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사진을 많이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리치 대성당을 따로 떼어 포스팅한다.

아내가 노리치 대성당을 꼭 가봐야 된다고 해서 무슨 특별한 것이 있나 반신반의하며 가보았다가 깜딱 놀랐다. 노리치가 종교적으로 얼마나 풍성했는지를, 지정학적인 위치라든지 역사적 무게 등을 생각할 때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탁상공상(?)이었다. 직접 가보니 느껴지는 바가 확실히 달랐다. 겉모습은 영국의 다른 웅장한 대성당들에 비하면 수수하고 오히려 어설프기까지 했다. 그러나 실제로 들어가보면? 사진을 보면서 그 남다른 매력들을 발견해보자.

시내에서 대성당 구역으로 통하는 퀸스트리트에 있는 게이트. The Ethelbert Gate.
조금 더 북쪽에는 The Erpingham Gate가 있다. 우리는 두 군데 모두 통과해 보았다.
일단, 파사드 조각상이 여성이다! 여기서부터 노리치가 '현재' 얼마나 진보적인 도시인지가 확 느껴진다.
이곳도 과거에 수도원과 통합 운영되던 곳이라 수도원 부지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파괴된 유적 주위로 보조건물이 들어서 있다.
원래 모습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그림(조감도)을 보니 비로소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의 특징은 노리치 1편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활용"이다. 중세 초기에 지어진 성당을 바로 지난 주에 건축한 건물처럼 자신있게 활용하는 느낌. 건물의 목적이 인간을 위함인데, 중세 천 년을 지나오면서 타락한 기독교는 인간이 마치 건물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지극히 보수적인 도시였던 노리치. 블러디 메리가 거병했던 도시 노리치. 격동의 세월 이후, 종교개혁의 긴 과정을 거치면서, 그 이후 밀려오는 근대사상을 마주하면서, 노리치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그들은 피할 수 없는 '진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품어냈을까. 그 결과가 바로 이 '활용'이라는 키워드 아니었을까... 그런 잡스런 생각들을 하면서 노리치 성당 안을 천천히 거닐었다.

노리치 대성당의 명물, 고양이 ㅎㅎㅎ 강대상에 앉아서 무심하게 굽어보고(?) 있다. 불러도 대답이 없... --;;
건물 구석구석에 살아있는 타임머신
요즘 장로교회에서도 곧잘 하는 첫 아기 축복인가 하는 것도 원래 유래는 이런 곳이다.
저놈의 고양이... ㅎㅎㅎ 사람들이 자기를 귀찮게 할 수 없는 자리를 귀신같이(?) 찾아냈다.
코로나 시절에 관람 동선을 제약했다. One Way 원칙이다. 밖으로 일단 나와서 회랑 쪽으로 간다. (잊지 말자!)
사각형 주랑이 안뜰을 둘러싸고 있는 회랑
나에겐 이런 뜰이 성당에 인위적으로 갖춰 놓은 성소 내 지성소보다, 그 어떤 채플보다 훨씬 평화로운 공간으로 느껴진다.
회랑에 둥근 원 형태로 미로가 만들어져 있다. 수도사들이 무념무상 저 길을 따라 돌면서 묵상했다고 하는데... ㅎㅎㅎ
그밖의 남은 유적 그루터기(?)는 보호각을 겸한 부속실(커피숍, 화장실 등)로 둘러싸여 있다. 이것도 '활용' 아닌가!
여기서 차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ㅠㅠ 화장실만 쓰고 나왔다.
한 블럭 떨어진 곳에서 본 첨탑. 평소라면 올라가 볼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 다음 글에서 계속

 

 

[영국] 노리치(6) - 비숍게이트 & Lollard's Pit

노리치는 이제 충분히 다룬 것 같지만, 아까운 사진들이 있고, 또 인상깊은 골목 하나를 지나가게 되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포스팅을 하나 더 하고 마치려 한다. 노리치 게스트하우�

joyanc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