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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녹스 하우스가 최근(?) 전면 개편이 되었는데, 갠적으로는 크게 실망했다. 과장 조금 붙이면, 내가 지금까지 가본 외국 박물관 중에 최악이었다. ㅠㅠ 아무튼... 슬픈 존 녹스 하우스 이야기는 뒤에서 하고, 우선 그레이 프라이어 교회당부터 간단히 보자.


1. 그레이 프라이어 교회당

제 2차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민언약"의 역사적인 장소이다.  8년 전에는 외부에서만 슬쩍 보고 사진 찍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내부 입장도 했고, 묘지까지도 상세히 둘러볼 수 있었다. 에든버러의 이재국, 임만세 목사님과 함께 했다.

저 오른쪽 전시관에는 1638 국민언약이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저 안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제임스 6세의 스승이었던 조지 뷰캐넌의 묘비. 특강 종교개혁사 제3장을 참조하자. 뷰캐넌의 가르침이 어찌나 엄중했던지, 이재국 목사님의 추가 설명에 따르면, 제임스 6세의 꿈에 나와서 술 먹고 때렸다고 하는데 ㅎㅎㅎ 자기 꿈 이야기를 어떻게 믿나 ㅋㅋ 아무튼 그런 트라우마의 주인공. 

수백 명의 언약도들을 몰아넣고 끔찍한 처우로 방치하거나 괴롭혀서 죽였다는 역사의 현장. 교회 묘지 옆에 수용소 흔적이 남아있다. 책임자는 조지 맥킨지(Sir George Mackenzie). 찰스2세의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박해 때, 그 일을 자청한 인물로, 별명이 블러디 맥킨지가 되었다. 그도 이곳 교회 묘지에 주요 언약도 지도자들과 함께 묻혀있으니, 역사는 참 기구하다. 그런데 2004년에 어떤 무서운 십대들이 맥킨지의 납골당 속으로 침입(?)해서 부수고 해골까지 들고 튄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있었다. 또 한 번, 역사는 기구하다...

알렉산더 핸더슨의 묘비. 네 방향에 설명문이 가득한데 읽어낼 능력이 부족하다.

"그레이 프라이어스" 교회당은 구글맵에서 "그레이프 라이어스"라고 황당한 오기를 하고 있는데, 조심하자. 말하자면 잿빛수도회가 사용하던 건물이 나중에 교구 성당이 되었다가 종교개혁 이후 교회가 되면서 이름이 따라오고 있는 셈이니.... 그레이 프라이어스가 입에 안 붙으면, 회색의 간달프를 연상하면 되겠다. (응?)

시선을 먼저 빼앗는 두 건물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가야 역사적인 그레이 프라이어스 커크야드가 나온다.

오늘날 이곳 교회당은 엉뚱하게도 "충견 보비" 때문에 유명하다. 교회당 입구 바로 앞에는 나름 어떤 스토리가 있는 강아지의 형상이 있는데, 애완견을 좋아하는(사랑하는) 영국인들과 관광객의 관심이 거기에 몰린다. 그리고 이 교회 묘지는 특유의 개방성과 접근성(도시 한복판) 땜에 밤에는 마약 하는 애들이 몰린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씁쓸한 이야기다.


2. 존 녹스 하우스

8년 전에 봤던 입구랑 뭔가 달라서 자세히 살펴봤더니 그 사이에 큰 개편이 있었다.
벽을 터서 옆 건물과 하나가 되었다.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스코틀랜드 스토리'라는 일종의 박물관 겸 전시/행사 상영관과 통합이 되어 운영되는 듯했다.
과거에 출입구였던 곳이 이제는 출구 전용이 되었다.
겉 모습은 그래도 8년 전과 동일하다. 주위 풍경도 대체로 비슷.
존 녹스 하우스에서 바라본 로열마일.
매표소와 기념품 샵/서점 공간이 널찍해졌다.
코로나 시국이라 입장 시간과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다. 12시 타임에는 우리 부부만 들어갔다.
존 녹스 하우스의 과거 모습을 그린 삽화. 그리고 존 녹스와 그의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사람의 인생을 대조해서 보여준다.
시작부터 존 녹스의 일생을 너무 극화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존 녹스가 종교적 열정으로 거친 행보를 보였던 것을 아주 부각시키는데, 대사를 읽어주는 성우의 목소리가 매우 거슬린다. 대부분의 문학/영화/다큐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존 녹스를 거의 광신도처럼 묘사한다.

반면에 메리 여왕은 불쌍한 여주인공으로 희생되는 측면을 부각시킨다.
이렇게 생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각 층마다 있는 전시관을 방문하는 방식이다. 각 층이라 하지만, 전시관 규모는 매우 소규모이다.
아무 의미 없는 전시물들로 채워져 있다..
서가에 이런 책들을 놓아둔 것이 그나마 쓸만한 전시물의 전부...
이런 유치한 전시물이 그냥 책상에 놓여있다.
존 녹스와 직접 상관이 없는 이런 그림이나 잔뜩 붙어있고... 흥미로운 자료이긴 한데, 왜 이런 그림을 여기다가???
여기서 실소가 나오며, 입장료가 아까워진다. 벽에 이런 글귀를 잔뜩 프린트해서 붙여놨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한 팀이 지나가면 직원이 따라와서 알콜로 의자를 닦는다.
누가 보면 녹스가 메리를 화형이라도 시킨 줄...
나중엔 할 말이 없으니 이 집의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사실 존 녹스는 영국인이 대체로 '싫어하는' 역사적 인물이다. 오늘날에는 개혁자들이 무엇을 지적했고 무엇으로부터 어디로 가자고 했는지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 채, 그들의 언행을 오늘날의 기준으로 해석하며 과격하고 파괴적인 인물로 캐릭터라이징을 하고는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 현대의 심상이 박물관에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치 존 녹스의 업적을 말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그를 욕되게 하고 있는 박물관. 이것 역시 개인적으로 씁쓸한 이야기다.

이 부분에 대한 아내의 코멘트를 인용한다.

존녹스 하우스. 메리 여왕과 어떻게 알력 다툼을 했는지 밸런스를 맞추느라 애를 쓴 티가 났다. 그렇다보니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고 서로 다른 관점이 충돌하고 스토리의 힘이 떨어져버린다. 뮤지엄을 관람하고 나면 종교개혁의 의미가 가슴에 남기보다 각자 생각하던대로 의미가 왜곡될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공간에 들어서면 연극식으로 존녹스와 다른 사람들의 음성을 들려주는데, 존녹스 목소리에 품위가 없고 정치적 협잡꾼처럼 들려서 그 점도 정말 안타까웠다. 존녹스 하우스 운영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종교개혁을 싫어하는 사람임에는 분명하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존녹스를 소개하면서 내내 그 업적의 의미에 대해서 부각시켜주지도 않았으면서, 마무리 부분에서 아쉽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는 평론이 참 허무하고 어이없게 느껴졌다. 지식도 경험도 없는 채로, 혹은 지식과 경험을 얻고자 하는 열의도 없으면서, 한국교회 현실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뭐 되겠어?, 그것 가지고 안돼~" 이런 자세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종교개혁의 의지를 상실하게 만드는 이들.. 존녹스 하우스를 둘러보며 사실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열이 받았다.

결론: 정말 테러블한 박물관이었다.

120년 전에 찍은 존 녹스 하우스 사진
이번에 내가 찍은 존 녹스 하우스 사진. 마음이 허전하다.

 

▼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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