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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블로그에서 인디언이라는 용어를 종종 사용했으나 이는 과거의 습관에 의한 것으로, 가능한 "원주민"이라는 용어로 바꿔 부르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들은 이후로는 그렇게 실천하려 노력 중입니다. 다만 과거에 쓴 글의 본문 중에 종종 이런 표현이 고치지 못한채 남아있을 수 있으니 양해를 구합니다.


나바호 원주민의 땅을 크루즈 하면서, 아까 경찰에게 걸린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날 무렵, 저 멀리 굴뚝 세 개가 보였다. 오늘의 목적지 인근에 있는 발전소이다. 이렇게 청명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런 시설이 여기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역을 포함한 주변 지역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저 굴뚝을 보면 다들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그 상상(?)과는 달리, 이곳 나바호 원주민(과거에 '인디언'이라고 부르던)들에게는 지난 반세기 가량 그들의 생존을 지켜준 거의 유일한 산업 기반이었다.

달랑 굴뚝 세 개를 가지고 웬 오버냐고 묻는다면, 구글맵에서 저 발전소를 찾은 다음에, 거기 연결된 철도와, 그 철도의 끝에 연결된 석탄 운반용 벨트의 끝을 쭈욱 따라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 끝은 나바호 자치국의 거의 절반을 관통하여 아득히 멀리 떨어진 Kayenta Mine라는 광산에 닿아있다. 그리고 이 발전소 사업은 원주민들의 고용 창출과 나바호 자치국 총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보기 싫다고 없애라 마라 할 물건이 아니었던 것.

그러나 이런 논리도 이제 과거형이 되었다. 엔텔로프 캐년 관광객이 날로 증가하면서 비난도 증가했고(사실 그게 이유가 되지는 않지만), 실제로 환경보호 법안의 규제도 강화되면서, 이제 더 이상 이 발전소를 운영하지 않고 2019년 말까지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것은 반가운 일이면서도 동시에, 그럼 이곳 원주민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에 답이 필요해지는 일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우린 순수하게 그냥 아름다운 엔텔로프 캐년을 보러 왔을 뿐이고. ^^;;

엔텔로프 캐년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어 현지 원주민 업자들에 의해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엄청난 인기로, 특정 날짜나 기간에는 예약조차 쉽지 않다. 엔텔로프 캐년은 두 곳이 있는데, 어퍼(위)와 로워(아래) 캐년이 있다. 어퍼의 경우 예약이 더 힘들다. 우리도 어퍼 쪽 예약을 놓치고 로워 쪽으로 예약했다. 며칠 망설이던 사이에 그렇게 되어서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었다. 그래도 로워 쪽도 충분히 아름답다. ^^
로워 캐년 쪽에는 투어 업체가 두 개 있었는데 둘 다 결국 같은 집안 사람들이라고 한다. ㅎㅎㅎ
제발!!! 제발!!! 제발!!! ... 룰을 지키자!!
계곡이 좁고, 혹시라도 비가 오면 급류가 불어나서 생명이 위험한 곳이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몰려가면 위험하므로, 적정 인원으로 팀을 짜서 가이드가 데려간다. 팀과 팀 사이에 속도(간격) 조절이 가이드의 역할.
겉보기엔 아무 것도 없지만, 저 사이에 깊은 틈이 있다.
입구에서 대기중. 굴뚝 세 개에서 올라오는 흰 연기가 보인다. (근데 지금 저 정도면 거의 가동을 멈춘 것이나 다름 없다.)
계곡 바닥으로 내려가자마자 신비로운 장면들이 펼쳐진다.
급류가 흐르며 사암을 깎아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 두었다.
지금부터 조용히 감상하시자. ㅎㅎㅎ
원주민 가이드가 폰을 가져가더니 사진을 찍어서 건네준다. "해마"처럼 생겼다며... ^^ 한국말도 몇 마디 할 줄 알고, 사진도 잘 찍는다.
상당히 긴 거리를, 순간순간 빛의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캐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걸어왔다.

 

마지막에 다들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린다. ㅎㅎ

 

Come Again 이라니... 여길 어떻게 또 오냐 싶어 한숨이 나왔다. ㅎㅎㅎ

 

신비로운 붉은 빛의 협곡. 신비의 세계를 직접 탐험한 듯한 으쓱한 기분을 즐기며, 차를 몰아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이 근처에는 명소가 두 개나 더 있었다. 하나는 이날 저녁에 바로 갔지만, 다른 하나는 잽싸게 가봤더니 주차장이 이미 만석이어서 내일 아침에 가보기로 했다.

다음 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