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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어딜 가볼까 하고 구글맵을 두리번거리다가 발견한 곳이다. 나는 선박과 같은 낯선(?) 구조물의 설계와 운영 등에 관심이 많다. 한국에도 폐 군함이나 잠수함 등을 오픈해놓고 박물관처럼 입장료 받고 관광객을 들이는 곳이 종종 있는데, 기회만 되면 들어가보곤 했다. 하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고, 내부에 주요한 장기(?)는 죄다 적출한 상태였기에, 깡통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어떤 식으로 보여줄까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영화 타이타닉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물론 퀸 메리 호가 그 배는 아니지만 딱 그런 느낌의 배이다. 사실 타이타닉 호보다 훠얼씬 크다! ... 퀸 메리 호 역시 나름대로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여기를 보자.

타이타닉이 어마어마 큰 배는 맞지만 요즘 배들과 비교하면ㅋㅋ 출처: 크루즈 피버(https://cruisefever.net) 공식 인스타

 

퀸 메리 호에 가기 위해 110번 고속도로로 LA를 관통해서 롱비치까지 운전했다. 롱비치는 로스앤젤레스 남쪽에 있는 위성도시 중 하나인데, 항만 근처라서 그런지 도로가 좀 복잡해서, 낯선 여행자인 나는 조금 헤맸다. 어쨌든 퀸 메리 호가 워낙 큰 배라서 멀리서도 보이는 바람에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배로 다가가는데... 정말 컸다. 이게 아마 8만톤 급이다. 타이타닉이 4만5천톤 급이니..

 

참고로 입장료가 좀 쎄다. 그것은 위 사진처럼 승무원 복장을 한 사람이 나와서 여기 저기 델꼬 다니면서 가이드 투어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전날부터 아내가 컨디션이 나쁘기도 했고, 영어로 열심히 설명하는데 발음이 잘 안 들려서, 우린 양해를 구하고 대열에서 이탈해서, 천천히 자유 관람을 하기로 했다. 

어느 방에 들어가니 레고로 만든 초대형 퀸 메리호가! ㄷㄷㄷ
일단 올라갈 수 있는 한 꼭대기까지 올라가봤다.  영화에서 보던 그 구명보트도 있고..
선장, 선원실도 구경하고 통신실도 보고..
연회장, 인포메이션 센터 등
정말 짜증나도록 컸다. 다리가 아파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ㅎㅎㅎ 아래 층으로 내려갈수록 등급이 낮아져서 점점 인테리어가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하지만) 흥미로웠다.

 

기계실도 오픈이 되어 있었다. 아내는 입구에서 쉬고 있고 나 혼자 내려가서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녔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도 언젠가 써먹을 사진이 되기를 바라면서 찍었는데, 지금 보니  어따 써먹나 싶다. ㅋ 블로그에 써먹지 뭐;;

뭐든지 그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의 것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인류는 언제든 자신이 살아가는 그 당시로서는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것을 추구했고, 그것을 일궈내며 살아갔다. 그 최선의 결과물들이, 더 나은 것을 달성해봤다고 자부하는 우리들에겐 그저 과거의 산물로 인식되며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면, 더 빠르고 더 큰 배를 타는 우리는, 그들보다 위대할까?

항공기 여객 운항이 일반화 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거대한 배들이 대서양을 오가는 주요 수단이었으니, 퀸메리 호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과 산업의 응축물이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항구 한 쪽에 정박해서 박물관(및 호텔)으로 쓰이고 있지만 한때 이 배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었다. "더 퀸 메리" 박물관에서 발견해야 할 진짜는 그것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