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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램링햄 캐슬에서 노리치에 아내가 예약해놓은 숙소까지 대략 1시간만에 도착했다. 2020 희상이의 브리튼 섬 대모험이 일단락 되었다. 숙소 앞에 도착해서 주소를 잘못 보고 엉뚱한 집 문을 열어재낀 것이 옥의 티였지만 어쨌든 무사히 숙소 앞에 주차하고 일단 좀 찬물로 씻어서 몸을 식힌 뒤, 옷을 갈아입고 아내가 있는 학교로 이동했다. 기숙사 건물을 찾아서 주차 위치를 찾으면서 아내에게 전화했더니 금방 내려왔다. 무려 7개월만에 아내를 만났다.

이 대학의 건물들은 친환경적 건축물이라고 이런저런 상도 받은, 독특한 디자인이다.

아내를 실제로 보니 반갑고 신기한 것은 당연하지만, 예전에 아내가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나는 신대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4개월만에 만났을 때처럼 어색하지는 않고 그냥 어제 본 사람 같았다. 날마다 채팅을 하고 화상통화도 자주 하고 그래서, 늘 곁에 있던 느낌이었다. 사람이 손으로 만져진다는 거 외에는 낯설움이 하나도 없으니... ^^ 이와 관련된 아내의 묵상이 아주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는데, 너무 아까워서 내가 막 그거 얼른 글로 적어두라고 난리를 쳐서 아내가 페이스북에 적어두었다. ^^

#1. 그이랑 드디어 만났다! 맨날 영상 통화나 메시지로 거의 실시간 급으로 소통하다가, 드디어 실체를 만나니 신기했다.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그이를 만난 소감으로, 그리움이란 감정보다 반가움과 기쁨이란 감정이 더 크다고 말했더니 남편이 살짝 서운해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그게 정말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 내가 천국에서 그리스도를 뵐 때도 같은 마음 아닐까? 힘들 때에도 기쁠 때에도 항상 내 곁에서 함께 해 주셨고, 나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해주셨고, 내가 가장 바닥에 있을 때에도 나를 지켜주셨던 그 분의 실체를 만났을 때, "그리웠어요"라고 말할 수 없을테니까. "정말 좋아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남편은 언제나 나와 함께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내가 힘들 때 바로바로 응답해주고 내 사소한 감정부터 가장 깊은 생각들까지도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가 신랑과 신부와 같은 것임을 당신 덕분에 체감할 수 있다고. 이렇게 풀어서 해석해주었더니, 남편은 그제서야 비로소 감동을 받은 것 같다. 물론 당신이 늘 백수를 지향하면서 살다보니 가능한 일이라고 하면서 둘이서 웃었지만. ㅋㅋㅋ

아내의 기숙사 방에서 내다보는 장면

내가 도착한 날은 마침 함께 공부한 (어린) 친구들과 회식이 있는 날. 내가 온다고 하니 다들 날을 잡아서 팟럭 파티를 했다. 마치 나를 위해 부페를 준비한 듯한 상황이 되었다. 아내가 (어린) 친구들이랑 달그락거리며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식탁이 차려지는 동안 앉아서 물끄러미 지켜보는데, 정말로 아내를 만났다는 사실이 이제 실감이 되었다. 보기좋고 맛좋은 음식들을 차리는 동안 아내는 왕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거의 이모 수준 ㅋㅋ 계속 쳐다보다가, CCTV 샷을 찍었다.

진수성찬을 차려주었다..... ㅠㅠ


실제로 음식도 맛있었다. 며칠간 내가 먹은 것들과 비하면 ㅎㅎㅎ 오랜만에 밥 다운 밥을 먹어서 매우 행복했다. 아내만 빼고 다들 국적이 같지만 아내를 배려해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나도 중간에 끼어들어서 콩글리쉬를 던져서 말이 통하면 기분이 좋았다. ㅎㅎ 실제로 영어 실력엔 변함이 없지만, 혼자 여행하다보니 자신감만큼은 약간 상승한 듯하다. 영어로 개그도 쳤는데, 통했다. ㅋㅋㅋ


