽으로 이동했다. 이스탄불 대학도 있고 베야지드 모스크도 있는 광장이다.
조용하고 시원한 모스크 바닥에 앉아서 잠깐 쉬다가 트램을 타러 내려왔다. 베야지트 역.트램을 타고 몇 정거장 가서 톱카피 역에서 내렸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바로, 테오도시우스 방벽!개인적으로, 아우렐리아누스 성벽 & 하드리아누스 방벽과 함께, 로마제국 3대 방벽을 다 직접 답사해보게 되어 영광이었다.
고양이도 있네. 드디어 내가 이곳에 오다니..... 일행분들은 혼자 막 감격에 겨워하는 나를 위해 열심히 분위기를 맞춰주셨다. ㅎㅎㅎ 고마운 분들.나름 관광지여서 인근에 아주 '비싼' 박물관도 있고, 방벽 안쪽에는 이런 동상도 세팅해두었다.ㅎㅎㅎ이제 버스를 타고 방벽의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다. 벌써 지친 일행분과, 그저 행복한 내 모습 ㅎㅎㅎ
성벽을 따라 버스가 이동한다. 차창 밖으로 성벽이 계속 보인다. 저기서 공놀이 하는 애들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까?? ㅎㅎㅎ버스 하차 지점에 보이는 감시타워 유적 및 그 옆에 있는 Sur cafe. Sur가 성이라는 뜻이다.지친 우리는 성벽(Sur) 까페에서 시원한 콜라와 음료를 마셨다. 일행 중 한 분의 아내 이름이 '설'이고, 아이디를 Sur을 쓰신다. 그리고 사실 내 아내의 이름도 '설' 아닌가! 공통점을 가진 우리들... 그래서 더욱 일부러 이 까페를 선택했다.ㅎㅎㅎ 구글맵 위치는 이곳. https://maps.app.goo.gl/WRyEiFVt8DAEVJtE6인근에는 유명한 카리예 박물관이 있어서 그냥 잠깐 들러서 외관만 구경했다.이때쯤 많이 지쳤다. 다리도 아프고......버스를 타고 수도교 쪽으로 이동하는데, 내려야 할 곳에서 한 분이 안 내리고 계속 가셨다. ㅋㅋㅋㅋ 몸이 안 좋아서 먼저 들어가시겠다고. 추노~~이곳은 지난 여행에서 나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던 로마시대 수도교 유적생각보다 보존 상태가 좋아서 놀랬다.
솔직히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웬 성벽과 수도교의 흔적을 추적하는 나의 일정에 기꺼이 따라주신 일행분들이 고맙다. 감사의 뜻으로 열심히 가이드 ㅎㅎㅎ는 끝이 아니었고 ㅎㅎㅎ 계속 오르막을 올라서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향한다. 이곳은 내가 일행분들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곳이다.바로, 2년 전에 혼자 왔을 때 감동 먹었던,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블루모스크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곳을 훨씬 좋아한다. 일단, 넓은 경내와 묘지 구역 등 다채롭고, 경내의 한적한 정취가 좋으며...무엇보다 저 금각만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정말 끝내준다.이스탄불에 방문하시는 - 이 글을 보신 모든 분께 - 이 장소를 강력히 추천드린다.
쉴레이만 대제 묘지 및 모스크 묘지 구역도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시내 쪽으로 내려가는 지름길고양이들의 맞짱. 계속 지켜봤더니 흑묘가 이겼다.저녁이 되자 길거리 여기저기 불이 켜지면서, 낮의 땡볕과는 또 다른 정겨움이 느껴진다.이스탄불의 매직아워는 사진가들에겐 정말 짜릿한 순간들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