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동료들과 치열하게 스터디 했던 책 중에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가 있었다. 포츈500에 속한 기업 중에 엄격한 기준에 따라 11개 기업을 골라서 그들의 특징을 분석하고 공통 원리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위대한 기업이란 어떤 것인가를 제시하는 책이었다. 방식도 내용도 정말 대박이었던 책이다. 책에서 배운 원리들을 비록 회사에는 제대로 적용하진 못했지만, 이후 우리 부부의 삶에 적용하고 체화시켜서 결국에는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었다. 책에 나오는 "고슴도치 컨셉"은 흑곰북스 설립이라는 결실로 이어졌고, "규율"과 "플라이휠"은 흑곰북스 마케팅의 원칙이 됐으며, "냉혹한 사실 직시하기"와 "단계5의 리더십"은 황작가의 강사 생활의 원리 및 은퇴 결정의 근거가 되었고, 현재 운영하는 스터디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작 이 책에 등장하는 위대한 기업들은 25년이 지난 2020년 현재 대부분 존재감이 미미하거나 몰락했다는 점이다. 100년이 지나도 영원할 것처럼 묘사되었던 그 위대한 기업들의 목록은 지금 보니 이게 뭐 하던 회사인지 기억조차 없다. 대신 오늘날 미국, 아니 세계를 주름잡는 회사들은 죄다 IT 회사들이다. 한 시대가 가고, 다른 시대가 왔다. 결정타는 2008 금융위기 때가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의 저자는 그 뒤에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을 또 써서 나를 빵 터지게 했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시도했던 분석 기준과 평가 원칙, 그리고 거기서 추출한 원리들은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대가 교체되면 사업 분야는 달라질 수 있으나, 오히려 가장 안 바뀌는 존재는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위즈덤 프로젝트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독서 방법론 (0) | 2020.12.01 |
---|---|
월간 허스토리 1999년 1월호 데스크칼럼 - "광주에 뭐 볼 게 있어?" (0) | 2020.09.20 |
빠른 갈색 여우가 게으른 강아지를 뛰어 넘습니다. (0) | 2020.06.15 |
MS의 새 엣지 브라우저 (0) | 2020.06.08 |
스터디용 대형 원목 테이블을 집에서 만들어보자 (0) | 2020.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