식사 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나는 피곤하기도 하고, 아내가 모처럼 이 친구들과 오랜만에 자리를 한 거라 해서 시간을 주려고 먼저 일어났다. 기숙사에서 같이 잘까도 생각했지만, 엄밀하게는 학교 규칙 위반이기도 하고, 이런 문제에는 어른이 모범을 보여야 할 거 같아서 시내에 따로 숙소를 구했었다. 마침 코로나 시즌이라 학교 주차장이 완전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서 차는 학교에 놔두고 걸어서 숙소로 이동했다. 빠른 걸음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며칠간 머물 내 숙소. B&B인데 코로나 시국에는 B가 하나 빠진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내일은 다시 학교에 가서 구경도 하고, 저녁엔 몇몇 애들을 뒷좌석에 태우고 근처 바닷가에 놀러가기로 했다. 학생의 삶을 살고 있는 아내를 만나러 왔더니, 학교 친구들이랑도 놀아야 된다.ㅋㅋㅋ 둘만의 시간은 언제 오려나~

이쯤에서 다시 아내의 일기를 인용 ㅋㅋㅋ

#2. 그이가 온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각자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등갈비와 콘 구이, 감자를 넣은 양념갈비찜, 새콤달콤한 석이버섯 무침, 과일, 연어사케동과 오렌지청으로 만든 시원한 에이드를 준비했다. 내 예상대로 그이는 금세 아이들과 잘 어울렸다. 대부분 영어로 대화했는데, 그이가 영어로 농담까지 할 정도로 실력이 좋아져서 놀랐다. 나는 영국에 오기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다. ㅋㅋㅋ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친 후, 아이들에게 천연비누를 선물했다. 뽑기 형식으로 아이들이 비누를 선택하게 했더니, 모두 재미있어 했다. ㅎㅎㅎ 나는 내일 학교 우편실에서 택배를 받아야 해서, 오늘은 그이와 떨어져서 각자의 숙소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이는 숙소로 먼저 돌아가고, 나는 아이들과 캠퍼스 산책을 했다.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참 행복한 하루였다.

내일은 우리 반 아이들과 Great Yarmouth Beach에 다녀오기로 했다. 내일도 무사히, 즐거운 시간~

다음 날 아침... 다시 학교까지 걸어갔다. 이상기온은 노리치에도 밀어닥쳐서, 아침부터 땡볕에 땀범벅이다.

기숙사 올라가는 계단에서 내려다본 장면.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올라가는 게 빡쎄다. 낼 모레 이사는 어떻게 하나......

기숙사 공용 식당에서 아침을 평소에 아내가 먹는 스타일처럼 먹었다. 여기에 렌틸콩과 어린 옥수수를 삶아 먹었는데 사진을 못 찍었다. 아내가 해주는 밥상을 7달만에 대하니까 감격스러웠다. ㅎㅎㅎ 그러면서 아내의 기숙사 라이프를 조금 더 관찰...

방학이기도 하고 더구나 코로나 시국이라 학교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내와 둘이서 걷는데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만난 건 어제인데 오늘 드디어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내가 자주 산책하는 호숫가 모습들
동네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 - 개 전용 수영장이 있다. ㅋ
점심도 만들어 먹었다. 시간이 잘 간다. 저 옥수수, 한국 옥수수랑 달리 엄청나게 달고 맛있다.

공용 식당에서 말레이지아 학생 Wong 씨를 만났다. Wong 발음이 내 성과 비슷해서 뜻을 물어보니, 옐로우라는 뜻이라고 한다. 내 이름 황도 누를 황이다. 같은 의미에 약간 다른 발음이다. 여기 와서 친족(?)을 만났다. 할아버지가 생전에 늘 최고라고 말씀하시던 "여자 황가"다. 뜻밖의 만남에 족보 이야기를 한참 했다. 분명 저 위에 어디서부턴가는 조상이 같을 거라고... ㅎㅎㅎ

대학 티셔츠를 커플티로 구입해서 입고 여기저기 학교를 구경했다. 빨래방 체험도 했다. 빨래를 하려면 기숙사에서 7~8분쯤 걸리는 대학 내 빨래방까지 걸어가서 세탁을 돌려놓고 왔다가, 시간 되면 다시 가서 이번엔 건조기로 돌려놓고 왔다가, 또 시간 맞춰 다시 가서 이번엔 다 된 빨래를 가져와야 한다. 즉, 빨래 한 번 하려고 6번을 이동(왕복 3회)해야 한다. 이걸 직접 체험(?)해보면서, 이게 지금 뭔 짓거린가 싶으면서, 그동안 아내가 참 고생이 많았구나 생각했다. 빨래 한 번 하고 나니 하루가 다 가버린 느낌...

아내 기숙사방 화장실에 붙어있는 문구. 물 아끼라는 말을 참 많이도 돌려서 한다.

 

이제 오후에는 아내의 (어린) 친구들과 바닷가에 간다. ▼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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