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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환상의 엔텔로프 캐년을 산책하고, 우린 일단 가까운 마을 '페이지'에 잡아둔 숙소로 자리를 옮겼다. 일단 좀 쉬고, 저녁에 석양을 보러 나갈 참이다.

숙소는 이번 여행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이었다. 조식도 훌륭하다. 그러나 특가로 나온 것을 잡아서, 저렴했다. 다만, 방 상태와 서비스는 엉망이었다. 대부분의 직원이 나바호 원주민이었는데, 이곳 문화가 좀 반영된 느낌이었다. 딱히 막 화가 날 정도는 아닌데, 그동안 미국에서 받던 일반적인 서비스에 비하면 확연히 격이 떨어졌다...

 

참고로 이 동네는 미국 서부 고원지대를 여행할 때 아주 종합 선물세트와 같은 곳이다. 

앞의 글에서 언급한 발전소와 엔텔로프 캐년이 오른쪽에 있고, 가운데에 페이지가 있으며, 바로 옆에 댐 건설로 생긴 파월 호수(Lake Powell)가 있고, 그 호수를 생겨나게 한 글렌 댐과 그 앞을 지나가는 다리까지가 전부 명물이다. 게다가 차로 7~8분 떨어진 곳에는 소위 말굽 협곡으로 알려진 멋진 경치가 있으니... 그야말로 이 동네는 장난이 아닌 곳이다.

아내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쉬고 있고, 나는 혼자 말굽 협곡에 갔다. 

어느덧 석양이 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사람이 많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주차장이 꽉 차서 차를 댈 수조차 없어보였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글렌 캐년 쪽으로 차를 몰았다. 죄다 거기서 거기라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길도 안 막히고.
글렌 캐년 댐 근처의 다리를 지나서 비지터센터에 가보았다. 비지터센터는 문을 닫으려고 해서, 주차장에서 사진만 찍고 말았다.
다시 차를 몰아, 글렌 댐 전망을 볼 수 있는 포인트로 갔다. 몇 대의 차가 있었지만 주차할 자리는 남아있었다.
이곳에서 바라본 경치. 그간 봐오던 경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석양이 비치는 이 순간의 느낌이 좋았다.

나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혼자 보기 아까웠고, 아내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 다시 급하게 차를 몰아 숙소로 가서 쉬고 있던 아내에게 전화로 "잠깐 나와~" 해서 데리고 다시 이곳에 왔는데, 몇 초 사이에 해는 져버리고 말았다. ^^;; 그래도 아내는 내가 뭘 보여주겠다고 차에 태워 급하게 데려가는 그 상황에 가슴이 설레였다며 좋아했다. ^^ 멋진 석양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맑은 하늘에 짙은 노을, 그리고 상쾌한 공기 속에서의 드라이브는 우리 부부에게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행복한 순간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어제 밀려서 가보지 못한 말굽협곡에 갔다.

주차장에서 협곡까지 가는 길은 은근히 멀었으나.. 너무도 아름다웠고 ...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반쯤 넋이 나갔다.
무엇 때문일까... 아찔한 절벽이 눈에 들어오고... 다음 순간,
요런 모습이 보인다. 말굽 형상. 우리나라에도 영월에 비슷한 계곡이 있긴 한데, 스케일이 다르다. 이 계곡 사이로는, 비행기도 다닌다. ㅎㅎㅎ
보트 한 대가 물살을 가른다. 저걸 보면 대충 사이즈가 가늠이 된다.
햇살이 너무 따가워서 오래 있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다시 차를 몰아, 파월 호수(Lake Powell)가 내려보이는 곳(Wahweap Overlook)으로 올라갔다. 드넓은 이 호수도 댐 건설로 생겨난 인공호수이다. 모니터 전체화면 상태로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크게 보시기를 권한다.
우리는 이제 다시 차를 돌려, 발전소 쪽으로 난 98번 도로를 따라 계속 직진하여 "인디언의 땅"을 가로지른다. 
나바호 자치구는 해발고도가 높다. 중간에 잠시 정차한 곳.. 대기오염이 1도 없어서 하늘은 청자색이고, 너무너무 상쾌하다.
멋진 지형물에 나도 모르게 차를 멈추고... 기어이 파노라마를 찍었다. 이런 것을 얼마 뒤 끝없이 보게 될 줄도 모르고 ㅎㅎㅎ
우리는 이제 모뉴먼트 밸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중간에 멈춘 동네가 바로 카이옌타 시. 어제의 발전소가 이곳 석탄을 퍼다 쓰는 것이다. 두 장소는 철로와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되어 있다. 즉, 나는 오늘 차를 몰고 아침부터 점심 때까지 - 중간에 사진 찍겠다고 잠깐 멈춘 것 빼고는 - 쉬지 않고 한참을 달려왔는데, '거대한 발전소'의 구획 내를 돌아다닌 셈이 됐다. ㅎㅎㅎ
이곳 나바호 자치국 내에도 맥도날드가 있다.  맥도날드 안에는 이런 기획 전시물도 있다. 우리 위치를 지도상에 표시한 액자도 있다. 하긴, 황무지를 어지간히도 멀리 달려왔으니... 나도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궁금했다.
뭔가 분위기가 다른 맥도날드에서, 생전 처음 보는 메뉴가 시그니쳐 메뉴로 있어서 그걸 먹었다. 재미가 쏠쏠~

다시 기름을 단단히 채우고, 우리 차는 계속해서 달린다. 슬슬.. 단조롭던 평야에 울퉁불퉁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지금 '모뉴먼트 밸리'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