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로 가던 중에,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국경 지점에서 잠깐 멈춰서 기념촬영을 하자고 했는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운전하던 중 아내가 표지판을 발견하고 말해줘서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지나갔으면 아까웠을 뻔 ㅎㅎㅎ
오는 길에 꼭 들렀다 오시라며 임만세 목사님이 추천해주신 SeaCliff. 바닷가 경치가 좋은 명소인데 Oxroad Bay에 있다. 그쪽으로 가는 시골 길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참 예뻤다. 파란 하늘, 흰 구름, 깨끗한 바다... 잘 정돈된 초원과 양떼들....
다만 SeaCliff에 차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3파운드 동전을 기계에 넣어야했는데(앞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곳이 프라이빗한 지역일 경우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아쉽게도 우리에겐 동전이 없고, 기계랑은 말이 안 통하니, 여기까지 왔지만 우리는 그냥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보 부족!) 사실 얼굴이 조금 더 두꺼웠으면 그냥 길가에나 어디든 차를 두고 민폐를 끼치면서라도 들어갔다 나왔을텐데... 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ㅎㅎㅎ 어쨌든 들어가지 못했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건, 지금까지의 드라이브 코스가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
우리 부부에겐 더 재미있는 코스가 있었다. 사실 클리프까지 운전하고 들어가는 길에 White Kirk라는 마을이 있는 것을 보고, kirk라는 단어(스코틀랜드어로 Church를 뜻함)가 마을 이름에 들어가는 것이 특이해서 무슨 사연인가 궁금했다. 나오는 길에 들러서 사진을 찍었다.
내가 사진 찍는 사이에 아내는 안내판을 확인했다. 이 교회는 중세 시절에, 영국의 3대 순례지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제임스 1세는 연약한 순례자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이 교회 근처에 쉼터를 짓도록 했고, 종교개혁은 순례 문화를 폐지했다고... 1914년엔 참정권을 요구하던 여성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이 교회를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아내는 아마도 당시 교회가 여성 참정권에 반대하는 논리를 펼쳤지 않겠느냐고 추측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요즘 한국의 교회와 신학계의 행태가 떠올라서 순간 씁쓸했다. 오늘날에는 교회에 불을 지르는 등의 일은 세속 법으로부터 철저한 보호 및 배상을 받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하지만 교회가 지금같은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언젠가는 또 무슨 일을 겪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다시 아름다운 길을 따라 계속 차를 달려, 드디어 에든버러에 도착했다! 에든버러에 진입하면서 바라보이는 풍경들, 숙소 근처 홀리루드 파크와 호수의 모습도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힐링이 자동으로 되었다.
* 사족 : 에든버러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보니 주차장 쓰는 문제에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에든버러 시내 한 가운데 아파트먼트를 저렴하게 구했나 싶더니, 주차비가 1주일간 대략 17만원 정도 나가게 생겼다. -_-;;; 내가 또 이런 꼴은 못 본다. 기어이 방법을 찾다가, 우여곡절 끝에 도보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코로나 땜에 폐쇄된 수영장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임만세 목사님이 주신 정보를 통해) 그곳에 차를 두면서 거금을 굳혔다. 다만, 매번 20분씩 걸어가서 차를 가져오는 수고는 나의 몫.... ^^;;; 그래도 걷는 길이 너무너무 아름답고 싱그러운 홀리루드 파크의 일부라서, 이것도 좋은 추억이 되었다.
아무튼 이곳 유학생 페친님들 덕분에 내일부터 에든버러에서의 일정이 쫘악 잡혔다.
우리 부부의 즐겁고 행복한 에든버러에서의 1주일 휴가가 곧 시작된다. ^^
▼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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