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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 부부는 매년 10월 초 연휴 기간을 활용, "가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한바퀴(?) 도는 가족 전통(?)이 있다. 올 가을에도 근질근질하던 차에, 광주에 갈 일이 있어서 내려가는 김에 그간 안 가봤던 동네를 두루 섭렵(?)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짠 코스가 이러하다. 문경 봉암사, 영주, 봉화 석포리, 승부역, 불영계곡, 울진, 평해 월송정, 후포항, 영덕, 주왕산, 임하호, 안동, 고운사, 소호헌, 조탑동 5층전탑, 가야산 지나서 광주로...

2박 3일간 사람 별로 안 사는 동네로만 골라서 다니면서 둘이서 아주 행복했다. 아래 입산금지 조치 등, 계획대로 안 돌아가는 상황도 더러 있었지만, 그건 또 그런대로 새롭고, 좋았다.

먼 길을 왔는데 아름다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라니... 미리 알려주덩가 ㅋㅋ
입산은 못했지만, 그래도 마을 끝 계곡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계곡물이 너무 깨끗해서!!!
바위에 드러누워 노작노작 하다가 나왔다.
우리는 그때 이미 전국 팔도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2010년부터는 해외로 슬슬 눈을 돌렸.. 쿨럭;;;

 

숙박은 영주에서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가을 날씨가 워낙 좋아서 기분이 상쾌했다.
봉화 석포리 쪽으로 올라가서, 승부역까지 가는 산길을 드라이브 해보기로 했다.
우리 둘 외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ㅎㅎㅎ
봉화 석포리 석포역에서 승부역 쪽으로 가는 2시간 가량의 시골 산길은, 지금 생각해도 아득한 꿈길처럼 여겨진다. 
사람은 물론, 동물도 없고, 심지어 강물에 고기도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채석장 때문에 물이 오염됐더라는... ㅠㅠ
승부역에서 더 내려가려 했는데, 길도 불분명하고 비포장이라, 차가 빠질 거 같아서(아내의 강력한 반대로) 여기서 뒤돌아 나왔다. 네비가 없던 시절에는 여행 도중에 이런 일이 아주 흔했다...
나중에 꼭 제대로 와보고 싶어진 "불영계곡"을 따라 드라이브해서 동해안까지 도착했다.
울진 망양해수욕장
이 동네는 오징어를 널어놓고 말리는 곳이 많았다. ㅎㅎㅎ
평해 월송정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냥 지도에 보이길래 근처에 식당이 있나 하고 가본 것이다. 참고로 황씨 중에 평해 황씨가 있는데 바로 이곳이다. 나는 장수 황씨.
월송정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안 보여서 후포항으로 이동해서 (괜히) 비싼 회를 먹었다..
창문만 열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민박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계속해서 차를 몰아서 내륙으로 들어왔다. 임하호, 안동시내를 거쳐서 고운사에 도착했다.
근데 이때 우리는 둘 다 동시에 엄청난 급피로가 와서, 고운사 탐방은 포기하고 절간 입구에 앉아서 좀 쉬다가 바로 다음 코스로 떠났다. 가끔 이렇게 피로가 몰려오면 무리해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고운사는 다음 기회에~
소호헌에 도착했다. 여기서 좀 가슴이 아팠는데, 바로 코앞에 국도가 뚤려서, 차가 쌩쌩 지나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에 확장공사를 했다고 하는데, 무슨 문화재 주변을 이렇게 개발하나 싶었다. 하긴, 80년대에 문화재 관리가 제대로 될 턱이 없...
이게 뭐니 이게... 빨간 선으로 표시한 쪽으로 도로를 라운딩 시킬 수는 없었을까?
마지막으로 조탑동 5층전탑을 보고... 이것도 명색이 유물인데 그냥 논밭 한 가운데 "방치"되어 있어서 대단히 허무했다. ㅎㅎ
88고속도로를 따라 광주까지 달렸다.  이렇게 우리의 2006 가을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