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에서 뉴캐슬로 가는 길은 이제 차들이 좀 줄어서 덜 무서웠다. 영국의 고속도로는 좁은 길을 차들이 너무 빨리 내달려서 무섭지만, 트럭 뒤를 따라 크루즈 기능을 60마일에 맞춰놓고 달리면 아주 편안한 속도로 즐길 수 있다. 내 렌터카가 경차라서 더더욱 고속도로에서는 힘도 딸리고 연비에도 무리가 될까봐 일부러 트럭 뒤만 따랐다.
[도시 이름에 관한 나의 잡썰]
뉴캐슬어폰타인은 줄여서 뉴캐슬이라고도 한다. Newcastle upon Tyne이라는 이름을 풀이해보면, '뉴 캐슬'은 '새로 지은 성'이고 '어폰 타인'은 '타인 강 위'라는 뜻이다. 남쪽에서 붙인 이름이니 '위'라는 표현을 '너머'라고 바꿔도 되겠다. 남쪽이라고 굳이 칭한 이유는, 이 지역을 정복한 자들이 전부 남쪽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기 때문. 가장 먼저 로마가 그랬고, 정복자 윌리엄이 그랬으며, 이후 스코틀랜드와 경쟁했던 잉글랜드가 또한 그러했으니... 정복자 입장에서 보면, 브리튼 섬 서북부로 진출하는 길을 막고 있는 이 급류가 흐르는 타인 강이 항상 문제였을 것. 이 타인 강을 건너서 쫘악 펼쳐진 군침 도는 땅을 차지하려면, 강 너머에(Upon Tyne) 군사 요새를 건설해 내는 것(New Castle)은 그야말로 필수적인 과업이었다. 당연히 그 과정이 늘 쉽지는 않았을 것이고... 로마는 브리튼 섬의 횡으로 가장 좁은 지역을 따라 국경선을 긋고 로마 제국의 한계로 정하면서 하드리아누스 방벽을 건축했는데, 그 서쪽 끝이 바로 뉴캐슬어폰타인.
그러니 누구든 이 지역을 차지하는 꿈을 이룬 정복자들에게 "뉴 캐슬 어폰 타인"이라는 이름은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이유 때문에, 뉴캐슬이라고 줄여 불러도 전혀 헷갈릴 일이 없는 도시 이름이지만, 나는 그런 역사적 상상력을 확 불러 일으키는 이 길다란 이름이 좋다. 결론적으로 뉴캐슬 어폰 타인을 내 방식대로 번역하면, 타인 강 너머 새로운 도전이라 하고 싶다.
뉴캐슬에 도착해서 네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운전하다보니 어느 순간 다리를 타고 타인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 참 감개무량했다. 특강 종교개혁사를 집필할 때, 단기의회 해산 등 찰스1세의 실정에 반발하여 스코틀랜드 군대가 점령했던 뉴캐슬이란 도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이후 저 이름 덕분에 펼친 상상의 나래가 나를 이 도시까지 오게 만들었다. 기대했던 대로 절벽 아래로 흐르는 타인 강의 물줄기와 거기 걸쳐진 각양각색의 다리들이 기가막힌 경치를 선사했다.
아직 시간이 일러, 일단 숙소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빨래를 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 잠시 쉬었다. 그런데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맑고 날씨가 좋아서, 매직아워가 시작될 즈음에 타인 강변에 서있고 싶어졌다. 우리는 서둘러 숙소를 나서서 강변까지 걸었다.
가는 길에 멋진 캐슬도 만나고 예사롭지 않은 건물들도 만났다. 몇 장을 올려본다.
드디어 강변에 도착했다. 뉴캐슬 중심부의 타인 강에는 무려 7개의 다리가 있다. 지도에 표시해보겠다. 이 중에 오늘 두 개를 건너고 내일 두 개를 더 건너서 총 4개의 다리를 건너게 된다. ㅎㅎㅎ (왜??? ㅋㅋㅋ)
걷다가 갑자기 그 중에 하나를 만나게 되자, 나도 모르게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이 다리 이름은 High Level bridge라고 한다. 별 희한한 취미도 다 있다. 타인 강의 일곱 다리에 관심을 두는 덕후 남편이라니, 아내도 내가 웃기면서도 귀여운지, 잘 따라다녀 주었다. goo.gl/maps/zgEVKLDLukmhekY78
근처에 뉴캐슬의 부서진 옛 성벽과 탑의 유적이 남아있다. 현재 입장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벽이 부서져서, 그냥 주위를 둘러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캐슬의 구글맵 위치는 다음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하이 레벨 브릿지 북단 바로 앞. https://g.page/newcastlecastle?shar
위 사진은 내려오는 도중에 바라본 하이 레벨 브릿지. 정말 높다. 다리를 높이 건설한 이유는 강의 양안 고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고 배가 지나다니기 편한 때문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다리의 고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풀기도 하지만, 옛부터 다리를 들어올리거나 회전시켜서 푸는 방법을 많이들 썼다. 일곱 다리 중 하나는 그래서 회전 브릿지(Swing Bridge) 방식이다. 아래 사진은 강변에 다 내려온 뒤에 발길이 자연스럽게 향한 Swing Bridge로 건너면서 강 남쪽을 찍은 것이다.
강 남쪽으로 막상 건너왔는데, 이곳은 돈을 내고 들어오는 손님이 아니면 아예 강변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막혀있었다. 상당히 실망스러웠지만 빙 돌아서 계쏙 걸어갔다. 어차피 가서 봤어야 할 다리 ㅎㅎㅎ 아래 사진은 그렇게 살짝 삐진 상태로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고 찍은 사진이다. 뉴캐슬에서 가장 유명한, 타인 브리지(Tyne Bridge)이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어딜 봐도 공중화장실이 없다는 점. 영국은 웬만한 상점이나 식당, 커피숍도 오후 4~5시가 되면 닫기 땜에, 어딜 들어가서 일(?)을 보기 힘들다. 해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심지어 기차역 화장실마저도 플랫폼 외부 화장실은 닫아버린다. 게다가 주위가 너무 갑작스럽게 스산해져서, 우리는 일찍 귀가해서 쉬기로 했다.
화장실에 빨리 가고 싶은 욕구 때문에 힘들었지만, 순간순간 찍은 사진들은 마음에 든다. 해 질 녘, 뉴캐슬 기차역 근처의 모습들이다.
숙소 도착. 일을 처리하고 나니 마음이 평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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