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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버 캐슬에 입장 예약한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화이트클리프 주차장에서 좀 쉬다가 도버 항구를 구경하러 갔다.

위 지도상에서 1번이 화이트클리프 2번이 도버 항구(마리나) 그리고 3번이 도버 캐슬. 렌터카로 다니면 모두 5분 내외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짧은 거리다. 도버 항구는 주차장이 애매하므로 조금 위에 있는 해변 쪽에 주차하고 걸어오면 된다. (사실 도버 항구에 대한 무슨 특별한 환상 같은 것이 없다면 굳이 가볼 필요까지는 없겠다.)


도버 캐슬로 이동했다. 예약 시간은 아직 1시간 가까이 남았지만, 그냥 들여보내준다. 융통성 있는 영국 ㅋㅋ 하긴, 예약만 해놓고 못 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 (시간 예약제는 코로나 시국에 동시입장 인원수를 제한하려는 의도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면 이런 장면부터 보게 된다. 외부 성곽의 출입문이다. 내가 침략군(?) 입장에서 보면 공성이 꽤 까다롭겠다. 도버 캐슬은 우리나라로 치면 동래산성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들 많이 말을 한다. 실제로 이곳이 영국 역사에서 막아낸 외적만 해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내부에 들어가면 다시 우뚝 솟은 내성의 탄탄한 외벽이 눈에 띈다. 관광객이 꽤 있어서, 마스크를 꼬옥 조여 쓰고, 사람들이 지나갈 때는 아예 호흡을 잠시 멈췄다.

자세히 보면 매우 다양한 시대를 거쳐 증축/보수된 흔적이 있다.

실내 전시관은 가급적 피하고 있는데 이곳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 들어가보았다. 영국은 이렇게 역사적 현장 그대로를 활용해서 전시관으로 꾸며놓고 가까이서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이 있다. 꼭 영국만이 아니라, 요즘 유적지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각광받는 스타일인 모양이다.

외성과 내성을 거쳐 안으로 들어가면 도버 캐슬의 가장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메인 타워, "Great Tower"가 있다. 이곳은 통로가 좁고 아무래도 실외보다는 내부 공간에 환기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입구에서 직원이 입장객 숫자를 제한하고 있다. 우루루 몰려다니는 관람 문화는 이제 끝이다. 이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차분하게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성 안에서의 생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잘 전시해두었다.
타워에 오르는 계단은 총 4개가 있지만, 일방 통행으로 관람객의 동선을 제한하고 있다.
타워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도버 항구. 아까 다녀온 곳이라고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프랑스 쪽 해안 방향. 도버 캐슬의 역할은 저 바다를 건너오는 적들을 막는 것이다.
창문은 내야겠고, 외부로부터의 투석기나 대포의 공격은 막아야겠고... 그래서 두터운 성벽과 채광창 존재의 타협이 이루어졌다.
성 안의 부속실까지도 꼼꼼하게 재현해두었다. 성 안에는 왕과 왕비만 사는 게 아니라 호위대와 식솔들의 공간도 필요하다.

타워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자유 동선이다. 바깥에 나오니 중세 투석기가 전시되어 있다. 저게 뭐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대포가 나오기 이전에는 최고의 전략 무기였다. 이거 한 대만 성벽에 보이게끔 놓아두면, 적군의 부대 배치 자율도가 확 떨어진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크족은 저런 투석기가 돌덩어리를 날려보내도 그대로 서서 대형을 유지하지만, 그것은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캐슬 방어 및 물자 저장, 탈출로 확보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해온 지하 터널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때까지도 활용했다고 한다. 줄을 서서 한 팀씩 들여보내는데, 실제로 들어가보면 별 것은 없다.

관람을 마치고 하산(?)하여 입구 쪽으로 이동하면, 1~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몇 가지 볼거리가 더 있다.

해군 통신실로 쓰이던 공간을 보존/복원/전시해두었다. 이것 외에도 대공포라든지 비밀 벙커, 야전 병원 등이 있는데 코로나 시국에는 관람이 제한되고 있었다.

 


모든 관람을 마치고, 구내 카페에서 먹거리를 사서 야외 테이블에서 먹었다. 시원한 실내에서 먹고 싶었으나 코로나 시국에는 실내 좌석을 허용하지 않고, 외부에 있는 간이 테이블에서만 먹을 수 있다. 이것도 한참을 자체 방역을 하고 먹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 땜에 매 끼니가 전쟁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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