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우리의 발이 되어주고 때로는 휴식 공간이 되어준 고마운 렌트 어 카.
거기에 얽힌 썰을 몇 개 풀어보자.
1. 빌린 차종은 피아트500. 이쁘다. 엄청 이쁘다. 그런데 이쁜 것이 힘도 좋다. 경차 치고는 엄청 잘 나가서 진짜 깜놀했다. 요즘 차는 다 이렇게 좋은가? 근 10년만에 수동기어라서 어색하고 수시로 등장하는 라운드어바웃(회전교차로)에서 많이 불편했지만, 5단에서 4단으로 넘기며 부아아앙 달리는 맛은 최고였다. 편의장치도 충분. 영국의 좁은 골목길을 달리기에도 좋고 U턴 할 때 편하고 무엇보다 주차장에서 쾌적했다. 크루즈 기능이 있어서, 고속도로에서 넘나 편하다.
2. 금액은 8월 6일부터 9월 12일까지 무려 38일을 빌리는데 106만원. 풀커버 보험료 19만원 넣어서 125만원 썼다. 수동기어라 저렴했고, 일부러 물량이 많은 히드로공항 인근 저가형 렌터카 업체에서 빌려서 더 저렴했다. 다른 공항으로 가면 대부분 2~30% 오른다. 물론 이것도 큰 돈이지만, 만약 38일간 전국일주를 하면서 기차나 버스, 우버 등을 매번 이용했다면 치명적인 지출이 있었을 것.
3. 영국은 세계지도에서 보면 언뜻 봐서는 우리 나라랑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쪼맨한 나라인 줄. 숫자상 면적은 남한의 2.5배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대충 뭐 다니면 되겠지 하고 왔다가 정말 큰 코 다쳤다. 영국이 얼마나 넓은 나라인지를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설명하면 이렇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지다. 대부분 나머지 30%에서 왔다갔다 하는 거다. 그러나 영국은 대부분 평지다. 그러니 2.5배가 아니라 대략 5~6배는 넓은 나라라고 보면 된다! 그 넓은 나라를 돌아다니느라 정말 운전 많이 했다. 영국 전국일주, 만만하게 보지 말자.
(이번에 내가 돌아다닌 거리가 렌터카 마일 수 채크해보니 2700마일인데 이 정도면 미국 대륙 횡단 거리다!)
4. 위와 관련된 이야긴데, 한국은 완전 큰 대도시와 소도시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시골로 나뉜다. 산지로 들어가면 대부분 시골이다. 그리고 도시와 도시 간격이 좁아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건너가는데 중간이 전부 아파트 단지인 경우도 많다. 그런데 영국은 런던 외에는 엄청 큰 대도시가 없고 전부 중소도시. 그리고 딱히 낙후된 동네랄 것이 없다. 이게 중요한데, 웬만한 작은 도시에도 있을 건 다 있다. 그래서 렌터카 여행자가 어딜 가든지 굉장히 편리하다. 부정적으로 보면 자본주의 시스템이 시골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있단 뜻이긴 한데.. 여기서 복잡한 사회문제를 언급하기보다는, 여행자로서는 그냥 어딜 가나 편하다는 장점이 분명하다는 점, 까지만 언급하겠다.
5. 사람 생각은 다 똑같다. 여기가 딱 좋겠소 싶은 곳은 어김없이 주차금지 구역. 주차비가 비싸지만 어쩔 수 없다. 공용/상용 유료주차장을 이용할 수밖에. 아무도 안 본다고 아무 데나 대지 말자. 영국은 CCTV의 나라. 민간 업체가 위탁 받아서 아주 CCTV에 불을 켜고 살피고 있으니, 길거리에서 당신의 모든 행동은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다.
주차비는 요즘 대부분 앱으로 결제한다. 온라인 지도와 위치기반 서비스로, 아무 주차장이나 들어가서 거기에 안내된 앱을 켜고 결제하고 나오면 끝. 운영 회사에 따라 앱이 다른데 2~3종 정도 깔아두면 대부분 커버가 되는 듯. 나는 두 개로 끝냈는데, NCP Park라는 앱은 약간 고급형 주차장을 안내해주고 10% 할인이 된다. Horizon Spaces라는 앱은 처음 3번은 50% 할인쿠폰을 쓸 수 있다. 가끔 시골에 앱 결제가 안 되는 곳이 있는데 그 정도 시골까지 들어갔다면 그냥 동네에 주차할 곳이 많으니 상관 없다.
6. 그밖에 필요한 앱은 구글맵 하나로 다 된다. 진짜 다~ 된다. 요즘 구글맵이 엄청 발전해서, 네비 기능도 전문 네비 수준으로 올라갔고 경유지 설정, 주위 어트랙션 검색, 인근 주유소나 마트 검색, 경로 중 검색 등 다양한 기능으로 운전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준다. 이번 여행에서 특별히 웹서핑으로 정보를 찾은 적이 거의 없고 대부분 구글맵 안에서 해결했다. 어딜 가거나, 들렀다 가거나, 미리 정보를 찾거나, 오픈 시간을 알아보거나 등등 모두 구글맵 안에 있다. 우리나라도 속히 구글맵이 정식으로 들어오기를. 구글 만세!!
7. 주유소 시스템은 합리적이다. 대부분 편의점과 함께 운영된다. 빈 칸에 주차하고 뚜껑 따고 노즐 뽑아 발사~! 기계에 따라 카드 결제 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 직관적이라 잠깐 째려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 잠깐도 귀찮으면 그냥 편의점 안에 카드 들고 들어가서 방금 주유한 기계의 번호를 불러주면 된다.
영국에서 운전하다가 주유소 & 편의점이 보이면 왠지 안심이 되고, 마음이 편안하다. 무슨 위기가 닥치든 저기까지만 가면 일단 사람이 있고 먹을 것도 있고 도움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어떤 안정감 같은 것이 있다.ㅋㅋㅋ
마치며.
영국은 렌터카 여행하기 너무 좋은 나라다. 어딜 가나 아름답고, 비교적 안전하고, 또한 편리하다. 도로 설계도 참 잘 되어 있어서, 위험하게 운전할 일이 없다. 과속만 주의하면 된다. 왼쪽 차선을 타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많은 한국인이 엄두를 못 내는데, 이거 적응하는 것은 하루면 된다. 다만 권하는 것은, 꼭 오토로 계약하시라는 것... 수동기어는 영국에서 너무 힘들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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