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상판용 목재를 맞춤 재단을 해주는 곳에 주문했다. (문고리닷컴) 하루만에 왔다. 거대하다.
요즘 추세(?)에 따라 16:9 비율에 맞춰서ㅋㅋㅋ 1600mm x 900mm로 재단 요청했다. 삼나무 상판 18T짜리로 7만원 + 모서리 라운딩 작업에 2천원 추가하고 배송료 7천원. 하부 구조는 저번에 식탁 상판만 떼서 다른 거 만들고 남겨둔 다리를 붙이기로 했다. 그래서 들어간 비용은 이게 전부다.
일단 표면을 좀 닦았다. 재단 과정에서 묻은 누런 가루가 묻어 나온다.
배송 과정에서 다쳤는지, 상당히 크게 찍힌 부분이 있었지만 어차피 엎어서 쓰면 되므로 쿨하게 넘어가기로...
나는 평생 전동공구 없이 드라이버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오늘도 그래서 나사 20개 돌려 박고.... 샤워 다시했다. 중간중간 유격은 글루건으로 마감했다.
발바닥에 펠트가드까지 붙여주고, 엄청 저렴하게 널찍한 6인용 테이블 완성. 보통 시중에서 파는 6인용 식탁보다 폭이 더 넓어서, 둘러앉으면 7~8명은 거뜬하다. ㅋ
이제 기존 소파와도 길이가 맞아서 거실이 좀 더 각이 잡힌다.
라운드 처리 해서 받기를 너무 잘했다. 이쁘게 빠졌다.
이제 바니쉬를 발라야 하는데, 집안 가득 삼나무 향기와 표면의 감촉이 넘 좋아서, 며칠만 그대로 놔두려 한다. 손에 가시 안 박히게 조심 조심 살자! 😉
feat. 이어령 수필 "삶의 광택"
"나는 후회한다. 너에게 포마이커 책상을 사 준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그냥 나무 책상을 사 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어렸을 적에 내가 쓰던 책상은 참나무로 만든 거친 것이었다. 심심할 때, 어려운 숙제가 풀리지 않을 때, 그리고 바깥에서 비가 내리고 있을 때, 나는 그 참나무 책상을 길들이기 위해서 마른 걸레질을 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문지른다. 그렇게 해서 길들여져 반질반질해진 그 책상의 광택 위에는 상기된 내 얼굴이 어른거린다.
너의 매끄러운 포마이커 책상은 처음부터 번쩍거리는 광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길들일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물걸레로 닦아 내는 수고만 하면 된다. 그러나 결코 너의 포마이커 책상은 옛날의 그 참나무 책상이 지니고 있던 심오한 광택, 나무의 목질 그 밑바닥으로부터 솟아 나온 그런 광택의 의미를 너에게 가르쳐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책상만이 아니었다. 옛날 사람들은 무엇이든 손으로 문지르고 닦아서 광택을 나게 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청동 화로나 놋그릇들은 그렇게 닦아서 길을 들였다. 마룻바닥을, 장롱을, 그리고 솥을 그들은 정성스럽게 문질러 윤택이 흐르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오랜 참을성으로 얻어진 이상한 만족감과 희열이란 것이 있다.
아들이여, 그러나 나는 네가 무엇을 닦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옛날 애들처럼 제복 단추나 배지를 윤이 나게 닦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스테인리스 그릇이나 양은 솥은 너의 포마이커 책상처럼 처음부터 인공적인 광택을 지니고 있어 길들일 필요가 없고, 또 길들일 수도 없다.
아들이여, 무엇인가 요즈음 사람들이 참을성 있게 닦고 또 닦아서 사물로부터 광택을 내는 일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구두닦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카뮈라는 프랑스의 소설가는 구두닦이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무한한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구두닦이 아이들이 부드러운 솔질을 하고 구두에 최종적인 광택을 낼 때, 사람들은 그 순간, 그 부드러운 작업이 끝났거니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 바로, 그 억척스러운 손이 다시, 반짝거리는 구두 표면에 구두약을 칠해 광을 죽이고, 또 문질러 가죽 뒷면까지 구두약이 배어 들 게 하고, 가죽 맨 깊은 곳에서 빚어지는, 이중의, 정말 최종적인 광택이 솟아나게 한다.
아들이여, 우리도 이 생활에서 그런 빛을 끄집어낼 수는 없는 것일까? 화공(化工) 약품으로는 도저히 그 영혼의 광택을 끄집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투박한 나무에서, 거친 쇠에서 그 내면의 빛을 솟아나게 하는 자는, 종교와 예술의 희열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이다."
어린시절 '교과서'에 실려서 인상깊게 봤던 수필이다.
이 수필을 본 뒤로 엉뚱하게 '목공'에 관심을 가졌더랬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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