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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운전을 많이 했고, 뭘 많이 봤고, 차박까지 하고, 또 다시 도버에서 하루를 보내는 중이라 많이 피곤했다. 그래서 캔터베리에 잡아둔 숙소로 최대한 일찍 이동했다. 도버에서 캔터베리는 30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었다. 구도심 중심부에 숙소를 잡아놔서, 숙소 근처에 다가갈수록 골목길이 아름다웠다. 문제는 지금 이상 기온으로 너무 더워서, 체력 고갈이 걱정되는 상황... 아직 숙소 채크인 시각 오후 3시가 되려면 1시간이나 남았는데, 이번에도 융통성이 있을까?? 리셉션 직원 앞에서 깔짝거리며 이스 더 채크인 타임 쓰리 어클락? 어쩌구 하면서 왔다갔다 하다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핫 웨더~~ 그랬더니, 알겠다는 듯 이름이 모냐며 이른 채크인을 해준다. 영국식 돌려말하기가 통한 느낌 ㅋㅋㅋ (아마 꼴보기 싫어서 치워버린 듯 하지만, 친절을 베푼 직원에게 감사했다. 이 숙소 인상이 좋아졌음!)

숙소는 Travelodge Canterbury Chaucer Central. 시설은 별로지만 그만큼 저렴하고 친절하고 구도심 중심부라서 위치가 대박이다.

 

숙소에 들어갔지만, 원래 영국 날씨가 이렇지 않기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찬물로 샤워를 하는 중에도 땀이 났다. 샤워와 함께 빨래도 해서 널어놓고, 해가 좀 넘어가길 기다리며 드러누워 한숨 꿀잠을 자고 저녁에 밖으로 나와서 동네를 돌아다녔다. 다음 날 아침에도 또 다른 방향으로 한바퀴 돌고...

아래 글은 시간 순서를 좀 섞어서 쓰기로 한다.


캔터베리가 어떤 도시인가. 캔터베리 대주교의 주교좌 대성당이 있는 곳. 캔터베리 대주교가 누구인가. 그냥 수많은 대주교 중의 하나가 아니라 성공회 전체의 본좌(?)라고 할 수 있다. 성공회에서의 교황과도 같은 존재. 그런 대성당이 도시 한 복판에 있는, 도시 전체가 종교적인 동네가 바로 캔터베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곳에 왔을 때 목표는, 대성당이나 수도원을 보는 것보다도 (그런 건 살면서 너무 많이 봐서...) 그 대성당을 중심으로 도시의 주요 건물과 구획 배치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그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었다.

코로나 시기에 정말 많은 유적지와 박물관과 성당이 보수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대성당 주위의 도심 중심부는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성당의 규모도 규모지만, 성당 부지를 크게 둘러싼 거대한 성벽이 주는 위압감이 대단하다고 들었기에, 그 느낌도 직접 돌아보면서 살펴보고 싶었다. 도시 전체에 성벽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과 견줄만큼의 위용을 갖추려 한 듯하다.

그 구획을 따라 난 길을 따라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역시나 켄터베리 대성당은 공사중이라 비계를 여기저기 설치해놓아서 사진을 찍기엔 곤란했다. 내부 관람은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었지만 어차피 이번엔 들어갈 계획이 없었고... 숙소 근처에 있는 수도원도 마찬가지... 내부 보다는 캔터베리라는 주교좌 도시 그 자체를 두루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수도원... St Augustine's Abbey. 무려 6세기에 세워진 영국 기독교 역사의 전설과도 같은 장소다. 숙소 바로 옆 골목에 있어서 자주 지나쳤다.

사실 여기도 원래 입장까지 하려고 했던 곳인데, 다음 날에도 이상기온으로 아침부터 태양이 작렬... 아침에 눈을 떴더니 종아리가 뜨뜻... 엎드려서 자고 있는데 창문으로 들어온  햇볕에 종아리가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었다. 황급히 창문를 가리고 잠시 멍 때리다가, 이렇게 이상기온 땡볕에 무슨 수도원 유적지 답사인가 싶어서 계획을 수정했다.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그나마 선선할 때 도시를 답사하고, 한 낮에는 그늘로 그늘로 피해다녀야 했다.

 

아무튼 캔터베리는 이렇게 종교적인 도시다보니, 거리와 건물 이름도 이렇게...

'영국의 담뱃가게가 살아남는 법'이라는 글에 등장한 바로 그 집. Payzone이라는 명패와 함께, 필그림, 컨페셔너 등의 단어가 보인다.
모든 성자들의 길. 이것은 마치 로마의 만신전(판 테온)같은 느낌이다. 중세의 신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캔터베리 구도심은 어제 들렀던 '라이' 못지 않게 예쁜 마을인데 조금 더 현대화의 물이 든 도시 느낌이다.

동네는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매직아워에 때맞춰 나가서 돌아다니면 아무거나 찍어도 느낌이 살아난다. 

골목길을 걷는데 사람들이 이 시국에 마을 축제를 한다고 우글우글 모여있는 것을 봤다. 방역이라곤 입구에서 세니타이저만 손에 치덕치덕 바르는 것이 전부고, 마스크도 안 쓰고 다들 맥주를 마시면서 웅성거린다;;; 내가 볼 때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영국에 있는 기간 중에 분명히 세컨드 웨이브로 록다운 걸리는 지역들이 속출할 거라고 본다. ㅠㅜ

도시의 북쪽에 이르자 멋진 공원이 나온다. 평화로운 동네 분위기에 한동안 흠뻑 젖어있었다.

 

골목마다 오래된 건물이 즐비하다. 500년은 기본이다.

도심 골목에서 바라보이는 대성당의 첨탑. 존재감 뿜뿜.
나중에 코로나 종식 후에, 언젠가 꼭 다시 올 곳이다. 런던에서 가까우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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