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시스터즈에서의 충격(앞의 글 참조)을 뒤로하고, 나는 서둘러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원래 차박을 하기로 마음 먹었던 곳에서 못하게 되었고 그렇다고 휴가시즌 피크에 더구나 주말에 갑자기 숙소를 잡으려고 보니, 평소보다 거의 3배로 뛴 상태였다. 이 동네에서 더 이상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무턱대고 어딜 하나 더 추가하자니 뾰족한 대안도 생각 안 나고... 어떻게 하나 하다가, 내일 일정에 속하는 도버 쪽으로 해 지기 전까지 일단 최대한 이동하기로 하고 그 근처에 차박이 가능한 주차장을 검색했다. 다행히 맘에 드는 놈이 하나 보여서 그곳으로 일단 운전을 시작했다.
구글맵이 이끄는 대로 무념무상 가다보니,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기차가 지나간다며 차단기가 내려와서 차들이 쭉 줄을 섰다. 운전할 땐 정신 없는데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면서 주위를 보니 겁나 예쁜 마을이었다. 특히, 갈매기들이 까악, 끼룩 거리는 소리가 엄청났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에, 홀린듯이 시내 중심부 주차장에 차를 댔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1시간에 1파운드 정도 내는 주차장 요금기에 카드를 인식시켜놓고(나중에 차를 뺄 때 카드를 다시 꼽으면 그 때까지의 시간만큼 알아서 과금됨) 무슨 마을인지도 모르는 마을 한 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려서 안내판을 보니 '라이(Rye)'라는 곳이었다.
지도를 보니 바다를 향해 흐르던 강물이 하구언을 이룬 지역이었다.
완전 무슨 동화 속 같은 마을...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빛이 아름다운 매직아워가 막 시작한 터였다. 아름다운 마을의 골목길과 상점들을 둘러보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중간에 성당과 묘지도 둘러봤는데 마을 분위기랑 너무 잘 어울렸다.
바다가 보이는 데까지 갔더니 옛날부터 쓰던 대포 진지도 있다. 아까 안내판 지도에서 보고 상상했던 것처럼 나름 군사요충지였을 듯하다. 하긴 영국 남해안이 뭐 어딘들 방어진지 아닌 곳이 있을까... 로마 시대부터, 중세와 나폴레옹 시대와 히틀러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 역사적 사실은 나중에 밤에 차박하는 곳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구 도심은 생각보다 작아서 1시간도 못 되어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마을이 워낙 이쁘다보니 찍은 사진은 겁나 많다. 그 중에 일부를 올렸다. 사실 이 마을보다 이쁜 마을은 더 많겠지만, 여행자에게는 타이밍이란 게 있다. 마침 시간이 좀 남았고, 마침 이 마을을 지날 때가 해 지기 1~2시간 전, 매직아워였다.
이제 다시 도버 쪽으로 차를 달린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길이 계속 이어진다.
뒤따르는 차가 없길래, 차를 잠시 멈추고 사진을 얼른 찍었다.
해 지기 전에 오늘 차박을 시도할 주차장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라서 약간 마음이 급했다.
▼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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