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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북쪽으로, 뉴캐슬어폰타인을 향해 출발한다. 아침에 피크디스트릭에서 빠져나올 때는 날씨가 흐리고 비도 내렸다. 하지만 덕분에 아래와 같은 독특한 분위기의 시골길 정취를 한껏 누릴 수 있었다.

차를 몰고 북쪽으로 향하다가 중간에 있는 도시 '요크'로 방향을 꺾었다. 미국의 뉴욕이 새로운 요크라면 영국의 요크는 오리지널이다. 요크는 원래 여행 계획엔 없었지만, 뉴캐슬까지 바로 달려봤자 숙소 체크인 시간이 애매할 거 같고, 마침 엊저녁에 서핑한 어느 영국 유학생 블로그에 요크의 한 골목 Shambles라는 곳이 매력있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점심도 먹을 겸 들렀다 가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잘 결정한 일이었다. 골목마다 매력이 넘쳤다.

요크 시내 중심지를 그림지도로 만든 것. 표지판의 일부를 사진으로 찍었더니 그럴듯하다. 빨간 선으로 우리 동선을 표시했다. ※ 그림을 클릭하면 커짐

문제는, 날씨가 포근하고 좋아서인지, 길거리에 사람이 예상보다 훨 많았다는 점.. (더구나 마스크를 제대로 쓴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ㅠㅠ) 이번 우리 여행의 원칙이 사람 없는 곳으로 다니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꽁꽁 싸매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면서 움찔움찔 피해 다닐 수밖에.. 없었다. ㅠㅜ

우리는 일단 중심부에 있는 주차장을 찾아갔다. 주차장 바로 옆에 Clifford's Tower가 있어서 찾기 쉽다. 주차비가 좀 비싸긴 한데, 위치가 좋아서 도보 동선을 짜기 좋다. 2시간 주차를 해놓고 시내를 돌아다니기에 딱 좋았다. 화장실도 있다. 40펜스를 내야 하지만... 

조금 걸어 나오면 바로 강이 보인다.
거의 모든 골목이 아름다웠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ㅠㅠ

사람이 많아서 당황한 우리는 마스크를 더욱 꼬옥 쓰고 사람들을 피해다니며 간간히 숨을 참으며 이동했다. 중세 건물과 근세 이후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골목길을 지나서 대성당 쪽으로 걸어갔다. (위 지도 참조)

중세 건물 중에 윗층으로 갈수록 바닥보다 넓게 면적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건물들이 종종 있다. 그땐 '지상권'이란 개념이 없었나보다. ㅋ 이런 건물로 유명한 골목이 바로 잠시 후 방문할 Shambles 골목이다.

무려 1434년도부터 있었던 건물이 그냥 동네 골목에 ㄷㄷㄷ 세종대왕 시절이다.
아내가 어느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부른다. 화약 음모 사건의 "가이 폭스(Guy fawkes)" 생가였다. ㅎㅎㅎ
구시가 중심거리. 요크의 가장 핵심 지역이라 할 수 있겠다. 저 멀리 대성당이 살짝 보이기 시작한다.
이 부분을 어떻게 exterior 했는지 궁금했는데, 뜻밖의 기회에 알게 되었다. ㅎㅎㅎ


골목길이 끝날 즈음, 요크 대성당(주교좌 성당)이 그 거대한 위용을 드러냈다. 북유럽 쪽에는 이렇게 큰 성당이 많이 없다. 영국 내에서도 큰 규모에 속한다. 세 번째인가 그렇다고 한다.

참고로 성당이라고 다 같은 성당이 아니고, 서열이 다 있다. 대주교의 서열에 따라 주교좌 성당의 등급도 달라지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 등급에 따라 건물 사이즈와 교회 부지 넓이도 달라진다. 며칠 전에 봤던 켄터베리 대성당이 잉글랜드 성공회에서는 서열 1위. 보통 '주교좌'라는 말이 붙는 성당은 그 지역의 대주교가 담당하고 거주하므로 해당 지역에서 가장 크고 정성이 매우 들어간 건물일 가능성이 높다.

대성당 앞에는 특이한 동상이 있었다. 콘스탄틴 황제다. 로마의 황제였던 이 사람의 동상이 왜 이곳 변방 잉글랜드에 있을까 궁금했는데, 콘스탄틴이 실제로 여기서 지냈고, 여기 있을 때 하필 선대 황제가 죽자 이곳에서 바로 대관을 했었다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대관식을 한 것은 아니고, 여기서 황제가 되었음을 선포했다고... 요크 입장에서는 자기네 동네에서 황제가 나왔으니 - 그것도 교회사에서 엄청 유명한 황제 - 동상 하나쯤 두고 싶었을 듯하다.

대성당 앞에는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마스크 쓴 사람은 거의 없는 상태로.... ㅠㅠ


이제 방향을 꺾어서 Shambles 골목 쪽으로 걸어갔다. 이 골목은 그 이름 자체로 고유명사인데, 원래는 시내 중심부 시장 뒷골목, 푸줏간 골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중세 건물의 프레임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고,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자세한 설명은 위키 참조> 

 

The Shambles - Wikipedia

Street in York, England This article is about the road. For other uses, see Shambles. The Shambles (officially known as just Shambles[1]) is an old street in York, England, with overhanging timber-framed buildings, some dating back as far as the fourteenth

en.wikipedia.org

이 사람들은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마스크도 안 쓰고 당당한 것일까.. 답답했다. 영국에 세컨웨이브는 분명히 닥칠 듯하다.
Shambles에 도착했다. 중세 느낌이 확 온다. 그런데 사람도 많아서 부담감도 확 온다.. ㅠㅠ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다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골목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위험하다고 판단, 일단 바로 옆에 있는 광장으로 빠져나왔다. 

광장은 웬만한 도시의 광장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었고, 역시 소규모의 시장이 서있었다.
아마도 요크 구도심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가 아닐까 싶은 이곳...
여기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웃고는 있지만, 사실 코로나 공포에 조심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식사 후 비교적 깔끔해 보이는 푸드트럭에서 커피까지 Take-out 해서 마시고, 다시 Shambles 쪽으로 재도전!
사람이 더 많아졌다. -_-;;;; 우리는 그냥 사진만 찍으면서 후딱 빠져나가기로 했다.
사람은 끊임 없이 늘어나고.. 우리는 기가 질려 그만 후퇴하기로 했다. 어차피 주차장 시간도 다 되어 간다.


아까 시장에서 코로나 신경쓰느라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먹어서, 인근 모리슨(대형마트)로 이동해서 다시 먹거리를 좀 장만했다. 우리는 뉴캐슬로 이동해서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모리슨의 월드 푸드 코너에서는 한국 라면을 판다.  

이렇게 우리의 '짧은' 요크 방문을 마친다. 요크는 나중에 코로나 종식된 뒤에 차분하게 꼭 다시 오고 싶은 그런 매력적인 도시였다. 코로나 속히 사라지길.. 그리고 제발 영국 사람들이여, 마스크 좀 쓰고 다니시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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