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4년 소나무에서 나온 "서양문명의 역사"는 레전드다. 1940년대에 나온 E.M.번즈의 책을 후배 학자들이 공저자로 참여해서 개정한 판본을 역간한 것이었다. 그 후로도 이 책은 수차례의 개정을 거듭하다가, 2000년대 들어서 다시 더 젊은 학자들로 저자가 바뀌었고, 국내에서도 동 출판사에 의해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재출간 되었다. 즉, 이 책은 무려 3세대에 걸쳐 집필된 이 분야의 전설인 셈이다. 특히 최근에 나온 "새로운.."은 젊은 학자들 답게 현대의 역사와 글로벌리제이숀 및 제3세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특징이 있다.
이 책은 특답이 초판 참고도서(요리문답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 목록에도 소개했었다. 그런데 개정판 참고도서에서도 이 책을 계속 소개하려다가 고민에 빠졌다. 내가 볼 때 개정된 "새로운..."은 분명 더 좋은 책이겠지만, 서양 문명의 시작과 전개를 복합적인 관점에서 담담히 밝히는 본래의 역할에서 너무 많이 나간 책이 아닌가 판단되었다. 아니, 그렇게 평가하지 않더라도, 특답이 도서 목록은 그 목적이 "요리문답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함에 있었기에, 새로운 목적에 맞추어 개정된 "서양문명의 역사"를 굳이 소개할 필요까지는 없다 싶었다. 그렇다고 기존 책 서지정보를 그대로 두자니, 절판된 책은 원칙적으로 목록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에 어긋났다. 결국 목록에서는 빠졌지만 아쉬운 마음이긴 하다.
함께 스터디 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서 성사되었다. 우리는 구판(사진 참조)으로 한다. 중고도서로 구하기도 쉽고, 무엇보다도 무척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이번 스터디에서는, 앞 뒤 짜르고, 그리스 문명과 헬레니즘 문명부터 지리상의 발견까지, 주로 "중세"라고 하는 거대한 담론에 포커싱하여 그 전후 과정을 스터디에서 다루고, 나머지 시대는 각자가 소화하기로 했다. 원래 바빙크 세계관을 하려 했는데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양사를 반드시 "복합적으로" 먼저 이해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바빙크는 다음 시즌 확정) 꼭 그 책을 위해서만이 아니라도 이 책은 반드시 뛰어 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2. [사진] 책에 이런 그림이 있는데 전형적으로 잘 '못 그린' 인포그라피다.
사실 제목 그대로를 그렸으므로 솔직히 틀린 건 아닌데, 문제는 저렇게 해노면 그리스의 식민지가 '아닌' 부분은 왜 아닌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지도이므로, 독자로서는 오해하기 쉽다. 이를테면 아하 그리스가 엄청 잘 나가던 시기였구나, 혹은 빨간색 외에는 사람이 안 살았으까? 그냥 시골 동네거나 사막인갑따... 이렇게... 하지만 실제로는 '더 강한' 놈들 땜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알고 다시 지도를 보면 그곳에 있었던 문명이 보일 것이다. 이미 이달랴 반도 중부에는 로마가 공화정을 시작하고 있었고, 카르타고 쪽도 장난이 아니었다. 터키 내륙엔 바사 세력이 건재했고, 페니키아 쪽도 전혀 건들지를 못하고 있다. 애굽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차원에서, 이런 그림은 다시 그려야 한다.
3. 스터디에서 위 내용을 불평했더니 한 분이 아래와 같이 다시 그려오셨다.
그렇지! 이렇게 봐야 제대로 보이지!! 이런 맛에 스터디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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