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제주 4.3 관련된 기념관/교육관으로 가장 먼저 지어진 곳 중 하나이다. 너븐숭이는 널찍한 바위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이 지역 일대에 현무암 지대가 노출되고 침식/풍화되어 높고 낮은 지형을 이루고 있는데, 바로 이곳이 학살 현장이었다.
해설사 분의 간단한 안내를 받아 준비된 영상(10분 정도)을 시청하면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이곳은 기념관 규모가 작다. 하지만 야외에 유적지 조성이 잘 되어있어서 산책하듯이 둘러보기 좋다.
4.3을 최초로 다룬 소설 "순이 삼촌"(1978) 기념비도 이곳에 있다. 단지 소설일 뿐이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용기 있게 말해 주었던 소설가 현기영에게 제주도민의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을지, 광주를 경험한 나는 조금이나마 알 듯하다. 물론 소설은 당장 금서로 지정되었고 소설가는 이듬해 보안사에 끌려가서 고초를 겪어야 했다.
참고로 여기서 '삼촌'은 여성이다. 제주도에서는 성별 무관하게 연장자는 삼춘(삼촌) 연하자는 조캐(조카)라고 불렀다.
바다를 바라보는 쪽에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양쪽에 서 있는 돌하르방이 인상 깊다.
이번에는 곤을동 4.3 유적지를 방문했다. 제주 국제여객 터미널과 외항이 바라보이는 언덕 아래에 위치하는 이곳은 50여 채가 넘는 마을이 있던 곳인데, 학살과 방화로 인해 하루 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지금은 가옥터와 돌담만 남았다.
인근에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고, 걸어서 들어가는 길이 조금 불편한 것이 흠이다. 하지만 4.3의 희생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그 현장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상징적이고 웅변적으로 드러내는 곳이므로 방문을 추천한다.
이곳은 4.3 희생자가 발생한 현장 중 하나인 조천지서 옛터이다. 현재 조천파출소가 있는 자리이다. 파출소 앞 길가에는 우파 단체들의 후원으로 세워진 표지석이 있다. 앞뒤 설명 없이 폭도들이 습격하여 경찰 희생이 발생했다는 서술이다.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당연히 공무 중에 희생된 경찰관과 유족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4.3의 전체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균형 있는 서술이 필요했지 않은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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