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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하이랜드 투어라고 하면 스카이 섬까지 들어가는 2박 3일 일정을 잡거나 당일치기를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주요 관광지를 허둥지둥이라도 찍고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한다. 아내는 예전에 하이랜드 투어를 2박 3일 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경차 스틱으로 운전을 오래 하고 싶지 않았고, 렌터카 계약서에도 마일 수 제한이 있었다. ㅋㅋ 그래서 이번에 우리는 에든버러에서 하이랜드를 "당일치기"로 "작게" 돌아보고, 스털링으로 가기로 했다.

동선을 잡을 때 켄모어(Kenmore)라는 마을을 거치도록 하면 대충 이런 그림이 잡힌다.

첫 번째 들른 곳은 "퍼스(Perth)였다.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에서 "Five Articles of Perth"라는 흑역사가 있었던 유명한(?) 곳이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곳인지 궁금해서 가보았다.

이번 퍼스 취재에서도 아내가 큰 공(?)을 세웠다. (오른쪽이 아내의 일기 중 일부 ㅋㅋㅋ)
이제 퍼스에서 가봐야 할 단 한 곳을 꼽는다면 바로 이곳 St. John's Kirk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

개운하게 취재를 마친 뒤, 이곳의 테스코 카페에서 우리는 코로나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메뉴로 골라서, 좌석과 식기를 잘 소독하고 식사했다. 참고로, 식당 내부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코로나 시즌에는, 테스코나 M&S 같은 대형 마트에 딸린 까페를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괜찮은 대안이다. 일단 환기가 잘 되는 탁 트인 공간이고, 마트 입구에서 입장객 숫자를 조절하며, 전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고, 세니타이징을 수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가 본 바로는 식기류도 살균 상태로(뜨겁게) 보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대비 실하고 맛도 괜찮다. 위 사진은 퍼스 시내에 있는 테스코 카페의 치킨랩인데, 강력 추천한다.


이어서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 위험한 시골길을 더 달려, 경치가 좋다는 "Queen's View"라는 곳에 도착했다. 하일랜드가 시작되는 초입이라고 볼 수 있겠다. 구글맵 위치: https://g.page/queensviewpitlochry?share  

이곳에 대한 설명이 간판에 붙어있다. / 우리가 갔을 때 주차장은 코로나 땜에 임시로 무료였다.
이름에 걸맞게, 실제로 "여왕"이 왔었나보다.
ㅋㅋㅋ 웃기고 있다.
기념품 샵이 있다. 여기에도 여왕이 앉았었다는 의자가 놓여있다.
조금 걸어 올라가보니 뷰 포인트가 나온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경치다.

일단, 경치는 확실히 좋다. 그런데 일부러 찾아가라고 권할 것까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서 잠깐 보는 것에 비해서 들어가고 나오는 길에 시간이 너무 걸렸다. 이곳은 오히려 시간을 충분히 두고 하이킹을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곳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스코틀랜드의 자존심 문제였는지, "여왕"의 의미에 대해 다른 해석을 굳이 적어두었다. ㅎㅎㅎ 
다시 차를 타고 시골 길을 조금 더 달리면서, 가끔 정차해놓고 사진을 찍었다. 이곳저곳 경치가 참 좋았다. 
다만, 이 좁은 시골 길을 달리다가 마주오는 차를 보면 너무 겁난다. 귀때기를 스치듯이 휙휙 지나가는 차들... ㄷㄷㄷ
구글맵에 Old brickstone Bridge라고 뜨는 오래된 돌다리. 옆에 새로 놓은 다리가 있고, 돌다리는 걸어서 건널 수 있다.
1730년에 건설한 다리 밑으로는 급류가 흐른다.
이렇게 가다가 볼만한 것이 생기면 바로 멈춰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렌터카 여행의 최고 매력이 아닐까.
가다가 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 나와서 주위를 보니 아예 주차장이 있다. 인지상정. 다들 여기서 차를 세우는구나 싶다. ㅋ
이게... ㅎㅎ 사진으로 보는 거랑 달리 ㅎㅎㅎ ... 굉장허다. 구글맵에서 찾으니 "Tomphubil Lime-Kiln"라는 곳이다.
파노라마로 찍어봤지만 그래도 표현이 안 된다. ㅋ
멋진 경치를 구경하며 한참을 달렸다. 
운전하느라 사진으로 찍지 못한 엄청난 풍경들이 이번 여행에 너무도 많다.


