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라이' 구경을 마치고 도버 쪽으로 계속 운전했다. 여기서 시간을 좀 썼기에, 오늘 차박을 할 주차장에 해 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운전을 서둘러야 했다. 하지만 해가 질 무렵의 빛이 들판과 건물을 비추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운전에 방해를 받을 정도였... 태양의 각도가 예각이 되면서 찬란한 햇살의 마법이 안 그래도 예쁜 동네를 더욱 아름답게 색칠했다.
가다 보니 해안도로를 타게 되었는데 뚝방 너머가 너무 궁금해서 차를 세우고 건너다 보았다. 브리튼 섬 남해안에 쫘악 펼쳐진 수많은 해수욕장들. 그 중의 한 곳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늘 운전 엄청 했다. 스톤헨지가 있는 곳에서부터 사우샘프턴, 허스몬큐 성, 세븐 시스터즈, 라이를 거쳐 도버 근처까지 ㅎㅎㅎ
주차장에 도착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은 해변. 요금안내판을 보니 저녁 6시 이후 아침 8시까지는 얼마라는 말이 없고 운영도 안 한다는 말이라.. 그럼 그게 밤에는 무료라는 말 같아서, 옆 칸에 주차하고 있던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는데 유주얼리 그렇지 않겠냐고.. 내가 봐도 그렇다 싶어 마음 놓고 차를 대 놓고, 일단 사진과 영상을 찍어 아내에게 안심시킬 용도로 보내놓았다.
해운대가 생각나는 - 그러나 훨씬 큰 바닷가의 벤치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저녁으로 먹으려 구했던 파이 종류와 길거리 커피는 너무너무 맛이 없고, 먹고 나면 아플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절반쯤 버렸다. 대신, 주유소 편의점에 들어가서 비상식량을 좀 구했다. 몇 펜스 부족했는데, 그냥 뭐, 오케이 해준다. ㅋㅋㅋ 땡큐 베리 머치~
알콜 스프레이로 몸을 소독하고 구입한 식량 포장지도 다 소독한 뒤,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해변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즐겼다. 이곳은 과거에 나폴레옹의 침략을 막기 위해 방어진지로 구축했던 지대라고 한다. 그 중에 바다쪽 뚝방 위에 내 주차장이 있다. 이제 슬슬 오늘을 정리해야 한다. 근데 아까부터 쉬야가 마려운데 공공화장실이 없는 상황... 뭐, 이것도 해결 방법은 있긴 하다. (비공개)
시원하게 볼 일을 보고, 잘 준비를 시작했다. 트렁크에 담아가지고 다니던 물 1.5리터로 간이 샤워를 하고, 물티슈로 구석구석 세수도 했다.
완전히 어두워졌다. 밤이 되자 모두 떠나고 주차장에 나 혼자 남았다. 강 건너편 마을에서는 떠들썩한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폰이 잘 안 터진다. 밤바람이 확 불 때마다 차가 약간 흔들리는데 밤에 무서울 수도 있을 거 같다. 용기를 내자! 내일 아침 뜨는 해를 자랑스럽게 맞이하자!!!
다음 날 새벽.
나이 먹고 차박은 할 게 못 된다. ㅋㅋㅋ 10시 반쯤 자려고 시도했으나 워낙 바람소리도 많이 나고 긴장되어서 쉽게 못 잤다. 12시쯤 됐나, 잠이 좀 든 거 같았는데, 동네 젊은 것을이 몰려와서 자기들끼리 떠벌떠벌 해 대서 잠이 깨고.. 또 좀 있으니 또 다른 팀이 와서 웅성웅성... 그러다 가고...
새벽 2시까지 그래도 좀 잤나 했더니 이번엔 동네 양아치 같은 애들이 와서 차를 두들기고 후레쉬로 비춰서 깼다. 그래도 애들이 막 험한 애들은 아니었는지, 내가 벌떡 일어나서 "돈...!!!" 했더니 싹 도망간다. 돈 무서운 줄은 알아가지고.... 쯧.
결국 또 조각잠을 자다가 4시 반쯤 하늘이 슬슬 밝아지길래 그냥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어쨌거나 일출을 보는 것이 목표. 새벽 바다 사진을 좀 찍고, 샤워도 하고ㅋ, 맛 없는 아침식사를 하고, 도버 쪽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결론 : 영국에서 여름에 차박은 가능은 하다. 온도도 딱 맞아서 별로 춥지도 않고... 하지만 피치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하지 말자. ^^;;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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