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가까운 성산(성미산) 자락에 2012년에 오픈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다녀왔다.
우리 동네에서 볼만한 박물관 두 곳 중에서 한 곳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 에너지 드림 센터')
원래 구 서대문형무소 부지 내에 임시 형태로 시작했던 박물관인데, 해당 부지 주차장 또는 매점 등을 쓰려다가 그나마도 일부 단체들의 (이해되지 않는)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다가...... 결국 서울의 외곽에 속하는 우리 동네 산자락 2층 주택을 개조해서 겨우(?) 만들어진 박물관이다.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슬슬 느낌이 온다.
주택을 끼고 조금 더 돌아서 올라가면 입구가 나온다. 검은 미닫이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좁은 로비(?) 겸 첫번째 전시실(?) 겸 매표소(?) 공간이 나온다. (무슨 소린지는 가보시면 안다. ^^)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입장료를 내고(5000원/1인) 음성안내기(국문/영문 선택 가능)와 이어폰을 받을 수 있다. 공용을 쓰기 싫은 분은 3.5파이 개인 이어폰을 가져가도 된다. 음성안내기 사용법은 매우 쉽다. 번호 누르고 플레이 ▶
아무래도 현장성이 중요한 박물관이므로, 내부 사진은 최소한으로만 공개한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시작해서, 지하실 >> 2층 >> 다시 1층으로 내려오는 동선이다. 핵심 전시는 2층이다.
규모가 크지 않으나, 소화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관람 시간은 최소한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는 잡는 것이 좋다. 적어도 음성 해설은 건너 뛰지 말고 다 듣는 것이 좋겠다.
특히 감동받았던 방이다. 위안부의 역사와 함께 근현대사의 관련된 주요 장면들이 배치되어 있다. "관련된"이라는 글자를 강조한 이유는, 이것이 "관련된 역사"라는 사실을 이 연표를 본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이 바로 박물관의 현장성이다. 책이나 웹페이지로는 불가능한 전달력......
맨 마지막에는 유사한 일이 세계적으로 어떻게 발생했고 또한 발생하고 있는지(ing)를 설명한다. 특히 마당을 거쳐 갈 수 있는, 주택의 주차장이었던 공간을 개조해서 만든 마지막 전시실에는 베트남전 피해 여성들의 코너가 있었는데, 이는 피해자였던 우리가 훗날 가해자가 된.. 부끄럽고 씁쓸한 기억의 공간이다. 도피하지 말고, 이 마지막 공간까지 겪어보기를 바란다.
정말 중요한 박물관인데 자꾸만 상하이 또는 LA에 있는 유사 박물관(위안부 박물관)들과 비교되었다. 이렇게 중요하고 엄청난 주제를 다루는 박물관은 국가적인 예산을 들여서 더 규모 있게 만들어져야 마땅하다고 보는데, 아직까지 그러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상하이 위안부 박물관은 대학 내에 마련된 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보다 훨씬 크고 전시물도 다채롭다. 그들과 우리의 예산 차이, 곧 관심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적어도 이 주제와 관련된 현장학습 장소로서 2021년 현재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접근 가능성이 높은 박물관이다. 작은 공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꾸며서, 짧은 동선으로도 지식과 감정의 전달에 무척 효과적이다. 개인 혹은 그룹으로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린다.
- 대중교통 이용 추천 (인근 골목에 주차는 쉽지 않을 듯)
- 가까운 곳에 서울 3대 빵집에 속하는 리치몬드 과자점이 있으므로 관람 전후 만남이나 휴식에 좋겠다.
- 체험학습이나 해설 등 더욱 깊이있는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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