켄모어 마을을 지나서 왼쪽으로 꺾어서 몇 분을 달렸다.

돌덩이가 둥글게 서있는 이곳은 "Croft Moraig Stone Circle"라는 곳이다. 미니 스톤헨지라고 보면 된다. ㅋ 영국엔 이런 게 꽤 많다. 앞에서 머물렀던 로우슬리라는 마을 근처에도 "Nine Ladies Stone Circle"라는 곳이 있었다.

근데, 일부러 찾아왔는데 이 마을은 어쩐 일인지 관광객을 받을 생각이 없다. 주차장소도 전혀 제공하지 않고 철조망으로 막아두었다. 사진은 찍었지만, 헛걸음 한 기분이라 조금 섭섭했다. 저 돌덩이 몇 개를 먼 발치에서 보려고 여기를 일부러 찾아갈 필요는 없겠다.

다시 켄모어 마을로 와서 이번에는 호숫가의 좁은 길로 차를 몰았다. 호수 이름은 "테이 호(Loch Tay)"이다.

빠른 길로 이동하려면 켄모어에서 호수 북쪽 A827 도로를 따라가면 되지만, 나는 남쪽에 있는 좁은 길(1차선)을 골랐다. 이 길은 마주오는 차가 있으면 후진해서 한쪽에 비켜 서거나 빠듯하게 비켜가야 하는 좁은 길이지만, 몇 개의 시골 마을을 거쳐 길다란 호수 서쪽 마을 킬린(Killin)에 이르기까지 환상적인 드라이브 경험을 선물한다.

이 길을 찾는 방법은, 구글맵에서 "The Scottish Crannog Centre"를 검색해서 그 위치를 찍고 들어간 뒤에 그 길로 쭉 직진하면 되겠다. https://g.page/ScottishCrannogCentre?share

아래 사진은 그 길을 한 시간 정도 드라이브 하면서 중간중간 찍은 사진들이다.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간간히 내다보이는 풍경만으로도, 아내가 왜 하일랜드를 좋아하고 나에게 꼭 함께 다시 가보자고 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내의 일기中 한 구절을 인용한다.

초원처럼 보이는 풀밭이 넓게 펼쳐진 것처럼 보이다가도 그 초원이 하늘 끝까지 솟아나는 듯한 기이하고도 시원시원한 풍광. 풀로 뒤덮인 절벽 사이에서도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서 풀을 뜯고 있는 용감한 양떼들, 혹은 양치는 개가 없어도 우두머리 양들이 주변을 감시하고 낯선 이들을 경계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수동적인 모습으로 각인된 기존 양떼, 즉 성도들의 이미지를 통쾌하게 뒤집어 버리는 반전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라도 내가 하일랜드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래는 그 길을 따라가면서 아내가 찍은 동영상 ^^ 라디오에서 마침 어울리는(?) 배경음이 흘러나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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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 호수 서쪽 끝, 킬린에 도착했다. 이곳은 Dochart Viaduct라는, 급류 위로 놓인 돌다리가 유명한 마을이다.

그래도 간만에(?) 마을을 만나니 반가웠다. 이곳에서 공중화장실도 쓸 수 있었다.
한국에는 흔한 계곡이지만 영국에서 이 정도면 괜찮은 관광지가 되는 모양이다. 구글맵 평점이 높다. ㅎㅎ
다시 차를 몰아 럽네이그 호수(Loch Lubnaig)를 끼고 A84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경치가 넘 좋은 도로다.
정신없이 경치를 구경하며 드라이브 하다가 어느덧 스털링에 도착했다. 저 멀리 스털링 성이 보인다!

스털링의 편안한 숙소에 짐을 풀고 허리를 쭉 펴고 엎드려 오늘의 환상적인 드라이브를 곱씹으며, 엊그제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편안한 저녁시간을 보냈다. 역대급으로 달콤한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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